竊見
하여 按求農田水利
와 與徭役利害
는 以爲方今
守令
은 無可信用
이니 欲有興作
인대 當別遣使
라하나이다
愚陋不達이나 竊以爲國家養材如林하여 治民之官이 棋布海內하니 興利除害를 豈待他人이리잇가
今始有事
에 輒特遣使
하니 使者一出
이면 人人不安
하여 能者
는 嫌使者之
하고 不能者
는 畏使者之議其短
이니이다
徒使官有送迎供饋之煩하고 民受更張勞擾之弊하니 得不補失이어늘 將安用之리잇가
朝廷必欲興事以利民이면 轍以爲職司守令足矣라하니이다
今以職司治民
하니 雖其賢不肖不可知
나 이니 稍加選擇
이면 足以有爲
니이다
是以로 古之賢君은 聞選用職司以責成功하고 未聞遣使以代職司治事者也니이다
蓋自近世
로 政失其舊
하고 에 하여 이나 而卒無絲毫之益
하니 謗者至今未息
이니이다
誠使職司得人하고 守令各擧其事하되 罷非時無益之役하고 去猝暴不急之賦하고 不奪其力하고 不傷其財하여 使人知農之可樂이면 則將不勸而自勵리이다
今不治其本하고 而遂遣使하니 將使使者何從施之리잇가
故
로 可興
이요 農官可置
라하나 某觀職司以下勸農之號
가 何異於農官
이며 이 何異於經界
리잇가
天下水利 雖有未興이나 然而民之勞佚不同하고 國之貧富不等하나이다
因民之佚而用國之富하여 以興水利면 則其利可待어니와 因民之勞而乘國之貧하여 以興水利면 則其害先見이니이다
知生民之勞佚
과 與國用之貧富
면 則水利之廢興
은 可以一言定矣
리이다
而況事起無漸하고 人不素講이어늘 未知水利之所在하고 而先遣使하니 使者所至에 必將求之官吏하리이다
官吏有不知者하고 有知而不告者하고 有實無可告者리니 不得於官吏면 必求於民하고 不得於民이면 其勢將求於中野리이다
或欲使鄕戶助錢而官自雇人
하고 或欲使城郭等第之民與鄕戶均役
하고 니이다
有田以爲生이라 故로 無逃亡之憂하고 朴魯而少詐라 故로 無欺謾之患이니이다
今乃捨此不用
하고 而用
하니 轍恐掌財者 必有
之姦
이요 必有竄逸之弊
니이다
然
이나 較其所獲
이면 縣尉常密
하고 巡檢常疎
하니 非巡檢則愚
요 縣尉則智
라 蓋
가 니이다
今將使雇人捕盜면 則與獨任巡檢不殊니 盜賊縱橫이 必自此始리이다
轍觀 近歲雖使鄕戶頗得雇人
이나 然
이나 至於所雇逃亡
하여는 鄕戶
이니이다
今遂欲於
之外
에 別立一科
하여 謂之
이라하며 以備官雇
하고 하니 雇人之責
은 官所自任
이니이다
且自唐楊炎廢租庸調以爲兩稅
하고 十四年應于賦斂之數
하여 以定兩稅之額
이니 則是租調與庸
을 兩稅旣兼之矣
니이다
少者徭役頻하고 多者徭役簡하니 是以로 中下之戶는 每得休閒이니이다
今不問戶之高低하고 例使出錢助役하니 上戶則便하고 下戶實難이니이다
轍觀
之間
엔 務農最切
이요 而戰陣田獵
이 이니 리이다
人戶
는 雖號
이나 然而緩急之際
엔 郡縣所賴
요 饑饉之歲
엔 將勸之分以助民
이요 盜賊之歲
엔 將借其力以捍敵
이라 故
로 財之在城郭者
는 與在官府無異也
니이다
方今雖天下無事
나 而
之費
는 多取京師
之餘
요 리잇가
品官之家 復役已久
어늘 議者不究本末
하고 徒聞漢世宰相之子 不免戍邊
하고는 遂欲使
을 與
齊役
이니이다
以三大戶之役을 而較之三日之更이면 則今世旣已重矣니 安可復加哉리잇가
蓋自古太平之世
엔 將用其才者
는 皆復其身
