裴子自城來
하야 得足下一書
하고 明日
에 又於
處
에 得足下陝州所留書
하고 하야 不能自休
로라
知足下不得留
하고 僕又爲
일새 欲致一書
足下
하고 幷自舒其所懷
하야 나 일새 卒不能成就其說
이로라
及得足下二書하니 凡僕之所欲進於左右者를 足下皆以自得之하니
僕雖欲重累其辭나 諒無居足下之意外者라 故絶意不爲로라
自念
컨대 遠去
하야 하야 與時世不相聞
이면 雖足下之思我
라도 無所窺尋其
이라 故不得不有書爲別
이요 非復有所感發也
니라
僕少好學問
하야 之外
에 를 未有聞而不求
하고 得而不觀者
로라
然其所志
는 惟在其意義所歸
요 至於
와 陰陽土地星辰方藥之書
하야는 로라
雖今之仕進者
나 然古之人未有不通此而能爲大賢君子者
니라
今幸不爲時所用하야 無朝夕役役之勞하니 將試學焉하노라
力不足而後止
라도 猶將愈於
하야 旣不得而怨天尤人者
리라
懼足下以吾退歸로 因謂我不復能自彊不息이라 故因書奉曉하노니 冀足下知吾之退未始不爲進이요 而衆人之進未始不爲退也로라
二事皆不過後月十日이니 有相問者커든 爲我謝焉하라
문장은 평온하고 조용하지만 자부自負는 범상凡常하지 않다.
성중城中에서 나온 배자裴子 편에 족하足下의 편지 한 통을 받았고, 이튿날 또 최대崔大에게서 족하가 섬주陝州에 있을 때 나에게 주려고 써두었던 편지를 받고는 반복해 읽으며 자세히 완미하는 일을 스스로 그만둘 수 없었습니다.
오래지 않아 족하께서 섬주에 머물 수 없게 된 것을 알았고, 나 또한 고관考官에 의해 탈락하는 치욕을 받았으므로 한 통의 편지를 보내어 족하를 위로하고 아울러 나의 회포懷抱도 풀 겸, 품은 생각을 글로 엮으려 하였으나, 생각이 일어나려다가 다시 멈추었기 때문에 끝내 말을 다 마치지 못하였습니다.
족하께서 주신 두 통의 편지를 받아보니, 그 내용이 모두 내가 족하께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을 족하께서 모두 스스로 알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내가 비록 거듭 말씀드리고 싶어도 진실로 족하의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없을 것이므로 단념斷念하고 편지를 쓰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건대 장차 멀리 떠나 깊은 골짜기나 후미진 물가에 은거隱居하여 세상과 왕래를 끊고 지내면, 비록 족하가 나를 그리워해도 나의 음성과 용모를 찾을 길이 없을 것이므로 편지로 작별을 고하지 않을 수 없어서 〈이 편지를 올리는 것이지〉, 다시 마음속에 느낌이 일어난 바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나는 소년少年 때부터 학문을 좋아하여 오경五經 이외에도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서적書籍에 대해 들으면 구하지 않은 것이 없고, 구하면 읽어보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나의 뜻은 오직 그 글의 주지主旨를 파악하는 데 있었고, 예악禮樂의 명수名數와 음양陰陽‧토지土地‧성신星辰‧방약方藥 등의 학문에 대해서는 한 번도 그 문호門戶를 찾은 적이 없습니다.
비록 오늘날 출사出仕한 자들은 이 방면의 학문을 탐구探求하지 않지만, 옛사람 중에 이 방면의 학문에 정통하지 않고서 대현군자大賢君子가 된 이는 없었습니다.
내 비록 용렬하고 어리석으나 매양 글을 읽을 때마다 이로 인해 스스로 부끄러웠습니다.
이제 다행히 세상에 버림을 받아 아침저녁으로 노고勞苦할 일이 없게 되었으니, 장차 이 방면의 학문을 한 번 배워볼까 합니다.
배우다가 능력이 부족하면 그만두더라도, 오히려 시속時俗 사람들이 경쟁하는 과거科擧에만 정신을 쏟다가 얻지 못하면 하늘을 원망하고 사람들을 탓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족하足下께서, 내가 물러나 동쪽으로 돌아간다 하여, 내가 다시는 자강불식自强不息하지 않을 것으로 여기실까 두려워, 이 편지로 알려드리는 바이니 족하께서는 나(君子)의 후퇴後退는 전진前進의 계기契機가 되지 않은 적이 없고 중인衆人(小人)의 전진은 후퇴의 계기가 되지 않은 적이 없다는 것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마필馬匹을 팔고 나면 즉시 선척船隻을 구하여 동쪽으로 내려갈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일이 모두 다음 달 10일을 넘기지 않을 것이니, 내 안부를 묻는 자가 있거든 나를 대신해 작별의 인사를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