且我之所代는 實在有隋니 隋氏亂亡之源은 聖明之所臨照니이다
以隋氏之府藏
注+⑲ 以隋氏之府藏:去聲.으로 譬今日之資儲
하고 以隋氏之甲兵
으로 況當今之士馬
하고 以隋氏之戶口
로 校今時之百姓
하여 度長比大
注+⑳ 度長比大:度, 待洛切.인댄 曾何等級
注+㉑ 曾何等級:曾, 音層.이리잇가
然隋氏以富强而喪敗는 動之也요 我以貧窮而安寧은 靜之也하니
靜之則安
하고 動之則亂
은 人皆知之
라 非隱而難見也
요 非微而難察也
니이다 然鮮蹈平易之塗
注+㉒ 鮮蹈平易(이)之塗:鮮, 上聲. 易, 以豉切, 後同.하고 多遵覆車之轍
은 何哉
잇가
在於安不思危하고 治不念亂하고 存不慮亡之所致也니이다 昔隋氏之未亂에 自謂必無亂하고 隋氏之未亡에 自謂必不亡이라
所以甲兵屢動하고 徭役不息하여 至於將受戮辱하되 竟未悟其滅亡之所由也하니 可不哀哉잇가
夫鑑形之美惡
인댄 必就於
하고 鑑國之安危
인댄 必取於亡國
이니이다
故詩曰 殷鑑不遠
이라 在夏后之世
注+㉓ 殷鑒不遠 在夏后之世:詩大雅蕩篇之辭.라하고 又曰 伐柯伐柯
여 其則不遠
注+㉔ 伐柯伐柯 其則不遠:詩豳風伐柯篇之辭.이라하니이다
臣願當今之動靜은 必思隋氏하여 以爲殷鑑하시면 則存亡治亂을 可得而知니이다
若能思其所以危면 則安矣요 思其所以亂이면 則治矣요 思其所以亡이면 則存矣니
知存亡之所在하여 節嗜欲以從人하며 省遊畋之娛하고 息靡麗之作하고 罷不急之務하고 愼偏聴之怒하며
近忠厚
하고 注+㉕ 遠便佞:遠, 去聲. 便, 平聲.하며 杜悅耳之邪說
하고 甘苦口之忠言
하며 去易進之人
하고 賤難得之貨
하며
採堯舜之誹謗
注+㉖ 堯舜之誹謗:堯舜設誹謗之木於五達之衢, 以書政治之愆失.하고 追禹湯之罪己
注+㉗ 禹湯之罪己:左傳 “禹湯罪己, 其興也勃焉.”하며 惜十家之産
注+㉘ 惜十家之産:見納諫篇注.하고 順百姓之心
하며 하여 恕以待物
하며
思勞謙以受益
注+㉙ 思勞謙以受益:易謙卦九三 “勞謙, 君子有終, 吉.”하고 不自滿以招損
注+㉚ 滿以招損:虞書曰 “滿招損, 謙受益.”하여
하고 出言而千里斯應
注+㉛ 出言而千里斯應:易大傳曰 “君子居其室, 出其言善, 則千里之外應之.”하여 超上德於前載
하고 樹風聲於後昆
이니이다
此聖哲之宏規요 而帝王之大業이니 能事斯畢은 在乎愼守而已니이다
우리가 대신한 곳은 실로 수隋나라입니다. 수나라가 혼란과 멸망에 이르게 된 근원은 성스럽고 현명하신 성상께서 직접 살펴보신 바입니다.
수나라 창고에 저장된 물자를 가지고
注+〈장藏(저장)은〉 거성去聲이다. 지금 저장된 물자에 비교해보고 수나라의 병력을 가지고 지금의 병력에 비교해보고 수나라의
호구수戶口數를 가지고 지금의 백성과 비교해볼 때 그 길이를 따지고 크기를 견주면
注+도度(헤아리다)은 대待와 낙洛의 반절이다. 어찌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注+증曾(일찍이)은 음音이 층層이다.
하지만 수나라가 부강함에도 패망한 것은 백성을 소동케 했기 때문이고, 우리가 빈궁함에도 평안한 것은 백성을 안정시켰기 때문입니다.
안정시키면 평안하고 소동시키면 혼란한 것은 사람들이 모두 아는 것으로, 숨어 있어 보기 어려운 것이 아니고 미묘해서 살피기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평이한 길을 밟는 것이 드물고
注+선鮮(적다)는 상성上聲이다. 역易(쉽다)는 이以와 시豉의 반절이다. 뒤에도 같다., 전복된 과거 전례를 따르는 것이 많은 것은 어째서입니까.