하고 旣用其力者
는 皆復其家
니이다
聖人舊法은 良有深意하여 以爲責之以學而奪其力하고 用之於公而病其私면 人所難兼이라
今已去鄕從官
이니 則
은 其勢難詳
이어늘 將使差役之際
에 以何爲據
리잇가
必用丁이면 則州縣有不能知요 必不用丁이면 則官戶之役이 比民爲重이니이다
今朝廷所以
하여 如租佃田宅 斷買
과 貨財 與衆爭利
를 比於平民
에 皆有常禁
이니이다
不意今世에 此論復興하니 衆口紛然하여 皆謂其患必甚於漢이니이다
何者
오 方今
은 才智方略
이 未見桑羊之比
어늘 而朝廷
은 破壞規矩
하고 解縱
하여 使得馳騁自由
하고 惟利是嗜
니이다
今立法之初
라 其說甚美
하여 徒言徙貴就賤
하고 用近易遠
하니 苟誠止於
면 則似亦可爲
니이다
變易旣行에 而不與商賈爭利者를 未之聞也라하나이다
今官買是物에 必先設官置吏하니 簿書祿廩이 爲費已厚니이다
然後에 使民各輸其所有나 非良不售요 非賄不行이라
是以로 官買之價가 比民必貴리니 及其賣也에 弊復如前이니이다
議者不知慮此
하고 이니이다 但恐此錢一出
이면 不可復還
이니이다
且今欲用忠實之人
이면 則患其
이요 欲用巧智之士
면 則患其
니 委任之際
에 尤難得人
이니이다
常平條勅이 纖悉具存이니 患在不行이요 非法之弊니이다
斂散旣得이면 物價自平하여 貴賤之間에 官亦有利니이다
今乃改其成法
하여 雜以靑苗
하고 逐路置官
하여 號爲
하며 別立賞罰
하여 以督增虧
하니 이 何至如此
잇가
而轍以才性朴拙
하고 學問空疏
하여 不同
하니 動成違忤
니이다
苟明公見寬
하여 諒其不逮
하고 特賜
하사 使轍得
一官
하여 苟免罪戾
하고 而明公選賢擧能
하여 以備
면 兩獲所欲
이니 幸孰厚焉
02. 제치삼사조례사制置三司條例司에서 일을 논한 장문狀文
철轍은 최근에 그릇되이 성은聖恩을 입어 관속官屬에 충원되었습니다.
성상聖上의 명을 받은 지가 이제 5개월이 되었으니, 비록 억지로 종사從事하오나 재력才力이 과박寡薄하여 건명建明하는 바가 없습니다.
처리하는 원칙적인 방법에 있어서는 깨닫지 못한 것이 많습니다.
매번 어리석은 소견을 드릴 때마다 장관長官의 의견과 일치되지 않으니, 물러나서 자세히 고려해보면 의혹疑惑을 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분수에 넘침을 헤아리지 않고 우선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가만히 보옵건대, 본사本司가 근일近日에 아뢰어 사자使者 8명을 제로諸路에 나누어 보내 농전農田‧수리水利와 요역徭役의 이해利害관계를 살펴보게 한 것은, 현재 직무를 맡은 수령守令은 신용信用할 수 없으니, 일을 일으키려고 하면 마땅히 별도로 사자使者를 파견해야 한다고 여겨서입니다.
신臣은 어리석고 고루하오나 가만히 생각하옵건대, 국가가 인재를 수풀처럼 많이 양성해서 백성을 다스리는 관원官員이 전국에 바둑알처럼 펼쳐져 있으니, 이익이 되는 일을 일으키고 악폐惡弊가 되는 정사政事를 제거하는 것을 어찌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있겠습니까?
