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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洋古典解題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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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인간사화(人間詞話)》는 민국(民國) 시기(1908~1909) 왕국유(王國維)가 《국수학보(國粹學報)》에 발표한 세 편의 글을 묶은 것으로, 그 내용은 중국의 전통 시가(詩歌)의 일종인 ‘사(詞)’에 대한 품평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詞)’는 만당(晩唐), 오대(五代)에서 시작하여 주로 송대(宋代)에 유행한 문장 형식으로, 시가(詩歌)의 가사에 해당한다. ‘사화(詞話)’는 ‘사(詞)’에 대한 비평문을 가리키는 말이다.

2. 저자

(1) 성명:왕국유(王國維)(1877~1927)
(2) 자(字)·별호(別號):자는 정안(靜安), 정암(靜庵), 백우(伯隅)이며, 호는 관당(觀堂), 수관(水觀)이다.
(3) 출생지역:절강성(浙江省) 해녕(海寧)
(4) 주요활동과 생애
왕국유는 경학과 철학, 미학, 문학뿐 아니라 역사학, 문자학, 고대 음운학 등 여러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업적을 남긴 청말 민국 시기의 학자이다. 1877년(청 광서(光緖) 3년) 절강성 해녕에서 태어났으며, 15세 때 세시(歲試)에 합격하여 수재(秀才)가 되었다. 1898년 변법파의 기관지 《시무보》에 합류, 편집과 교정 일을 보았으며, 동년 3월 나진옥(羅振玉)이 세운 동문학사(東文學社)에 입학하여 영어와 일어, 자연과학 등을 배웠다. 독학으로 독일 관념론과 미학, 윤리학을 공부하였으며, 칸트, 쇼펜하우어, 니체 등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 그의 저서 《홍루몽평론(紅樓夢評論)》은 쇼펜하우어의 미학설(美學說)을 기반으로 해서 쓴 것이며, 《인간사화》엔 니체의 말이 언급된다.
1902년 2월 왕국유는 나진옥의 후원으로 일본 유학을 떠났지만, 지병의 재발로 그해 여름 귀국하였다. 귀국 후 상해남양공학(上海南洋公學), 통주사범학교(通州師範學校), 소주사범학교(蘇州師範學校)에서 철학, 심리학, 윤리학 등을 강의하였다. 1907년 나진옥의 추천으로 청 정부에 의해 학부총무사행주(學部總務司行走)에 임명되었는데, 이후 왕국유의 관심은 철학에서 문학으로 바뀌게 된다. 시가(詩歌)와 미학, 문예이론, 희곡을 다룬 저서 《인간사화》, 《송원희곡고(宋元戱曲考)》 등이 이 시기에 나온 작품들이다.
1911년 신해혁명이 발발하자 일본으로 망명하였는데, 체류 기간 동안 주로 국학(國學) 연구에 몰두하였다. 1916년 귀국한 왕국유는 《학술총편(學術總編)》의 편집인을 맡았으며, 1925년 호적(胡適)의 추천으로 청화대 국학연구원의 교수가 되었다. 당시 청화대에 재직했던 양계초(梁啓超)·진인각(陳寅恪)·조원임(趙元任) 등과 함께 왕국유는 국학연구원을 대표하는 최고 석학으로 인정받았다. 1926년 장남의 사망과 오랜 후원자 나진옥과의 결별로 인해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으며, 1927년 6월(51세) 북경 이화원 곤명호(昆明湖)에 투신하여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다.
(5) 주요저작:《인간사화(人間詞話)》, 《관당집림(觀堂集林)》, 《정암문집(靜庵文集)》, 《왕국유유서(王國維遺書)》.

