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人之道는 行之而可名이요 名之而可言이니 布之天下而無疑하고 施之後世而無愧니이다
堂堂乎立於四海하니 雖一介之士라도 而無所不安이니이다
今夫天下之人을 天子誰不役其力者언만 而天下皆不敢以爲非하니 此誠得其可役之名而役之니이다
是以로 天子安坐於上이나 而士大夫爲之奔走於下니이다
大者는 爲之運籌畵策하여 治百官以濟其大事하고 而小者는 爲之按米鹽視鞭箠하여 以奉其小職이니이다
文吏
는 爲之簿書會計
하고 詳其出內取予之數
하여 而使天下不敢欺
하고 武吏
는 爲之
하고 習其戰陣攻鬪之事
하여 而使天下不敢犯
이니이다
勞苦其筋力하고 而罄竭其思慮하며 甚者捐首領暴骨肉於原野而不知避니이다
至於田野之民
하여는 耕田而食
하고 或生而不至市井
이나 然
이나 及其有稅而可役
하고 於縣吏之前
엔 恭謹有禮
하니 不敎而自習
이니이다
而其尤難者는 至使之斬捕盜賊하여 挽弓巡徼나 疲弊而不敢求免하니 此豈非食其地之故歟잇가
故로 夫天下之人은 凡天子之所得而使令者니 皆可得而名也니이다
부사府史서도胥徒 古者皆有祿以食其家하고 而其不足者는 皆得計口而受田하여 以補其不給이니이다
夫是以로 能使之盡力於公事하고 而不卹其私計니이다
蓋주대周之所謂官田者는 부사府史서도胥徒之田也니이다
無祿以養其身하고 而無田以畜其妻子하며 又有鞭扑戮辱之患이나 而天下之人이 皆喜爲之하니 其所以責之者는 甚煩且難이요 而其所以使之者는 無名而可言이니이다
而其甚者는 又使之反入錢而後補하니 雖得復役이나 而其所免은 不足以償其終身之勞니이다
天子以無名使之하고 而天下之人도 亦肯以無名而爲之하니 此豈可不求其情哉잇가
夫天子는 擧四海而寄之其臣하고 郡縣之官은 又擧而寄之其郡縣之小吏니이다
刑法之輕重과 財用之多少는 無所不在니이다 是以로 掌倉庫者는 得以爲盜하고 而治獄訟者는 得以爲姦이니이다
爲姦之利는 上足以養父母하고 而下足以畜妻子니이다
是以로 雖無爵祿之勸이나 而可得而使하고 雖有刑戮恥辱之患이나 而不肯捨而去니이다
而其上之人은 驅其無祿之身하여 而遇之以有祿之法이라도 恬不爲怪니이다
此乃公使之爲姦하여 以當其所當得之祿하고 而遂以爲可得而使也니이다
臣愚以爲 凡人之在官은 不可以無故而用其力이니 或使以其稅하고 而或使以其祿이니이다
然이나 臣觀之컨대 方今天下苦財用之不給하여 而用度有所不足하니 其勢必無以及此니이다
今臣亦欲使天下之至於獄者로 皆有所入於官하여 以自見其直하고 而其不直者는 亦皆沒其所入하여 以爲서리胥吏之俸祿이니이다
辨其等差而別其多少하고 以時給之하여 以足其衣食之用이면 其所以取之於民者不苛하고 而其所以爲利者甚博이니이다
蓋上之於民에 常患其好訟而不直하고 以身試法而無所畏忌니이다
而又其所得은 止以厚吏니 此有以見乎非貪民之財也요
而爲吏者는 可以無俟爲姦하고 而有以自養이니 名正而言順이니이다
서리胥吏에게 녹봉을 지급할 것에 대한 논술이다.
문장이 마치 바람이 물 위를 스쳐간 것과 같다.
대인大人(聖人)의 도道는 행하면 정당하게 내세울 수 있는 명분이 있고, 명분이 있으면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말이 있으니, 천하에 펴도 의심할 게 없고, 후세에 시행해도 부끄러울 게 없습니다.
당당하게 사해四海에 우뚝 섰으니, 비록 일개의 선비라 하더라도 불안할 바가 없습니다.
지금 천하의 사람들을 천자天子께서 누구나 그 힘을 사역하지 않겠습니까마는, 천하 사람들이 모두 감히 그르다고 여기지 않으니, 이것은 진실로 사역할 수 있는 정당한 명분을 얻어서 사역하기 때문입니다.
이러므로 천자天子는 위에 편안히 앉아 있고, 사대부士大夫는 아래에서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큰 경우는 꾀를 내고 계책을 세워서 백관百官을 다스려 큰일을 이루고, 작은 경우는 미염米鹽에 관한 일을 살피고 편추鞭箠(刑罰)에 대한 일을 살펴서 사소한 직무를 봉행합니다.
문리文吏는 부서簿書와 회계會計를 담당하고 출납出納과 취여取與의 숫자를 상세하게 밝혀서 천하 사람들이 감히 속이지 못하게 하고, 무리武吏는 창을 가지고 갑옷을 입고서 전진戰陣과 공투攻鬪하는 일을 익혀 천하의 도적이 감히 범하지 못하게 합니다.
그 근력筋力을 수고롭게 하고 그 사려思慮를 다하며 심한 경우는 원야原野에서 머리를 버려 골육骨肉을 드러내더라도 피할 줄 모릅니다.
전야田野의 농민에 이르러서도 밭을 갈아 밥을 먹고, 더러는 태어나서 시정市井에 한 번 가보지 못했어도 세금 거둘 때에는 사역할 수 있고, 허리를 굽히고 빠른 걸음으로 현리縣吏(縣官) 앞을 지나갈 때에는 공근恭謹하게 예의를 갖추니, 이것은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익히는 것입니다.