지금 비로소 일이 있음에 특별히 사자使者를 보내니, 사자使者가 한번 나가면 사람들이 불안해하여 유능한 지방관은 행여 사자使者가 자기의 직권을 침범할까 의심하고, 무능한 지방관은 사자使者가 자기의 단점을 거론할까 두려워합니다.
객客과 주主가 서로 기휘忌諱하니 감정에는 통하지 않는 점이 있고, 이利와 해害가 서로 가해지니 일에는 실상을 잃는 점이 많습니다.
사자使者는 조정朝廷이 바야흐로 일을 일으키려는 것을 일단 알았으니 반드시 공효功效가 금방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이런 마음을 품으면 그 누가 아무런 소득 없이 그냥 돌아오려고 하겠습니까?
나라에 무슨 좋지 못한 일이 생길지 조짐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공연히 관官에는 송영送迎하고 공궤供饋하는 번거로운 일이 있게 하고, 백성에게는 경장更張하여 소요하는 폐해를 안겨주게 되므로 득得이 실失을 보상하지 못하는데, 장차 그 방법을 어디에 쓰겠습니까?
조정朝廷에서 반드시 일을 일으켜 백성을 이롭게 하려고 한다면 제 생각에는 직무를 맡은 수령守令이면 족할 것으로 여깁니다.
대개 형세에는 편리하게 여기는 바가 있고 민중에게는 편안하게 여기는 바가 있는 것입니다.
지금은 직무를 맡은 수령守令으로 백성을 다스리고 있으니, 그 수령守令들이 어진지 어리석은지는 비록 알 수 없지만, 민중의 평소 신복臣服 대상이 된 사람이 형세상 관계가 비교적 순활할 것이니, 조금만 더 신중하게 수령守令을 선택한다면 백성을 다스리는 일을 잘할 것입니다.
이러므로 옛날의 현군賢君은 신중하게 수령守令을 선택해서 직무를 맡기어 공적功績을 이루도록 책임 지웠다는 말은 들었고, 사자使者를 보내어 직무를 맡은 수령守令을 대신하여 일을 다스리게 했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습니다.
대개 근세近世로부터 정치하는 것이 옛날에 하던 방법을 잃고서, 균세均稅하는 일이나 관휼寬恤하는 일이나 대소사를 막론하고 걸핏하면 사자使者를 파견하여 그들의 왕래가 길에 끊임없이 이어지지만 결국에는 사호絲毫만 한 이익도 없으니, 비방하는 소리가 지금도 그치지 않습니다.
모르겠거니와 오늘날의 사자使者가 어찌 이와 다르겠습니까?
사자使者를 파견하는 세목細目까지도 타당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농사짓고 뽕나무 심어 누에 치는 일을 권장하는 것과 전야田野를 개간하는 것은 그 일을 맡을 만한 사람이 있으면 그 일이 거행되는 것이니, 그에 대한 실정법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진실로 직무를 맡을 만한 사람을 잘 선택하여 수령守令으로 임용하고, 그 수령守令들이 각각 그 일을 거행하되 적당한 시기가 아닐 때 벌이는 이익 없는 역사役事는 폐지하고, 뜻밖에 생기는 급하지 않은 부세賦稅는 제거하고, 농민의 노력을 침탈侵奪하지 않고, 백성들의 재물을 손상하지 않음으로써 사람들이 농사짓는 즐거움을 알게 하면 권장하지 않아도 스스로 힘쓸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그 근본을 다스리지 않고 드디어 사자使者를 파견하였으니, 장차 사자使者로 하여금 어디에서 어떻게 시행하게 하겠습니까?
의논하는 자들은 모두 “지금 농사에 관한 일이 제대로 수치修治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경계經界를 정리해야 되고 농관農官을 두어야 된다.”고 말하지만, 살펴보건대 직무를 주관한 수령守令 이하의 권농勸農이란 호칭이 농관農官과 무엇이 다르며, 가우嘉祐 이래 방전方田이란 법령이 경계經界와 무엇이 다릅니까?
