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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남조 송나라 때 유의경劉義慶이 〈덕행德行〉·〈언어言語〉·〈정사政事〉·〈문학文學〉 등 모두 36문門으로 나누어 후한後漢 말기부터 동진東晉까지 저명한 인물들의 기행奇行과 일화逸話를 모은 소설집이다. 《수서隋書》 〈경적지經籍志〉에는 단순히 《세설世說》이라 하였으나, 《송사宋史》 〈예문지藝文志〉에 이르러 《세설신어世說新語》라는 명칭으로 나온다. 양梁나라 유효표劉孝標가 상세한 주석을 달면서 《신어》라는 명칭이 더 붙게 되었다고도 한다. 《세설신서世說新書》라고도 불린다. 청나라 《사고전서四庫全書》에서는 자부子部 소설가류小說家類 잡사雜事의 부문에 수록되었다. 위진魏晉시대 청담淸談의 기풍을 반영하며, 육조六朝시대 지인소설志人小說(일사소설逸事小說)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언어가 정련되어 있고 사의辭意가 심오하여 후세의 필기소설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2. 저자

(1)성명:유의경劉義慶(403~444)
(2)자字·별호別號:시호는 강왕康王.
(3)출생지역:중국 팽성彭城 수리綬里(현 강소성江蘇省 동산현銅山縣)
(4)주요활동과 생애
유의경은 남조 송나라의 황족으로, 임천臨川 강왕康王이다. 송나라 무제武帝 유우劉裕의 조카이다. 《송서宋書》 권51 〈열전 제11〉과 《남사南史》 권13 〈열전 제3〉에 입전되어 있다. 장사長沙 경왕景王 유도련劉道憐의 차남으로 태어나, 의희義熙 11년(415), 숙부 유도규劉道規의 뒤를 이어 남군공南郡公에 봉해졌다. 의희 12년(416), 유우가 북벌할 때 종군하고, 개선한 뒤 보국장군輔國將軍 북청주자사北靑州刺史에 임명되었으나, 부임하지 않은 사이에 독예주제군사督豫州諸軍事 예주자사豫州刺史로 옮겼다. 예주자사인 채로 독회북제군사督淮北諸軍事에 개수되었다. 영초永初 원년(420), 유우가 황제로 즉위하자, 임천왕臨川王에 봉해졌고, 건강建康으로 징소되어 시중侍中이 되었다. 원가元嘉 원년(424), 산기상시散騎常侍 비서감秘書監에 임명되었으며, 탁지상서度支尙書로 전근하고 단양령丹陽尹이 되었다. 원가 6년(429) 4월, 상서좌복야尙書左僕射에 임명되었다. 원가 8년(431), 좌복야의 해임을 청하여 허가를 받고, 중서령으로 전근하여 전장군前將軍의 호를 받았다. 원가 9년(432) 6월, 사지절使持節 도독형옹익녕양남북진칠주제군사都督荊雍益寧梁南北秦七州諸軍事 평서장군平西將軍 형주자사荊州刺史로 나갔다. 형주에 8년 동안 있다가, 원가 16년(439) 4월, 산기상시散騎常侍 도독강주예주지서양진희신채삼군제군사都督江州豫州之西陽晉熙新蔡三郡諸軍事 위장군衛將軍 강주자사江州刺史에 임명되었다. 원가 17년(440) 10월, 도독남연서연청기유육주제군사都督南兗徐兗靑冀幽六州諸軍事 남연주자사南兗州刺史에 전근하였다. 원가 18년(441) 5월, 개부의동삼사開府儀同三司의 지위가 가해졌다. 이때 태위太尉 원숙袁淑을 위군자의참군衛軍諮議參軍으로서 강주江州에 초빙하고, 육전陸展·하장유何長瑜·포조鮑照 등 문학의 인사들을 불러 모아, 《집림集林》·《유명록幽明録》 등을 편찬하게 하였다. 《세설신어》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유의경은 병에 걸려 건강으로 귀환할 것을 청하여 문제의 허가를 받아 주자사州刺史의 직은 면하고 관위는 그대로 유지한 채 조정으로 돌아왔다. 원가 21년(444) 1월, 건강에서 42세로 타계하였다. 시중侍中·사공司空의 지위를 추증받았다.
(5)주요저작:《유명록幽明錄》, 《선험기宣驗記》, 《소설小說》, 《서주선현전徐州先賢傳》, 《강좌명사전江左名士傳》, 《의경집義慶集》, 《집림集林》 등이 있다.