3. 서지사항

《인간사화(人間詞話)》의 판본 상황은 비교적 복잡하다. 《인간사화(人間詞話)》는 1908년부터 1909년까지 《국수학보(國粹學報)》(제47, 49, 50기)에 왕국유가 발표한 세 편의 글을 묶은 것인데, 단행본으로 출간된 것은 1926년 유평백(兪平伯)의 교점본(북경(北京):박사(樸社))이 최초이다. 오늘날 ‘통행본’으로 쓰이는 판본은 서조부(徐調孚)와 왕유안(王幼安)의 교정본(校訂本) 《인간사화(人間詞話)》(원제:혜풍사화(蕙風詞話)·인간사화(人間詞話))이다.(인민출판사, 1960년) 왕국유가 애초에 쓴 《인간사화》의 본 원고는 125조에 이르는데, 그가 생전에 발표한 조칙은 모두 64조에 그쳤다. 《국수학보》의 초고엔 조칙의 번호가 매겨져 있지 않으며, 오늘날 판본의 조칙 번호와 구두점은 모두 서조부(徐調孚)의 판본에서 비롯된 것이다.
통행본 이전에 나온 판본으론 1926년 유평백(兪平伯)의 교점본과 함께 1928년 근덕준(斳德峻)이 편찬한 《인간사화전증(人間詞話箋證)》(상해문화출판사인행(上海文化出版社印行))이 있다. 이들 판본엔 왕국유 생전의 발표 원고 64조만이 수록되어 있다. 1940년 왕국화(王國華)·조만리(趙萬里)의 편집본 《해녕왕정안선생유서(海寧王靜安先生遺書)》이 출간되었는데, 여기에 이미 발표된 64조 외에 미발표 조칙 48조가 추가되었다. 이 책은 발표된 64조와 미발표 조칙을 각각 상, 하권으로 나누어 출판하였는데, 전체 조칙이 112조에 이른다.(장사(長沙):상무인서관(商務印書館)) 같은 해 서조부(徐調孚)가 새로 주석을 단 교주본(校注本) 《인간사화(人間詞話)》(상해(上海):개명서점(開明書店))을 출간하였는데, 여기엔 앞서 언급한 112조 외에 왕국유의 유서(遺書) 중 사(詞)를 논한 문장 16조와 두 종의 원고(갑고(甲稿), 을고(乙稿)) 서문 각각 1편이 더해져 《보유(補遺)》권이 추가되었다. 여기에 수록된 조칙은 도합 130조이다. 1947년 교주본(校注本) 《인간사화(人間詞話)》는 새로 재판을 찍을 때, 왕국유가 작가의 사집(詞集)들에 쓴 평문 7조가 《보유(補遺)》권에 추가되었는데, 이로써 전체 조칙은 137조가 되었다.
오늘날 통행본으로 쓰이는 서조부(徐調孚)· 왕유안(王幼安)의 판본 《인간사화》(인민출판사)는 1960년에 출간된 것이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부는 《국수학보》에 발표한 64조가 실려 있고, 제2부는 삭제한 원고 49조(刪稿), 제3부는 왕국유의 다른 문장들 중에서 사(詞)와 관련된 평문 29조를 ‘부록(附錄)’으로 편집한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조칙은 모두 142조이다. 통행본 이후 판본으로 주목할 만한 것들은 1981년 등함혜(滕咸惠)의 《인간사화신주(人間詞話新注)》(제노서사(齊魯書社))가 있는데, 여기엔 왕국유의 수고(手稿) 원문 126조가 실려 있다. 1990년 출간된 불추(佛雛)의 교집본(校集本) 《신교정인간사화 新訂人間詞話》은 사화(詞話)의 내용에 따라 조칙들을 분류했는데, 여기에는 삭제된 원고 1조를 추가하여 155조의 조칙이 실려 있다. 1998년 황림(黃霖)·주흥육(周興陸)이 편찬한 《인간사화(人間詞話)》(상해고적출판사(上海古籍出版社))는 미출간된 수고(手稿)와 함께 서두에 도독(導讀) 편을 싣고 있다. 여기에서 황림 등은 왕국유의 생애와 학문 세계에 대한 해설과 함께 그동안 출간되었던 《인간사화》의 판본과 삭제, 수정 현황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4. 내용

《인간사화(人間詞話)》는 중국의 전통 시가의 일종인 ‘사(詞)’에 대한 품평을 위주로, 사(詞) 외에도 시(詩)와 시인을 비교 대상으로 논하고 있다. 또한 원대(元代) 이후 유행하였던 소설과 희곡에 대한 비평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왕국유는 중국의 역대 문장과 시, 사에 대해 전통의 ‘경계(境界)’ 개념을 통해 품평하고 있으며, 나아가 칸트, 쇼펜하우어, 니체, 쉴러 등 당시 유입된 서양 미학 이론들을 원용함으로써 중국에서 근대미학이 태동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특히 시(詩)와 사(詞)에 비해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소설과 희곡, 속사(俗詞) 등은 여기에서 처음으로 그 문학적 지위를 인정받았으며, 이는 이후 5·4 신문학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5. 가치와 영향