그 일을 시행한 지 여러 해가 되었지만 이익을 본 적이 있었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이래서 농전農田에 대한 말을 철轍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천하天下의 수리水利를 아직 일으키지 않았으니 〈일을 서둘러야 하겠지만,〉 그러나 백성의 생활에 대한 노고勞苦와 안일安佚이 동일하지 않고, 국가의 재정에 대한 부족과 여유가 동등하지 않습니다.
백성의 생활이 안일하고 국가의 재정이 여유 있을 때에 수리水利를 일으킨다면 그 이익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백성의 생활이 괴롭고 국가의 재정이 부족할 때에 수리水利를 일으킨다면 그 해害가 먼저 나타날 것입니다.
그러니 백성의 생활에 대한 노고勞苦와 안일安佚, 국가의 재정에 대한 부족과 여유를 확실하게 안다면 수리水利에 관한 일을 폐지해야 할 것인지, 일으켜야 할 것인지는 단 한마디 말로 단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수리水利에 관한 일이 점차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갑자기 일어났고 사람들은 평소에 강습講習한 적이 없었거늘, 수리水利의 소재所在를 파악하지 않은 채 우선 사자使者를 파견하였으니, 사자使者가 이르는 곳마다 반드시 관리官吏에게 요구할 것입니다.
관리官吏 중에는 수리水利에 대한 것을 알지 못하는 자도 있고, 알고도 고告하지 않는 자도 있고, 실제로 고告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니, 사자使者는 관리官吏에게 얻지 못하면 반드시 백성에게 구하고 백성에게 얻지 못하면 그 형세는 장차 들판에서 구할 것입니다.
일을 일으킴이 이 지경에 이르러 노고가 이미 심할 대로 심해졌습니다.
이래서 수리水利에 대한 말을 철轍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요역徭役의 일에 대해서는 의논한 자가 몹시 많습니다.
어떤 이는 향호鄕戶가 조역전助役錢을 내게 하여 관官에서 그 돈으로 사람을 고용하게 하자고 주장하고, 어떤 이는 성곽등제城郭等第의 민호民戶를 향호鄕戶와 더불어 역役을 균등하게 하자고 주장하고, 어떤 이는 품관品官의 집을 평민平民과 더불어 일을 함께 하게 하자고 주장합니다.
이 세 가지는 모두 그 이익은 볼 수 있고 그 피해는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역인役人에 있어서 향호鄕戶를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마치 관리官吏에 있어서 사인士人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전토田土를 가지고 생활을 하기 때문에 도망갈 걱정이 없고, 박실朴實하고 노둔魯鈍하여 사기詐欺가 적기 때문에 기만欺謾할 걱정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들을 놓아둔 채 쓰지 않고 뿌리 없이 떠도는 사람을 쓰니, 재정을 맡은 자에게는 반드시 불법으로 돈을 쓰는 간교한 술책이 있을 것이고, 도적을 잡는 일을 맡은 자에게는 반드시 범인을 놓치는 폐단이 있을까 철轍은 염려하옵니다.
지금 국가國家에서 도적을 잡는 관리를 두는 데에는 순검巡檢이 있고 현위縣尉가 있습니다.
그러나 얻는 성과의 과정을 비교하면 현위縣尉는 항상 주도면밀하고 순검巡檢은 항상 허술하니, 순검巡檢은 어리석고 현위縣尉는 지혜가 있어서가 아니라, 대개 궁전수弓箭手가 향호鄕戶의 사람임과 둔주屯駐하는 객군客軍임이 다를 뿐입니다.
지금 사람을 고용해서 도적을 잡게 한다면 단독으로 순검巡檢에게 맡기는 것과 다를 것이 없으니, 도적들이 거침없이 날뛰는 일이 반드시 이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철轍이 보옵건대, 근세近歲에 비록 향호鄕戶로 하여금 고용雇傭할 사람을 찾게 하나, 고용雇傭한 사람이 도망가면 향호鄕戶가 다시 그 책임을 맡게 합니다.
