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言之而聽者誰歟며 吾唱之而和者誰歟아 言無聽也하고 唱無和也하며 獨行而無徒也하고 是非無所與同也하니 足下知吾心樂否也아
호되 하니 足下之用心勤矣
며 足下之處身勞且苦矣
라
이로되 獨其心
은 追古人而從之
하니 足下之道
가 其使吾悲也
로라
去年春
에 하야 幸不死
나 無所於歸
하야 遂來于此
하니라
及秋將辭去
나 因被留以
하야 黙黙在此
가 行一年矣
라 到今年秋
하야 聊復辭去
호리라
恐足下不知라 故具此白하노니 冀足下一來相視也니라
제가 족하를 그리는 마음을 미루어 족하도 저를 걱정하고 계실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우리는 각자 일에 얽매여 한 자리에 모이지 못하였습니다.
저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족하를 만나는 것처럼 기쁘지 않은데도 날마다 그들과 함께 지내고 있으니, 족하는 제 마음이 즐거운지 그렇지 못한지 아실 것입니다.
제가 말을 하면 들어주는 이가 누구였으며, 제가 시詩를 읊으면 화답하는 이가 누구였습니까? 〈바로 당신이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말을 해도 들어주는 자가 없고, 시를 읊어도 화답하는 자가 없으며, 홀로 길을 걸어도 따르는 무리가 없고, 시비是非를 평론하여도 동조하는 자가 없으니, 족하는 제 마음이 즐거운지 그렇지 못한지 아실 것입니다.
족하는 문재文才가 뛰어나고 기도氣度(風采)가 청아淸雅(高潔)하여 고인古人의 길을 걸으면서 지금 세상에 살고 계십니다.
전지田地가 없어 〈문자文字로써〉 생계를 꾸리면서도 어버이를 섬김에 일마다 도리를 어김이 없으니, 족하의 마음씀이 수고롭고, 족하의 처신이 괴롭고도 고달프다 하겠습니다.
혼탁한 세상에 섞여 살면서 그 마음만은 고인을 추종追從하니, 족하가 걷는 길이 저를 슬프게 합니다.
저는 작년 봄에 변주汴州의 난리에서 탈출하여 다행히 죽지 않았으나, 돌아갈 곳이 없어서 마침내 이곳으로 왔습니다.
이곳 주인主人은 나와 교분交分이 있는 사이이므로 저의 곤궁함을 가엾게 여겨 저를 부리符離의 휴수睢水 가에 살게 해주었습니다.
가을쯤에 떠나려 하였으나 직사職事(節度推官)에 임명하고서 만류하심으로 인해 아무 말 못하고서 이곳에 있은 지가 거의 1년이 되었으니, 금년 가을에는 다시 떠날까 합니다.
강호江湖는 제가 즐기는 바이니 족하와 함께 노년老年을 보낼 수 있으면 다행이겠습니다.
이습지李習之(李翶)가 제 망형亡兄의 딸을 아내로 맞이하기로 하였는데, 그 시기時期가 다음 달이니 머지않아 이곳으로 올 것입니다.
장적張籍은 화주和州에서 거상居喪 중인데 집안 형편이 매우 가난합니다.
족하가 알지 못하고 계실까 걱정이 되어, 이렇게 갖추어 아뢰는 바이니, 족하도 한 번 오셔서 서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그곳에서 이곳까지가 비록 먼 길이지만 배를 타면 올 수 있으니 속히 계획을 세우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