그중에 더욱 어려운 것은 도적盜賊을 잡기 위하여 활을 가지고 순찰하게까지 하지만, 지친 상태에서도 감히 모면을 구하지 않으니, 이것은 어찌 그 땅을 갈아먹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므로 천하의 사람은 천자天子께서 사령使令할 수 있는 자들이니, 모두 사역할 수 있는 정당한 명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신臣은 다음과 같은 일을 몹시 괴이하게 여깁니다.
부사府史와 서도胥徒가 옛날에는 모두 녹祿이 있어 그 식구를 먹였고, 부족한 경우는 모두 가구家口를 헤아려 전지田地를 받아서 부족한 것을 보충하였습니다.
이러므로 그들로 하여금 공무公務에 힘을 다하고 개인의 생계를 위하여 염려하지 않게 할 수가 있었습니다.
대개 주대周代의 이른바 ‘관전官田’은 부사府史‧서도胥徒의 전지田地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세상의 법은 저자 사람을 거두어 보임시켜 이속吏屬으로 삼게 되어 있습니다.
녹봉祿俸으로 그 몸을 보양하지 못하고 전지田地로 그 처자妻子를 기르지 못하며, 또 매를 맞고 욕을 먹는 걱정이 있으나 천하 사람들은 모두 기쁜 마음으로 이속吏屬을 하게 되는데, 그들이 맡는 것은 몹시 번거롭고 어려운 일이고, 그들을 사역하는 데에는 정당하게 내세울 수 있는 명분이나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말이 없습니다.
그리고 심한 경우는 또한 도리어 돈을 들여놓는 뒤에 보임을 하니, 비록 역役은 면제받지만 그 면제받는 것이 그들의 종신 노역을 보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천자天子께서는 정당한 명분이 없이 사역하고, 천하의 사람들도 기꺼운 마음으로 정당한 명분이 없이 이속吏屬을 하게 되니, 이것은 어찌 그 실정을 궁구하지 않을 수 있는 일이겠습니까?
천자天子는 사해四海의 일들을 그 신하에게 맡기고, 군현郡縣의 관원은 〈사해四海의 일들을〉 또 그 군현郡縣의 소리小吏에게 맡깁니다.
형법刑法의 경중輕重과 재용財用의 다소多少는 없는 곳이 없이 〈어느 곳에나 다 있습니다.〉 이러므로 창고倉庫를 관장한 자는 도둑질을 하게 되고, 옥송獄訟을 다스리는 자는 간계를 부리게 됩니다.
간계를 부리는 이익은 위로는 족히 부모父母를 봉양하고, 아래로는 족히 처자妻子를 양육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까닭 없이 이속吏屬을 편한 마음으로 하게 되는 것은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러므로 비록 작록爵祿의 권장이 없으나 그들을 사역할 수 있고, 비록 형륙刑戮과 치욕恥辱의 우환이 있으나 이속吏屬을 버리고 가려 하지 않습니다.
윗사람은 녹봉이 없는 몸을 몰아다가 녹봉이 있는 법으로 처우하더라도 아무 일 없는 듯이 괴이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이것은 바로 공적으로 간계를 부리게 하여 당연히 얻을 녹봉을 충당하게 하고 드디어 사역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한다면 오히려 무엇을 천하 사람에게 보이겠습니까?
신臣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관직에 있는 사람은 까닭 없이 그 힘을 쓸 수 없으니, 혹은 세금을 가지고 사역하고 혹은 녹봉을 가지고 사역합니다.
그러므로 부사府史와 서리胥吏는 녹봉이 없이 사역할 수 없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신臣이 보건대, 현재 천하는 재용財用이 부족하여 용도用度에 항상 모자란 바가 있는 것을 고민하고 있으니, 그 형세는 반드시 여기에 미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옛날 주관周官의 법法에서는 백성 중에 소송을 하는 자는 속시束矢를 들이게 하고, 옥송獄訟을 하는 자는 균금鈞金을 들이게 하고, 그 정직하지 못한 자를 살펴보고서 그가 들인 속시束矢와 균금鈞金을 몰수하여 관청에 들였었는데, 진한秦漢 이래로 그 법을 비로소 폐지하고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신臣은 또한 천하 사람 중에 옥정獄庭에 이른 자로 하여금 모두 속시束矢와 균금鈞金을 관청에 들여서 스스로 그들의 정직을 보이게 하고, 그중에 정직하지 못한 자는 또한 그가 들인 것은 모두 몰수하여 서리胥吏의 봉록俸祿으로 삼게 하고자 합니다.
그 등차等差를 분변하고 그 다소多少를 구별해서 때에 따라 지급하여 그 의식衣食의 용도를 풍족하게 하면 그가 백성에게 취하는 것이 가혹하지 않고, 그에게 이익이 되는 것도 매우 방대할 것입니다.
대개 윗사람이 백성에 대하여 항상 소송하기를 좋아하되 정직하지 못하고, 몸으로 법을 시험하되 두려워하거나 꺼리는 바가 없는 것을 걱정합니다.
형벌을 주고 또 속시束矢와 균금鈞金을 관청에 들이게 하니, 이것은 그 마음을 깊이 징계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 그 소득은 이속吏屬을 후하게 하는 것에 그치니, 이것은 백성의 재물을 탐하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입니다.
이속吏屬이 된 자는 간계를 부리지 않고도 스스로 보양할 수 있으니, 명분이 바로 서면 말이 순조롭게 시행됩니다.
비록 간계를 부리더라도 따라서 형벌을 주면 또한 자기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을 것입니다.
옛날에 이른바 ‘명분을 바로한다.’는 것은 이와 같은 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