지금 결국 양세兩稅 이외에 따로 1과科를 세워 이를 ‘용전庸錢’이라 하면서 관고官雇에 대비하고, 향호구법鄕戶舊法은 남김없이 혁거革去되었으니, 사람을 고용하는 책임은 관官에서 스스로 맡을 일입니다.
또 당대唐代부터 양염楊炎이 조租‧용庸‧조調를 폐하여 양세兩稅로 만들고 대력大曆 14년에 부렴賦斂에 응하던 수효를 취하여 양세兩稅의 액수로 정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조租‧용庸‧조調를 양세兩稅가 이미 겸한 것입니다.
지금 양세兩稅가 예전과 똑같은데, 어째서 다시 용庸을 취하려고 하십니까?
대개 천하天下의 군현郡縣은 상호上戶는 항상 적고 하호下戶는 항상 많습니다.
적은 경우는 요역徭役이 빈번하고 많은 경우는 요역徭役이 간략하니, 이러므로 중호中戶와 하호下戶는 언제나 한가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가호家戶의 생활수준에 대한 높음과 낮음은 물어보지도 않고 일률적으로 돈을 내어 역役을 돕게 하고 있으니, 상호上戶는 편하고 하호下戶는 실로 어려운 형편입니다.
상하上下‧본말本末의 안배安排가 온당함을 잃었으니, 그것이 옳은 것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의논하는 자들은 모두 “조역법助役法은 요컨대 농부農夫들이 농사짓는 일에 전력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합니다.
철轍은 보옵건대, 삼대三代의 시절에는 농사를 가장 우선으로 힘썼고 전진戰陣과 전렵田獵이 모두 농민에게서 나왔으니, 가령 요역徭役으로 비교한다면 그 경중輕重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성곽城郭에 있는 인호人戶는 비록 겸병兼幷한다고 칭하지만, 위급한 일이 생겼을 때에는 군현郡縣이 그들의 힘을 입게 되고, 기근饑饉이 든 해에는 그들에게 곡물 등을 나누어 빈민을 도우라고 권하게 되고, 적이 침입하는 해에는 그들의 힘을 빌어서 적을 막게 될 것이므로 재물이 성곽城郭에 있는 것은 관부官府에 있는 것이나 다를 것이 없습니다.
현재는 비록 천하天下가 무사無事하지만 삼로군수三路軍需인 군량軍糧과 마초馬草의 매입대금買入代金은 대부분 경성京城에 남아도는 은견銀絹을 팔아오게 되고, 은견銀絹을 배당해서 파는 대상의 백성들은 모두 성곽城郭에 있는데, 만일 그들을 다시 충역充役한다면 장차 어떻게 일을 해낼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그들에게 조금 여가를 주어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하는 것만 못합니다.
이것은 정말 국가의 이익이지, 그 백성들의 이익이 아닙니다.
품관品官의 집은 복역復役한 지 이미 오래거늘, 의논하는 자들은 본말本末은 구명하지 않고 한갓 “한대漢代에는 재상宰相의 아들도 변경에 수자리하는 일을 면하지 못하였다.”란 말만 듣고서는 드디어 사대부士大夫로 하여금 편호編戶와 더불어 역役을 동등하게 하려고 합니다.
한대漢代에는 1년의 경更은 3일에 불과하고, 3일의 고가雇價는 3백 전에 불과하였습니다.
지금 세상에 삼대호三大戶의 역役은 공경公卿 이하로부터 면할 수 있는 자가 없습니다.
삼대호三大戶의 역役을 3일의 경更에 비교하면 지금 세상의 역役이 이미 무겁거늘, 어찌 다시 증가시킬 수 있겠습니까?
예부터 태평太平 세대에는 국자國子와 준조俊造 중에 장차 그 재주를 쓸 수 있는 자는 모두 그 신역身役을 면제하였고, 서리胥吏와 천리賤吏 중에 이미 그 능력을 쓴 자는 모두 그 가역家役을 면제하였습니다.
