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이곳에 우거寓居할 때에, 그대와 왕래하며 교유했으니,
나를 아껴주고 나를 부지런히 도우면서, 나의 어려움을 급히 해결해주었었네.
한 시대의 세월이 탄환이 튀듯이 빨리 지나가니
남북으로 헤어져 지낸 지가 얼마였던가, 서로 만나면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었었네.
지난해에 상기喪期를 마치고 함께 놀던 옛 자취를 찾으니,
손을 맞잡고 담소談笑한 일이, 어젯밤의 일처럼 느껴졌네.
며칠 동안을 손꼽으면서, 그대 탄 배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었지.
어찌 알았으랴, 일년一年이 지나 곡하는 뜰에서 망자亡者인 그대를 볼 줄이야!
그대의 가정家庭에서의 행실行實은, 법도法度에 맞게 처신하였다고 말할 수 있으니,
그 지혜智慧와 능력能力을 또한 어찌 쉽게 얻을 수 있겠는가?
노경老境에 이르러 한 사람의 생명이, 먼 타향에서 운명하였으니,
어찌 오직 옛 친구만이, 탄식하고 아깝게 여길 뿐이리오.
관棺을 어루만지며 한잔 술 올려서, 이로써 비통한 마을을 고告할 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