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王立學以敎之하고 設官以達之하며 置使以喩之하야 禁誅亂名하니 豈苟然哉리잇가
循而發之는 實在聖時하니 豈臣愚憧으로 敢逮斯事리잇가
(中謝) 蓋聞物生而有情하고 情發而爲聲하니 聲以類合이면 皆足相知라호이다
故上下內外와 初終前後와 中偏左右는 自然之位也오 衡邪曲直과 耦重交析과 反缺倒仄은 自然之形也오 發斂呼吸과 抑揚合散과 虛實淸濁은 自然之聲也오 可視而知하고 可聽而思는 自然之義也니이다
以義自然이라 故僊聖所宅이 雖殊方域하야 言音乖離하고 點畫不同이나 譯而通之는 其義一也니이다
道有升降하야 文物隨之하니 時變事異면 書名或改나 原出要歸는 亦無二焉이니이다
乃若知之所不能與하고 思之所不能至면 則雖非卽此而可證이나 亦非捨此而能學이니
伏惟皇帝陛下는 體元用妙하사 該極象數하시고 稽古創法하사 紹天覺民하시니이다
乃惟玆學이 隕缺弗嗣하사 因任衆智하사 微明顯隱하시니이다
蓋將以祈合乎神旨者는 布之海內나 衆妙所寄는 窮之實難이니이다
而臣頃御燕閒에 親承訓勅이나 抱痾負憂하야 久無所成이요
退復自力하야 用忘疾憊하고 咨諏討論하며 博盡所疑하야 冀或涓塵이 有助深崇하야
표表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사륙변려체四六騈儷體로 짓지는 않았으나 문자文字에 대하여 설명한 부분이 특히 빼어나다.
삼가 생각하옵건대 글이 세상에 쓰여진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선왕先王들은 학교學校를 세워 이를 가르쳤고, 관청官廳을 설치하여 이를 분명하게 통달하도록 하였으며, 담당자를 두어서 이를 효유曉諭하여 명칭을 어지럽히는 것을 금지하였으니, 어찌 구차히 영합하고자 하여 그렇게 한 것이었겠습니까.
대체로 이로써 도덕道德의 귀착점歸着點을 동일하게 하고 명분名分과 법法을 동일하게 지키도록 한 것일 따름입니다.
도道가 쇠미해져서 드러나지 않게 되자 관청은 없어지고 학교는 폐지되었습니다.
이 도道를 계승하여 드러낸 것은 실로 성군聖君이 다스리던 때였으니, 어찌 신같이 우매한 사람이 감히 이런 일에 끼어들 수 있겠습니까.
(中謝) 만물이 태어나면 정情을 갖게 되고, 정情이 밖으로 드러나면 성聲이 되니, 그 성聲은 동류同類끼리 동일同一하면 모두 서로 뜻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의 성聲은 말이 되고 이를 기술記述해 놓은 것이 자字가 되었습니다.
문자文字는 비록 사람이 만든 것이지만 근본은 실로 자연에서 나온 것입니다.
봉황새의 깃털에는 무늬가 있고 하도河圖에는 화畫이 있으니, 이는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요 사람은 이를 본받은 것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상하上下나 내외內外, 초종初終과 전후前後, 중편中偏과 좌우左右는 자연히 이루어진 자리이고, 평형平衡과 기울어짐, 굽음과 곧음, 짝수와 홀수, 합침과 나뉨, 반전反轉과 후결朽缺, 거꾸러짐과 기울어짐 등은 자연히 이루어진 모습이며, 펼침과 거두어들임, 내쉼과 들어마심, 억제와 선양, 합침과 흩어짐, 빔과 참, 맑음과 흐림 등은 자연히 이루어진 소리이고, 보면 알 수 있고, 들으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자연히 이루어진 이치입니다.
이치가 저절로 그러하기 때문에 옛 성인聖人들은 사는 곳이 비록 지역이 달라서 소리의 음이 서로 어긋나고 문자의 점획이 같지 않다 해도 통역을 하면 서로 통하게 되는 것은 그 원리가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도道는 발전하기도 하고 퇴보하기도 하는데, 예악제도禮樂制度는 그에 따르게 되며, 시대가 변하고 일이 바뀌면 글과 이름도 혹 바뀌기도 하지만, 그 본원本原에서 나와 도道의 핵심核心으로 귀착歸着되는 것은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이에 만약 그들에게 가르쳐도 알려 줄 수가 없고 생각해도 같은 경지에 이를 수가 없으면, 비록 이를 근거로 하여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또한 이를 제외하고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입니다.
대체로 천하의 지극히 신묘神妙한 지혜智慧를 가진 자만이 이를 궁구할 수 있을 뿐입니다.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황제폐하께서는 천지天地의 원기元氣를 근본으로 하시고 이를 신묘하게 운용하셔서, 만물萬物이 지니고 있는 원리原理에 두루 통달하시며, 옛 일을 상고上考하여 법을 만드시고, 천명天命을 계승하여 백성들을 교화敎化하십니다.
이에 이 학문(文字學)이 몰락沒落하고 결실缺失하여 계승이 되지 않았음을 유념하셔서, 그 때문에 여러 지혜있는 사람들에게 연구하도록 하여, 현묘玄妙한 이치를 알아서 은미隱微한 것을 밝게 드러내도록 하셨습니다.
이에 장차 성스러운 황상皇上의 뜻에 부합하기를 기원하는 사람들이 천하에 널리 퍼지게 되었으나, 문자文字에 내함內含되어 있는 많은 은미隱微한 점은 끝까지 궁구窮究하는 일은 실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신臣이 전에 황상皇上을 모시고 공무公務에 한가한 틈이 나자 친히 이를 연구해보도록 신칙申飭하셨으나, 병이 든데다가 근심거리도 있어서 오랫동안 연구하지 못했습니다.
비록 전前에 이미 이루어진 문자학文字學에 대한 원고 일부를 바친 일이 있었으나 하자瑕疵를 범犯할까봐 크게 두려워하였습니다.
물러나서는 질병과 피곤함을 잊고 더욱 연구에 매진하여 헤아려보고 토론하며 의심되는 점은 두루 궁구하기를 다하여, 혹 미천한 몸으로나마 힘을 다하여 심오深奧하시고 숭고崇高하신 황상皇上께 도움이 있기를 기약하였습니다.
이에 삼가 《자설字說》 24권卷을 편찬하여 표表와 함께 올리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