3. 서지사항

《세설신어》는 진晉나라 배계裵啓의 《어림語林》이나 곽반郭頒의 《위진세어魏晉世語》 등을 바탕으로 하여, 유의경을 중심으로 한 문인들이 선택·수록한 것으로 보인다. 《세설신어》가 편찬된 후 1세기가 지나 양나라 유효표劉孝標(462~521), 곧 유준劉峻이 주를 붙였다. 유효표의 주는 본래의 서술에서 부족한 내용을 보완하고 명료하지 않은 글자의 뜻을 해설하는데 그치지 않고 본문의 잘못을 정정한다든가, 이미 산일된 서적을 많이 인용하였다. 배송지裴松之의 《삼국지三國志》 주, 역도원酈道元의 《수경주水經注》와 나란히 육조 때의 탁월한 주석으로 높이 평가된다. 현대 일반적으로 감상하는 《세설신어》는 본문과 유효표 주를 함께 편집한 텍스트이다. 현재 당나라 시대에 필사된 《세설신어》의 사본이 전하는데, 여기에는 본문과 함께 유효표 주가 작은 글씨로 필사되어 있다. 이후 《세설신어》의 권수는 텍스트에 따라 2, 3, 8, 10, 11권 등으로 각기 다르다. 대개 《사부총간四部叢刊》에 수록된 텍스트를 기준으로, 상중하 3권으로 나누는 것이 보통이다. 현재 왕조汪藻의 〈서록敍錄〉을 곁들인 존경각본尊經閣本 송판宋版이 주로 이용된다.