성인聖人의 옛 법은 매우 깊은 뜻이 있어서 ‘학문을 하도록 하면서 신역身役을 하게 하고 공무公務를 하도록 하면서 가역家役을 하게 하면 사람이 두 가지를 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관호官戶에까지 역役을 시키려고 하는 것입니까?
또 주현州縣의 차역법差役法은 모두 인구를 가지고 높낮이로 삼습니다.
현재 이미 고향을 떠나 관직官職에 종사하고 있으니 인구의 증감은 그 형편상 자세히 파악할 수 없거늘, 차역差役을 하게 할 때에 무엇을 가지고 근거로 삼겠습니까?
사람을 꼭 쓰려고 하면 주현州縣에 파악할 수 없는 불편한 점이 있을 것이고, 사람을 꼭 쓰지 않으려고 하면 관호官戶의 역役이 일반 백성에 비하여 무거울 것입니다.
현재 조정朝廷에서 조약條約으로 관호官戶를 속박束縛하여 조전租佃과 전택田宅을 방장坊場에서 사들이는 일과, 화재貨財를 값의 비싸고 헐함에 따라 사고팖으로써 여러 사람과 이익을 경쟁하는 일과 같은 것은 평민平民과 비교하여 모두 통상적인 금령禁令을 두고 있습니다.
가령 일반 백성과 동등하게 모두 역役을 부여한다면 이전에 금하던 일은 모두 없애야 합니다.
없앤다면 그에 따른 폐단이 반드시 심할 것이고, 없애지 않는다면 아예 평민이 되는 것만 못할 것입니다.
이래서 요역徭役에 대한 말을 철轍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철轍은 또 듣건대 발운發運의 직종을 균수均輸로 고치려 하고 상평常平의 법法을 청묘靑苗로 변경하려 한다고 하니, 저처럼 어리석고 비루한 사람은 또한 그 일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옛날 한漢 무제武帝는 밖으로 사이四夷의 정벌을 일삼고, 안으로 궁실宮室을 일으키니 재용財用이 고갈되어 국력이 지탱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고인賈人 상홍양桑弘羊의 말을 받아들여 물가가 헐할 때에는 사들이고 비쌀 때에는 내다 팔았으며, 이것을 ‘균수均輸’라고 하였는데,
비록 “백성이 부세賦稅를 더 내지 않더라도 국가 재정이 풍족하다.”고 하였지만,
운영방법이 올바르지 못하였기 때문에 관리官吏가 그를 인용하여 간계를 부려 취렴聚斂이 날로 심하였는데, 백성들이 그 피해를 몽땅 받았습니다.
효소孝昭(昭帝)가 즉위하자 학자學者들이 앞을 다투어 그 설說을 배격하였고, 곽광霍光이 백성들의 하고 싶은 일을 거역하지 못하여 따라서 편들어주니, 온 천하 사람들이 마음을 돌이켜서 결국 무사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지금 세상에 이 논論이 다시 일어나니, 여러 사람들이 떠들고 일어나 모두 “그 화환禍患이 반드시 한漢나라 때보다 심할 것이다.”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취렴聚斂하는 신하들은 재지才智와 방략方略이 상홍양桑弘羊에 비할 자가 없거늘, 조정朝廷은 규구規矩를 파괴하고 법률法律을 완화하여 자유자재로 놀아나게 하면서 오직 재리財利만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철轍의 소견으로 보면 반드시 이루 말할 수 없는 해가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입법立法 초기인지라, 그 말씨가 매우 그럴싸해서 “물가가 비싼 곳에서 헐한 곳으로 옮기고, 가까운 곳에 있는 물건으로 먼 곳에 있는 물건을 바꾸게 하는 정도”만을 말하니, 가령 이 정도에만 그친다면 역시 해볼 만한 일일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재화財貨를 빌려주고 관리官吏를 설치하도록 하여 사체事體가 이미 커졌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두 의심하여
“비록 판매販賣한다고 분명하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교역交易하도록 허락한 상태이니,
교역交易이 일단 행해진 마당에 상고商賈와 이익을 다투지 않는다는 것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하는 것입니다.