왕국유는 《인간사화》에서 서양의 미학이론을 소개하면서 동시에 중국적 특색을 반영한 미학 개념과 용어를 제시하였다. 중국에서 미학의 범주는 서양미학의 일반적 대상인 ‘아름다움’, 예술(arts) 혹은 ‘감성’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미학은 중국의 전통문화에 내재된 맥락 속에서 자신을 전개할 기본개념을 찾는 게 중요하다. 중국미학에서 심미적 대상을 판단하는 개념으론 주로 운(韻)이나 미(味), 격(格), 격조(格調), 경(境), 의상(意象), 의경(意境) 등이 쓰였는데, 왕국유는 이 책에서 이들 개념을 아우를 수 있는 하나의 개념으로 ‘경계’ 개념을 제시하였다. 그가 중국미학의 표준으로 ‘경계’ 개념을 제시한 것은 ‘서양미학(Aesthetics)’과 대비되는 학문으로 중국 나름의 미학을 전개시키는 데 있어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말 ‘경지(境地)’와 비슷한 의미인 ‘경계(境界)’는 개인의 수양(修養)이나 수련(修鍊)이 도달한 어떤 단계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중국미학뿐 아니라 중국문화의 특징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도 핵심적인 용어이다.

6. 참고사항

(1) 명언
• “사(詞)는 경계를 최고로 친다. 경계가 있으면 저절로 높은 격조가 생기고 뛰어난 구절이 된다. 詞以境爲最上. 有境界則自成高格, 自有名句.” 〈《인간사화(人間詞話)》 제1조〉
• “내 자신이 있는 경계(有我之境)와 ‘내’가 없는 경계(無我之境)가 있다. ‘눈물 그렁한 눈으로 꽃에게 물어보니 꽃은 말이 없네. 어지럽게 날리는 꽃잎만이 그네 위로 흩어진다’,‘어떻게 견딜까. 외로운 객사 이른 봄의 추위. 두견새 울음소리에 해는 기운다.’ 이런 문장은 내 자신이 있는 경계이다. ‘동쪽 울타리 아래 국화를 따다 유연히 남산을 바라본다’,‘찬 물결 살며시 일렁일 때 백조 한 마리 천천히 내려온다.’ 이런 문장들은 ‘내’가 없는 경계이다.[有有我之境 有無我之境 淚眼問花花不語 亂紅飛過秋千去 可堪孤館閉春寒 杜鵑聲里斜陽暮 有我之境也 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 寒波澹澹起 白鳥悠悠下 無我之境也]” 《인간사화》 제3조.
• “시인은 우주와 인생을 대하는데, 모름지기 그 안으로 들어가야 하고, 동시에 반드시 그 밖으로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안으로 들어가야 그것을 그릴 수 있고, 밖으로 나가야 능히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안에 들어가야만 생기가 있고, 밖으로 나갈 수 있어야 높은 운치가 있다.[詩人對宇宙人生 須入乎其內 又須出乎其外 入乎其內 故能寫之 出乎其外 故能觀之 入乎其內, 故有生氣; 出乎其外, 故有高致.” 〈《人間詞話》 제14조〉
(2) 색인어:인간사화(人間詞話), 관당집림(觀堂集林), 왕국유(王國維),경계(境界),중국미학(中國美學),의경(意境)
(3) 참고문헌
• 觀堂集林(中華書局)
• 人間詞話(徐調孚 注, 香港; 中華書局)
• 新訂人間詞話(佛雛 校集, 華東師範大學出版社)
• 人間詞話(黃霖 等 導讀, 上海古籍出版社)
• 王國維文學美學論著集(周錫山 編校, 北岳文藝出版社)
• 세상의 노래비평, 人間詞話(류창교 역주, 소명출판)
• 〈중국미학의 특성과 ‘境界’- 王國維의 《人間詞話》를 중심으로〉(이연도, 《중국학보》 제73집)

【이연도】



동양고전해제집 책은 2023.10.30에 최종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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