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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洋古典解題集

동양고전해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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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당척언》은 당말(唐末)의 진사과(進士科) 급제자 왕정보(王定保, 870~940)가 오대(五代)(907~960) 시기에 쓴 중국의 대표적인 필기류(筆記類) 문헌이다. 예전 과거(科擧)의 융성 사실을 그리워했던 저자는 그 제도만이 아니라 급제자들의 일화와 풍습을 여기에 자세히 기록하였다. 이 책은 후대 사대부(士大夫)들의 큰 관심을 끌었으며, 지금도 과거제도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무척 중요한 자료이다.

2. 저자

(1) 성명:왕정보(王定保, 870~940)
(2) 자(字):익성(翊聖)
(3) 출생지역:남창(南昌)(현 중국 강서성(江西省) 남창시(南昌市))
(4) 주요활동과 생애
왕정보는 정사(正史)에 독립된 열전이 없다. 하지만 《당척언》에 실린 자술(自述)이나 여러 전적에 산견(散見)되는 기록들을 종합하면 그의 이력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낭야(琅琊) 왕씨로서 좋은 집안 출신인 왕정보는 소종(昭宗) 광화(光化) 3년(900)에 진사과에 합격하였다. 그러나 당말의 혼란 속에서 그는 남쪽으로 내려가 용관경략사(容管經略使)(현 광서장족자치구(廣西藏族自治區) 지역 관할)의 순관(巡官)이 되었다. 이후 청해군절도사(淸海軍節度使)(현 광동성(廣東省) 지역 관할) 유은(劉隱)(874~911) 휘하에 있다가, 그 동생 유엄(劉龑)(889~942)이 세운 남한(南漢)(10國의 하나, 917년부터 971년까지 존속)에서 재상을 역임하였다. 왕정보가 할거(割據) 정권에서나마 이처럼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었던 데는 그의 풍부한 문학적 소양이 일조하였던 듯하다.
(5) 주요저작:왕정보는 생전에 뛰어난 문장가로 칭송되었다고 하지만, 그의 글 중에 현존하는 것이 《당척언》 이외에는 거의 없다.

3. 서지사항

《당척언》은 정확한 편찬 시기를 알 수 없을지라도 10세기 초에 나온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이 책은 쓰이자마자 널리 읽혔고, 남송(南宋) 시기 이후 여러 차례 그 전부 혹은 일부 내용이 판각되었다. 선본(善本)으로 유명한 것은 청대(淸代)에 간행된 아우당총서본(雅雨堂叢書本), 학진토원본(學津討原本), 사고전서본(四庫全書本)이다. 1957년 상하이(上海)의 고전문학출판사(古典文學出版社)가 아우당총서본을 저본으로 한 점교본(點校本) 《당척언》을 출판하였으며, 교감본(校勘本)과 현대어 역서(譯書) 역시 중국에서 간행되었다. 김장환의 국역본 《당척언》도 있는데, 사고전선본을 저본으로 삼은 이 책은 많은 주석과 설명을 덧붙여 그 내용 이해에 큰 도움을 준다.

4. 내용

《당척언》은 총 15권 103편에 436조로 구성되어 있다(각 권 끝에 있는 論과 贊 제외). 각 권의 내용이 뚜렷하게 구분되지는 않으나, 권1⋅2가 주로 과거제도와 관련된 것이라면 권3부터는 급제자의 일화나 풍습에 대한 기록이 많은 편이다. 권3의 첫 편이 마치 이 책의 서문처럼 읽히는 〈산서(散序)〉 편이란 사실도 《당척언》이 이처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짐을 시사한다.
과거제도에 대한 기록은 이 제도의 역사적 기원, 중앙과 지방에서의 시험 방법 등 다양한 내용으로 이루어진다. 당시 조칙(詔勅) 등을 직접 인용하기도 한 이 서술은 꽤 믿을 만하고, 가끔 정사는 물론 현존하는 정서류(政書類) 문헌에 없는 사실까지 포함하여 그 사료적 가치를 더욱 높인다. 다만 당말 이후의 혼란 속에서 태평성대를 그리워했던 왕정보는 “과거 시험의 미담에 대해 듣길 즐겨”(권3, 〈산서〉) 그 제도를 미화하는 경향이 있다.
급제자의 일화나 풍습에 관한 기록도 마찬가지이다. 왕정보 자신이 급제하고 또 당후기 이후 유난히 중시된 진사과의 합격자를 극히 우호적인 입장에서 기술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타 문헌에 없는 진사과 급제자들의 사적(私的) 관행이나 의례 등을 소상히 설명하여 이 시기 사인(士人)들의 행태⋅풍속 이해에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그들의 시문(詩文)도 자주 전재함으로써 이 시기 문학을 연구하는 데도 퍽 유용하다.
그러나 《당척언》이 사료로서 갖는 한계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이 책의 처음과 끝에서 당대의 과거는 고조(高祖, 재위 618~626) 때 이미 확고히 제도화되었고, 그 과목들 가운데 문학적 소양을 중시한 진사과가 태종(太宗, 재위 626~649) 시기에 가장 존숭되었음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이는 기존 연구들에서 잘 밝혀졌듯이 사실과 다르다. 진사과가 시부(詩賦) 위주의 시험으로 바뀌고 관인 선발 방법으로서 특별히 중요해진 것은 빨라도 무측천(武則天, 624~705, 재위 690~705)의 집권 이후인 7세기 후반의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사찬(私撰) 필기류 문헌인 《당척언》은 개인적으로 보고 들은 기록이 대부분이며, 구체적인 제도나 사실과 관계된 부분에서는 상당히 많은 오류가 발견된다. 따라서 이 책이 당대 과거제도사 연구에 긴요한 문헌이기는 하지만, 그 내용을 그대로 믿는 것은 위험하다. 당시 과거제도의 진상을 알려면, 《책부원귀(冊府元龜)》⋅《당회요(唐會要)》와 같은 관찬(官撰) 사서(史書)나 《통전(通典)》 등 더욱 신뢰성 있는 서적들과 세심하게 비교⋅검토해야만 한다.