편안할 때 위기를 생각하지 않고 다스려질 때 혼란을 염려하지 않고 살아 있을 때 죽음을 고려하지 않는 탓입니다. 예전 수隋나라가 혼란스럽지 않을 때 스스로 반드시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하였고, 수나라가 망하지 않았을 때 스스로 반드시 망하지 않을 것이라 했습니다.
그 때문에 병력을 자주 동원하고 요역徭役을 멈추지 않아, 장차 죽임과 능욕을 당할 처지에 이르렀음에도 끝내 그 멸망의 원인을 알아채지 못했으니, 안타깝다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모양의 아름다움과 추함을 살필 땐 반드시 잔잔한 물에 나아가고, 국가의 안정과 위기를 살필 땐 반드시 망국에서 찾습니다.
그래서 《
시경詩經》 〈
대아大雅 탕蕩〉에 이르기를, ‘
은殷나라의 거울삼을 것이 멀리 있지 않고
하후시대夏后時代에 있다.’라고 하고
注+《시경詩經》 〈대아大雅 탕蕩〉편의 내용이다., 또 〈
빈풍豳風 벌가伐柯〉에 이르기를, ‘도끼자루 감을 베고 도끼자루 감을 벰이여! 그 크기 기준이 멀리 있지 않다.’라고 했으니
注+《시경詩經》 〈빈풍豳風 벌가伐柯〉편의 내용이다.,
신은 바라옵건대, 지금의 소동과 안정은 반드시 수隋나라를 떠올려, 그것을 거울로 삼는다면 생존과 멸망, 치세와 난세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위태해지는 이유를 생각해낸다면 편안할 것이고 혼란해지는 이유를 생각해낸다면 다스려질 것이고 패망하게 된 이유를 생각해낸다면 생존할 것입니다.
생존과 멸망의 소재를 알아차려 사적인 기호와 욕구를 절제하며 남의 충고를 따르고, 유람과 사냥의 오락을 줄이고 화려한 궁궐의 축조를 멈추고 시급하지 않은 일을 파하고 한쪽 말만 들어 노여워함을 신중히 하며,
충성스럽고 후덕한 사람을 가까이하고, 말 잘하는 사람을 멀리하며
注+원遠(멀리하다)은 거성去聲이며, 편便(말 잘하다)은 평성平聲이다. 귀만을 기쁘게 하는 말을 막고, 입에 쓴 충직한 말을 달게 여기며, 경솔하게 나서는 사람을 물리치고, 얻기 어려운 재화를 천시하며,
요堯‧
순舜이 설치한
비방목誹謗木을 본받고
注+요순堯舜이 다섯 방향으로 통하는 거리에 비방목誹謗木을 설치해서 정치의 잘못을 쓰게 했다. 우禹‧
탕湯이 자신에게 죄를 돌린 것을 떠올리며
注+《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장공莊公 11년 조에 “우왕禹王과 탕왕湯王이 자신에게 죄를 돌렸으므로 그 흥기가 빨랐다.”라고 하였다.,
한 문제漢 文帝처럼 열 가구의 재산을 아끼고
注+〈논납간論納諫〉편 주석에 보인다., 백성의 마음에 순응하며, 가깝게 자신에게서 잣대를 취하여 자기의 입장에서 남을 대하며,
공로를 세워도 겸손하여 이익을 얻을 것을 생각하고
注+《주역周易》 겸괘謙卦 구삼효사九三爻辭에 “공로를 세워도 겸손함이니 군자君子가 끝마침이 있어 길吉할 것이다.”라고 했다., 스스로 교만하여 손해를 불러서는 안 될 것입니다.
注+《서경書經》 〈우서虞書 대우모大禹謨〉에 “가득 참은 손해를 부르고 겸손함은 이익을 받는다.”라고 했다.
이렇게 하여 움직이면 뭇 백성들이 화합하고 말을 하면 천 리 먼 곳에서도 호응하여
注+《역대전易大傳》(〈계사전繫辭傳〉)에서, “군자君子가 그 방에 있으면서 내놓은 말이 훌륭하면 천리 밖에서 호응한다.”라고 했다. 고상한 덕이 지난 시대를 초월하고 기풍과 명성을 후대에 전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성스럽고 슬기로운 큰 규모이고 제왕의 위대한 사업이니, 이러한 일을 완성하는 것은 신중히 지키는 데에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