繼蒙賜臨하사 傳喩聖訓하시니 徬徨踧踖하야 無所容措로소이다
某羇孤無助라가 遭値大聖하야 獨排衆毁하시고 付以宰事하시니 苟利於國이면 豈辭糜殞이리잇가
顧自念行不足以悅衆
하야 而怨怒實積於親貴之尤
하고 로소이다
且據勢重而任事久하니 有盈滿之憂요 意氣衰而精力弊하니 有曠失之懼로소이다
歷觀前世大臣하니 如此而不知自弛하고 乃能終不累國者는 蓋未有也니이다
此某所以不敢逃逋慢之誅
하고 欲及辠戾未積
하야 得優游里閭
하야 爲聖時
之臣
하야
伏惟明公은 方佐佑大政하사 上爲朝廷公論하시고 下及僚友私計하시니 謂宜少垂念慮하사 特賜敷陳하소서
心之精微는 書不能傳하니 惟加憫察하시면 幸甚이로소이다
공公은 주상의 깊은 알아줌을 입었으면서도 오히려 떨며 두려워함이 이와 같았다.
전임자前任者에 이어 왕림枉臨하셔서 성상聖上께서 훈계하시는 말씀을 전해 주시니 송구스럽고 당황스러워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지방 출신의 외로운 사람으로 돕는 이가 없었는데, 크게 성스러우신 황제皇帝께서 다스리는 시대를 만나게 되어 홀로 많은 사람들의 비방을 물리치시고 재상의 직무를 맡기셨으니, 진실로 나라에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어찌 죽음인들 사양하겠습니까.
스스로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제가 한 행위는 많은 이들을 기쁘게 하기에 부족하여 원망과 노여움이 황상皇上의 근친과 고관들에게 쌓여 갔으며, 지혜는 사람들의 알아줌을 받기에 부족하여 친교가 두터웠던 사람들에게서 음험陰險하고 사벽邪僻한 인물로 늘 배척排斥을 받았습니다.
또한 세력이 많음에 기대어 재상의 직무를 오랫동안 담당하여 가득차면 기울어지게 되는 재앙災殃에 빠지게 되었고, 의기意氣는 쇠약해지고 정력精力은 피곤해져서 일을 그르칠까봐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전以前 시대의 대신大臣들을 두루 살펴보니, 이와 같은 처지에 있으면서 스스로 물러날 줄 몰랐던 사람으로, 끝까지 국가에 누累를 끼치지 않았던 사람은 있은 일이 없습니다.
이것이 모某가 감히 태만하고 불경不敬하다는 꾸짖음을 피하지 않고 죄과罪過가 누적되지 않도록 하여 고향마을로 돌아가 편안히 노닐면서 태평성대太平聖代에 그만둘 때를 알아서 위험에 빠지는 일을 피할 줄 아는 신하가 되고자 하는 소이所以입니다.
이렇게 물러나서 행여 천하天下 후세後世에 황상皇上께서 발탁하여 직무를 맡기셨던 일에 대하여 비난하고 비판하는 바가 없게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현명하신 공公께서 때마침 큰 정사政事를 보필輔弼하시며, 위로는 조정의 공론公論을 이끄시는 일부터 아래로는 요우僚友들의 개인적인 일의 해결에 이르기까지 미치고 계시니, 생각하건대 마땅히 모某에게도 조금 은혜를 베풀어 염려해 주셔서 특별히 황상께 일일이 말씀을 해주시는 은혜를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모某는 이미 황상皇上께 장표章表를 올릴 수 없으니, 믿는 바는 현명하신 공公의 한마디 말씀뿐입니다.
마음에 품은 세세한 일들은 편지로는 전할 수가 없으니, 오직 연민憐憫의 마음으로 살펴 주신다면 심히 다행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