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 范蠡諫句踐勿許吳成卒滅吳
[大義]越王 句踐이 오나라를 격파한 뒤 吳王 夫差의 간절한 화친 요청에 마음이 흔들려 허락하려고 하자, 범려가 이를 결연히 반대하여 끝내 오나라를 멸망시킴. 대의>
吳王帥其
과 與其
하고 以上姑蘇
하야 使王孫雄[雒]行成於越
하야 曰
昔者
에 上天降禍於吳
하야러니 今
其圖不穀
하시니 不穀請復會稽之和
하노이다
臣聞之
호니 聖人之功
은 時爲之庸
하니 得時弗成
이면 天有
이라호이다
先人有言曰
이라하니 今君王不斷
하시니 其忘會稽之事乎
잇가
昔者에 上天降禍於越하야 委制於吳어늘 而吳不受러니
今將反此義以報此禍하니 吾王敢無聽天之命하고 而聽君王之命乎아
今
稻蟹不遺種
이어늘 子將助天爲虐
하니 不忌其不祥乎
아
故濱於東海之陂
하야 黿
魚鼈之與處
하고 而鼃黽之與同
하니 余雖靦然而人面哉
나 吾猶禽獸也
니 又安知是
者乎
아
范蠡不報於王하고 擊鼓興師以隨使者하야 至於姑蘇之宮하야 不傷越民하고 遂滅吳하다
243. 범려范蠡가 구천句踐에게 오나라와 화친을 허락하지 말라고 간諫하여 마침내 오나라를 멸망시키다
월왕越王이 군사를 거느리고 오吳나라를 포위한 지 3년 만에 오吳나라 군대가 저절로 무너졌다.
오왕吳王부차夫差가 자신의 현량賢良과 중록重祿을 거느리고 고소대姑蘇臺에 올라 왕손王孫락雒을 시켜 월越나라에 화친和親을 요구하면서 말하였다.
“예전에 하늘이 오吳나라에 재앙을 내려 회계산會稽山에서 죄를 얻었었는데, 지금 군왕君王께서 나를 도모하니 나는 회계會稽에서 행한 화친和親을 회복하기를 요청합니다.”
월왕越王이 차마 마지못하여 허락하려고 하자, 범려范蠡가 간언諫言을 올려 말하였다.
“신臣은 들으니, ‘성인聖人이 공업功業을 이룬 것은 시기를 잘 이용하기 때문이니, 시기를 얻고서도 일을 이루지 못하면 하늘이 도리어 그 사람에게 재앙을 되돌려 준다.’라고 하였습니다.
하늘의 변화하는 주기는 길지 않아 5년이면 다시 되돌아옵니다.
작은 재앙은 주기가 빠르게 들고 큰 재앙은 주기가 늦게 옵니다.
앞 시대의 사람이 말하기를, ‘도낏자루를 베는 사람은 도낏자루의 모양이 먼 곳에 있지 않고 바로 쥐고 있는 도낏자루에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군왕君王께서 우물쭈물하면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시니 회계산會稽山에서의 치욕을 잊으셨습니까?”
월왕越王이 말하였다. “좋소.” 하고는 오吳나라의 화친和親 요청을 허락하지 않았다.
오吳나라의 사자使者가 돌아갔다가 다시 와 화친和親을 요청하면서 말이 더욱 겸손하고 예절을 더욱 높이 공경하였다.
월왕越王이 다시 화친和親을 허락하려고 하자, 범려范蠡가 간諫하였다.
“우리를 아침 일찍 나와 밤늦게 퇴근하여 국사國事에 애쓰게 한 것이 어찌 오吳나라가 아닙니까?
우리들과 삼강三江과 오호五湖의 이익을 다투게 한 것이 어찌 오吳나라가 아닙니까?
10년 동안 죽을 애를 쓰며 계책을 세워 하루아침에 버리면 되겠습니까?
오吳나라를 멸망시키는 일이 쉽게 이루어질 희망이 있습니다.”
“나는 허락하려고 하지 않으나 오吳나라의 사자使者에게 대답하기가 어려우니, 그대가 대답하시오.”
범려范蠡가 왼손에는 북을 들고 오른손에는 북채를 잡고서 사자使者에게 대답하여 말했다.
“예전에 하늘이 월越나라에 재앙을 내려 오吳나라에 귀순하여 다스림을 받겠다고 했으나 오吳나라가 천명天命을 받지 않았었다.
지금 우리는 〈하늘이 주는 것을 받지 않은 오吳나라의〉 잘못한 도리道理를 바꾸어 예전에 우리가 받았던 재화災禍를 갚으려는 것이니, 우리 군왕君王께서 감히 하늘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오왕吳王의 명령을 따르겠소?”
‘하늘이 내리는 재앙을 도와서 포악한 짓을 하지 말아라.
하늘이 내리는 재앙을 도와서 포악한 일을 하는 자는 불길不吉하다.’고 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게가 벼를 갉아먹는 재앙을 만나 곡식 종자가 남아 있지 않은데, 그대들은 하늘이 내리는 재앙을 도와 포악한 짓을 하려고 하니 자신에게 미칠 불길不吉함은 꺼리지 않소?”
“왕손王孫대부大夫야, 예전의 우리 선군先君은 주周나라 왕실王室의 자작子爵의 반열班列도 이루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동쪽 바닷가에 자리를 잡아 자라‧악어‧물고기들과 함께 어울려 살고, 개구리‧맹꽁이 따위와 물가에서 함께 지내었으니, 우리가 이목구비耳目口鼻를 갖춘 사람의 얼굴은 하고 있으나, 우리는 금수禽獸와 같으니 우리가 또 어떻게 교묘하게 잘하는 언변을 들어 알 수가 있겠소?”
“존경하는 범대부范大夫야! 그대는 하늘이 내리는 재앙을 도와 포악한 짓을 하려는가?
하늘을 도와 포악한 짓을 하면 불길不吉함을 당하게 되는 것이오.
나는 월왕越王을 뵙고 다시 말할 기회를 요청하오.”
“우리 군왕君王께서는 이미 일을 맡아 처리하는 사람에게 이 일의 권한을 맡겼소.
일을 맡아 처리하는 사람이 그대 때문에 죄를 얻게 함이 없도록 하시오.”
범려范蠡가 월왕越王에게 보고하지 않고 직접 북을 치며 군사를 출동시켜 돌아가는 오吳나라 사자使者의 뒤를 따라 고소대姑蘇臺의 오吳나라 왕궁王宮에 진입하여 월나라 백성은 다치게 하지 않고 마침내 오吳나라를 멸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