문장文章이 씻은 듯이 말쑥하고, 글자마다 정교精巧한 옥석玉石과 같다.
처음 내가 군君을 만났을 때에는, 모두 어린이들로 두건頭巾을 쓰고 있었지.
뜻과 기상氣象이 호매豪邁하여, 산山을 무너뜨리고 강물을 터놓을 만 하였었지.
약관弱冠 시절에 만나보니, 부친父親을 잃고 곤궁困窮해져서 깊은 근심에 쌓였었지.
모습은 나이만큼 젊었으나, 마음은 늙은이처럼 쇠미하였었네.
하늘을 우러러보고 땅을 굽어보며 비탄悲嘆에 잠겨서, 한 시대時代를 초연超然하게 지내었는데
머리는 백발이 되고 얼굴은 검게 초췌憔悴하여, 스스로 일찍 사망死亡할 것을 예측하였네.
누가 알았으랴, 그대의 아들이 고자孤子라 칭하면서 내게 부고訃告를 보낼 줄을!
부고訃告봉투 펼쳐보고 눈물 흘렸고, 온 집안이 놀라 울부짖었네.
내가 하는 일이 세상에서 배척당했을 때에, 오직 군君만이 마음 깊이 이해해 주었고,
내가 화禍를 당하자 위로해주고 병들자 문병했던 편지가 아직도 내 눈앞에 그대로 있네.
비석碑石에 명銘을 기술하여, 이로써 그대의 좋은 말씀에 보답하고자 하니,
제문에 말한 내용이 좁고 비루하지만, 의리義理는 마음을 부끄럽게 함이 없다네.
그대가 진실로 나를 아껴주었으니, 이 제사를 흠향歆饗할 것임을 알겠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