무릇 상고商賈의 일이란 뒤얽혀 복잡해서 행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물건을 구매할 때에는 구매하기 전에 미리 돈을 건네주고, 물건을 팔 때에는 팔고 나서 값을 받습니다.
여러 방면으로 서로들 성사시키고 여러 경로로 서로 유통시키니, 갑절로 불어나는 이익이 이로 말미암아 얻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따금 손해를 보게 되는 것 또한 예기할 수 없는 일입니다.
현재 관官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에 반드시 먼저 관리官吏를 설치하니, 부서簿書와 녹름祿廩에 드는 비용이 이미 많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 다음에 백성들로 하여금 각각 가지고 있는 것들을 실어오게 하나 좋은 것이 아니면 팔리지 않고, 뇌물이 아니면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러므로 관官에서 구매하는 가격이 백성들에 비하면 반드시 비쌀 것이니, 팔 때에 가서는 폐단이 다시 전과 같아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상고商賈의 이익은 무엇으로 인하여 얻을 수 있겠습니까?
한갓 비방만 비등하게 하고 상려商旅가 통행하는 길만 끊어지게 할 뿐입니다.
의논하는 자들은 이것은 염려할 줄 모르고 심지어 수백만 민緡을 허비해가며 균수법均輸法을 만들려고 합니다만 염려되는 것은, 이 돈은 한번 나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제 충실忠實한 사람을 쓰려고 하면 그의 통상적인 판국에 얽매어 변통할 줄 모를 것이 문제이고, 교지巧智한 인사를 쓰려고 하면 그의 출납이 어지러워 상고하기 어려울 것이 문제이니, 이 일을 위임할 때에 더욱 적임자를 얻기가 어렵습니다.
이래서 균수均輸에 대한 말을 철轍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상평常平의 조례條例가 세밀하게 갖추어져 있으니, 상평법常平法이 시행되지 않는 것이 문제이지, 상평법常平法이 폐단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평常平의 조례條例를 꼭 수정해 밝히려고 한다면 때에 따라 곡물을 거두어들임으로써 농민을 이롭게 하고, 때에 따라 곡물을 방출함으로써 상인을 이롭게 하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거두어들이고 방출하는 일이 일단 제대로 자리 잡히면 물가가 저절로 평형을 유지하여 비싸든 헐하든 간에 관官에도 또한 이익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그 실정법을 고쳐 거기에 청묘법靑苗法을 섞고 제로諸路마다 관리官吏를 두어 제거提擧라 부르며, 따로 상벌법賞罰法을 세워서 증가되고 손실된 점을 감독하니, 법도法度의 어지러움이 어찌 이와 같은 지경에 이른단 말입니까?
더구나 돈이 밖에 풀려 흉황凶荒과 수한水旱을 아랑곳하지 않음에 있어서이겠습니까.
그 돈을 거두어들이면 백성에게 원망이 맺힐 것이고, 그대로 놓아두면 관官은 장차 무엇을 힘입겠습니까?
이래서 청묘靑苗에 대한 말을 철轍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몇 가지 일은 모두 의논하는 자들이 자상하게 논한 바요, 명공明公께서 깊이 연구하신 바입니다.
그러나 철轍은 재성才性이 박졸朴拙하고 학문學問이 공소空疏하여 마음 씀이 동일하지 않으므로 걸핏하면 어기게 됩니다.
비록 힘써서 효과를 보이려고 하지만 형편상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만일 명공明公께서 관용을 베풀어 부족한 점을 양지하시고 특별히 주상主上께 보고하여 철轍은 외임外任의 벼슬 한 자리를 얻어 나가서 죄려罪戾를 면하게 하고, 명공明公은 현명하고 유능한 사람을 뽑아 요좌僚佐를 채우신다면 두 가지 하고 싶은 일이 다 이루어지게 될 것이니, 이보다 더 큰 다행이 어디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