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幕府至鄧之北境이 凡五百餘里요 自庚子至甲辰이 凡五日이라 手披目視하고 口詠其言하며 心惟其義하니 且恐且懼하야 忽若有忘하야 不知鞍馬之勤과 道塗之遠也로라
夫澗谷之水
는 深不過
이요 之山
은 高不能踰
이니 人則
라가
閤下負超卓之奇材
와 畜雄剛之俊德
이 하야 無有
하고 而又貴窮乎公相
하고 威動乎
하니 天子之毗
요 之師
라
故其文章言語
가 與事相侔
하야 하고 하며 하고 하며 豐而不餘一言
하고 約而不失一辭
하며 其事信
하고 其理切
이라
夫馬之智不賢於
며 農之能不聖於
로되 然且
者
는 聖賢之能多
하고 農馬之知專故也
니라
今愈雖愚且賤이나 其從事於文이 實專且久하니 則其贊王公之能하고 而稱大君子之美라도 不爲僭越也라
04. 등주鄧州 북쪽에서 양양襄陽 우상공于相公에게 올린 편지
상대를 기린 것 같으나, 사실은 자신을 드러낸 것이다.
보내주신 〈문무순성악사文武順聖樂辭〉와 〈천보악시天保樂詩〉와 〈독채염호가사시讀蔡琰胡笳辭詩〉와 〈이족종移族從〉 및 〈여경조서與京兆書〉를 받았습니다.
막부幕府에서 등주鄧州 북경北境까지의 거리가 모두 500여 리이고, 경자일庚子日에 출발하여 갑진일甲辰日에 도착하기까지 모두 5일이 걸렸는데, 5일 동안 손으로 피봉을 뜯어 눈으로 보며 입으로 그 시문詩文을 읊조리고 마음으로 그 뜻을 생각하노라니, 황공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여 마치 무엇을 잊은 것처럼 황홀하여, 말을 타는 괴로움도 길이 먼 것도 몰랐습니다.
저 골짜기 물은 깊이가 한 자에 지나지 않고, 작은 토산土山은 높이가 한 길도 되지 않으니, 사람들은 가벼이 여겨 함부로 대합니다.
그러다가 태산泰山의 높은 절벽에 오르고 대해大海의 거센 파도를 목도함에 미쳐서는 벌벌 떨면서 넋이 나가 정신이 멍해지지 않는 자가 없습니다.
보이는 광경이 눈앞에서 변하면 심경心境이 안에서 바뀌는 것은 이 또한 당연한 이치입니다.
합하閤下께서는 지니신 탁월한 재능과 쌓으신 웅대雄大하고 강건剛健한 대덕大德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서 끝이 없으시며, 또 고귀高貴함은 공상公相(公卿)에 이르고[窮] 위엄威嚴은 관할지역管轄地域에 진동하니, 천자天子의 보좌輔佐이고 제후諸侯의 사표師表이십니다.
그러므로 합하의 문장과 언론이 사적事績과 서로 부합하여, 진동하는 위엄이 천둥처럼 맹렬하고 은하銀河처럼 광대하며, 순정純正한 악성樂聲은 소호韶濩와 어울리고 강건剛健한 기개氣槪는 금석金石이 기운을 잃게 하며, 문사文辭가 풍부하되 필요 없는 말이 한마디도 없고, 간략하되 놓친 말이 한마디도 없으며, 거론하신 일은 신뢰信賴할 수 있고 말씀하신 도리는 합당하셨습니다.
공자孔子께서 “덕德이 있는 자는 반드시 훌륭한 말을 한다.”고 하셨는데, 합하閤下야말로 참으로 덕이 있어서 훌륭한 말을 하셨다고 하겠습니다.
양자운揚子雲이 “〈상서商書〉는 호호灝灝(뜻이 광대廣大함)하고, 〈주서周書〉는 악악噩噩(논조가 엄숙嚴肅하고 절직切直함)하다.”고 하였는데, 합하의 문장이야말로 참으로 호호灝灝하고도 악악噩噩하다 하겠습니다.
옛날에 제군齊君이 행군行軍하다가 길을 잃자 관자管子(管仲)가 늙은 말을 풀어놓고서 그 말을 따라가기를 청하였고, 번지樊遲가 농사짓는 법을 배우기를 청하자 공자孔子는 늙은 농부에게 묻게 하셨습니다.
저 늙은 말의 지혜가 이오夷吾(管仲)보다 현능賢能하지 못하고, 늙은 농부의 재능이 이보尼父(孔子)보다 명철明哲하지 못한데도, 〈관자와 공자가〉 이와 같이 한 것은 성인과 현인은 재능이 다양하고 노농老農과 노마老馬는 지혜가 전일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 저는 비록 어리석고 비천하지만 문학에 종사한 것이 전일하고도 오래되었으니, 왕공王公의 재능을 찬양하고 대군자大君子의 미덕을 칭송하여도 분수를 넘는 일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이 말씀드리는 바이니〉 자세히 살펴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