5. 가치와 영향

《당척언》은 사료로서 갖는 한계가 있지만, 과거제도 초창기의 기록으로서 이처럼 풍부한 내용을 가진 문헌이 없다. 게다가 이 책은 과거 급제자와 관련된 다양한 일화를 전하여 매우 흥미롭게 읽힌다. 과거를 통해 정치적, 사회적 지위를 획득한 사대부들에게는 더욱 그러하였을 터이다. 그러므로 《당척언》이 후대에 매우 인기 있는 서적이었고, 전술하였듯이 송대 이후 자주 간행된 까닭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오대에 쓰인 손광헌(孫光憲, 900~968)의 《북몽쇄언(北夢瑣言)》부터 《당척언》을 인용하였고, 북송 초에 편찬된 저명한 유서(類書) 《태평광기(太平廣記)》에는 이 책에서 채록한 내용이 100개 이상이나 된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 실린 고사들이 뒷날 소설이나 희곡으로 개작된 사례도 적지 않다. 명청시대에 이르러 과거제도나 급제자의 행적에 대한 필기류 서적이 더욱 증가하는데, 《당척언》이 바로 그 효시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므로 《당척언》은 중국 사회에 미친 영향이 지대하다. 이 책은 단순히 사료로서의 가치를 떠나 독특한 중국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문헌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당척언》의 내용은 과거제도 및 그 응시자나 급제자로서의 사대부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6. 참고사항

(1) 명언
• “〈나는〉 옛 집이 〈장안(長安)의〉 태평리(太平里)에 있었지만, 수도에 가본 적이 없었다. 그러므로 태평성세에 번성했던 것을 널리 〈직접 보고〉 듣기 힘들었다. 하지만 과거 시험의 미담에 대해 듣길 즐겨하여 늘 명망 있는 선배들을 찾아가 물어보곤 하였다.[雖舊第太平里 而跡未嘗達京師 故治平盛事 罕得博聞 然以樂聞科第之美 嘗諮訪於前達間]”〈권3, 산서(散序)〉
• “300년 이래 과거 시험이 생긴 뒤, 초야의 사람들은 이로써 관직을 얻으려 하고 관인의 자제(子弟)들은 이로써 권세를 이어갔으니, 한미한 사람들은 이를 잃으면 그 일족이 굶주렸고 대대로 벼슬하던 자들은 이를 잃으면 그 집안〈의 권세〉가 끊어졌다[三百年來 科第之設 草澤望之起家 簪紱望之繼世 孤寒失之 其族餒矣 世祿失之 其族絕矣].〈권9, 호급제오등과(好及第惡登科)〉
• “〈진사를〉 ”백의공경(白衣公卿)“이나 ”일품백삼(一品白衫)“으로 불러 〈언젠가 공경이나 1품의 고관이 될 사람으로〉 존숭하였고, 〈진사과 급제가 명경과보다 훨씬〉 어려움은 ”서른 살의 명경은 늙은 편이고, 쉰 살의 진사는 젊은 편이다.”고 일컬어졌다.[其推重謂之白衣公卿 又曰一品白衫 其艱難謂之 三十老明經 五十少進士]”〈권1, 산서진사(散序進士)〉
(2) 색인어:왕정보(王定保), 당척언(唐摭言), 과거(科擧), 진사과(進士科), 당(唐), 급제의례(及第儀禮)
(3) 참고문헌
• 당척언(김장환 역, 서울 학고방)
• 唐摭言(王定保, 上海 古典文學出版社; 黃壽成 點校, 西安 三秦出版社)
• 唐摭言校注(姜漢椿, 上海社會科學院出版社); 新譯唐摭言(姜漢椿, 臺北 三民書局)
• 󰡔唐摭言硏究󰡕(陶紹淸, 北京 中國社會科學出版社)
• Rituals of Recruiment in Tang China(Oliver J. Moore, Leiden⋅Boston Brill Academic Publisher)



동양고전해제집 책은 2023.10.30에 최종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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