議者多言 遽欲開納西人이면 則示之以弱하야 彼更倔强이라하나 以事情料之컨대 殆不如此로다
以我衆大로 當彼寡小어늘 我尙疲弊厭兵이면 卽彼偸欲得和를 可知니라
我深閉固距하야 使彼不得安息이면 則彼上下忿懼하니 幷力一心하야 致死於我리니 此彼所以能倔强也어니와
我明示開納이면 則彼孰敢違衆首議하야 欲爲倔强者리오
就令有敢如此면 則彼擧國皆將德我而怨彼리니 孰肯爲之致死리오
至於開納之後에 與之約和는 乃不可遽니 遽則彼將驕而易我라
蓋明示開納이면 所以怠其衆而紓吾患이요 徐與之議면 所以示之難而堅其約이니라
如西人有文字하야 詞理恭順이면 卽與收接聞奏하고 宜卽明示界上하야 使我吏民與彼로 擧國皆知朝廷之意니라
이 글 가운데는 신중함을 유지한 곳이 많으니, 또한 군사軍事의 기요機要에 합치되는 것들이다.
비판자들이 대부분 말하기를, “서하西夏 사람들이 통호通好를 허락해 달라고 청하는 요구를 윤허允許한다면 우리의 약弱함을 보여서 저들을 혹 더욱 사납게 만들 것이다.”라고 하니, 사리事理를 근거로 헤아려 본다면 아마도 이같이 되지는 않을 듯합니다.
우리의 많은 군대로 저들의 적은 군대를 상대하는데도 우리가 오히려 피폐해지고 전쟁에 염증을 느끼게 되었다면, 저들도 암암리에 평화를 얻고자 하고 있을 것임을 알 만합니다.
우리가 관문關門을 단단히 닫고 통호를 굳게 거부하여 저들로 하여금 편안히 쉴 수가 없게 한다면, 저들은 통치자와 백성들이 모두 분개하고 두려워하며 한 마음으로 힘을 다해 우리와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려 할 것이니, 이는 저들을 더욱 억세게 만드는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통호通好를 받아줄 뜻을 분명히 보여 준다면, 저들 중에 누가 감히 중의衆意로 전前에 의논하여 결정한 일을 어기고 사납게 공격하려는 자가 있겠습니까.
곧 과감하게 이와 같이 통호할 수 있게 해 준다면 저들은 온 나라 사람들이 우리의 은덕恩德을 고마워하고 사납게 공격하려 했던 자들을 원망하게 될 것이니, 그렇게 된다면 누가 이 때문에 목숨을 걸고 우리와 싸우려 하겠습니까.
이런 방략方略이 바로 우리 쪽의 사기를 드높이고 적의 기세를 풀어지게 하는 것이니, 노자老子가 말하기를, “군사를 동원하여 서로 싸우게 되면 애긍히 여겨 관용을 베푸는 쪽이 이기게 된다.” 한 것이 이를 이르는 것입니다.
통호通好의 관문을 열어 준 후에 그들과 화약和約을 맺는 것은 급할 것이 없으니, 급하게 서둘면 저들이 간교姦狡해져서 우리를 깔보게 될 것입니다.
대체로 관문을 열고 통호를 받아줄 것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면 그들의 긴장을 늦추어서 우리의 근심거리가 사라지게 될 것이고, 그들과의 교섭을 서둘지 않고 천천히 하면 교섭交涉의 어려움을 보여주어 그 약정을 성실하게 지키게 될 것입니다.
성상聖上께서는 직용도각直龍圖閣께서 이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였을까 걱정하시기 때문에 문서에 이 사실을 갖추어 설명하고 지휘하는 조서詔書를 내려 보냈던 것입니다.
만약 서하西夏에서 보낸 문서가 있어서 글의 논리가 공순恭順하면 즉시 접수하여 황상皇上께 보고하시고, 즉시 국경지대에 분명하게 게시하여 우리의 이민吏民과 저들로 하여금 거국적擧國的으로 조정朝廷의 뜻을 모두 알도록 함이 마땅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