4. 내용

《세설신어》는 628명의 언행과 ​일화를 총 1,131조에 수록했는데, 그 중 70%가 넘는 797조가 동진의 인물에 관한 것이다. 1,131조는 다시 ‘공문사과孔門四科’의 덕행徳行·언어言語·정사政事·문학文學 등을 시작으로 36개의 항목으로 상위 분류하였다. 36개 항목의 하위에 소속시킨 일화는 등장인물의 시대순으로 배열하였다. 36개 항목의 편명과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제1 덕행편徳行篇 47조(덕이 높은 인물들의 일화), 제2 언어편言語篇 108조(외교적 변설에 뛰어난 인물들의 일화), 제3 정사편政事篇 26조(통치능력이 뛰어난 인물들의 일화), 제4 문학편文學篇 104조(학문에 뛰어난 인물들의 일화), 제5 방정편方正篇 66조(의義를 관철한 인물들의 일화), 제6 아량편雅量篇 42조(도량이 큰 인물들의 일화), 제7 식감편識鑑篇 28조(판단력이 뛰어난 인물들의 일화), 제8 상예편賞譽篇 156조(공평무사公平無私한 인물을 칭송하는 평론), 제9 품조편品藻篇 88조(품격과 재능이 뛰어난 인물들의 일화), 제10 규잠편規箴篇 27조(다른 인물의 잘못을 규간規諫한 인물들의 일화), 제11 첩오편捷悟篇 7조(현실대처 능력이 뛰어난 인물들의 일화), 제12 숙혜편夙惠篇 7조(지혜를 지닌 신동들의 일화), 제13 호상편豪爽篇 13조(호쾌한 성격을 지닌 인물들의 일화), 제14 용지편容止篇 39조(용모와 풍채가 뛰어난 인물들의 일화), 제15 자신편自新篇 2조(개과改過를 실천한 인물들의 일화), 제16 기선편企羨篇 6조(전형의 인물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한 인물들의 일화), 제17 상서편傷逝篇 19조(망자를 진심으로 추모한 인물들의 일화), 제18 서일편棲逸篇 17조(세속을 벗어나 은둔한 인물들의 일화), 제19 현원편賢媛篇 32조(현명한 부인들의 일화), 제20 술해편術解篇 11조(음악·점술·의술·마술馬術 등에 탁월한 인물들의 일화), 제21 교예편巧藝篇(예술과 기술에 뛰어난 인물들의 일화), 제22 총례편寵禮篇 6조(총애를 입어 예우를 받은 인물들의 일화), 제23 임탄편任誕篇 54조(세속의 규범이나 상식에 얽매이지 않은 인물들의 일화), 제24 간오편簡傲篇 17조(고만高慢한 성격을 지닌 인물들의 일화), 제25 배조편排調篇 25편(해학의 언어를 남긴 인물들의 일화), 제26 경저편輕詆篇 33조(남을 경멸하고 비방한 인물들의 일화), 제27 가휼편假譎篇 14조(남을 기만한 인물들의 일화), 제28 출면편黜免篇 9조(좌천과 면직을 당한 인물들의 일화), 제29 검색편儉嗇篇 9조(인색한 인물들의 일화), 제30 태치편汰侈篇 12조(사치스런 인물들의 일화), 제31 분견편忿狷篇 8조(조급한 인물들의 일화), 제32 참험편讒險篇 4조(참소로 남에게 해악을 끼친 인물들의 일화), 제33 우회편尤悔篇 17조(잘못을 반복해서 저질러 후회한 인물들의 일화), 제34 비루편紕漏篇 8조(오해에서 실수를 저지른 인물들의 일화), 제35 혹닉편惑溺篇 7조(여색에 탐닉한 인물들의 일화), 제36 구극편仇隟篇 8조(남의 원한을 산 인물들의 일화).

5. 가치와 영향

《세설신어》는 본래 후한 말부터 성행한 월단평月旦評, 즉 인물평론이 위진魏晉 시대의 귀족 사회에 계승되어 과거의 인물들에 관한 전설과 일화를 정리하려는 풍조가 일어난 데서 탄생하였다. 특히 당시 유행하던 ‘청담淸談’은 매우 중요한 주제로서 여러 일화들에 그 주제가 반영되어 있다. 곧 《세설신어》는 육조시대 인물의 언동과 사상, 시대상황을 이해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될 뿐 아니라, 그 일화들을 토대로 성립한 성어成語들은 후대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언어생활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세설신어》의 유효표 주는 특히 산일散逸한 문헌들로부터 인용한 자료가 많아서 고대의 문학과 사상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이를테면 서진西晉의 석숭石崇(249~300)이 지은 〈금곡시서金谷詩序〉는 《세설신어》 〈품조品藻〉의 주에 인용되어 있는 것이 가장 완전하다. 〈금곡시서〉의 일문逸文은 《세설신어》 〈용지容止〉 유효표 주에도 실려 있다.
《세설신어》는 중국만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서도 널리 읽혔다. 남송 말부터 원나라에 걸쳐 시문집이나 선집에 푸른 먹과 붉은 먹의 비점을 찍는 평점법評點法이 발달하였는데, 남송 말 학자였던 유진옹劉辰翁의 이름을 평점가로 표시한 고전에는 《노자》·《장자》·《왕마힐시집王摩詰詩集》·《두공부시집杜工部詩集》·《맹호연집孟浩然集》·《육방옹집陸方翁集》·《도연명시집陶淵明詩集》·《위소주집韋蘇州集》·《간재시집簡齋詩集》과 함께 《세설신어》가 있다. 이것들은 원나라 때 간행되어 널리 유포되었다.
《세설신어》는 아류의 서적도 낳았다. 명나라 때는 하량준何良俊 증보의 《세설신어보世說新語補》가 나왔는데, 이 책은 조선에서도 현종실록자顯宗實錄字로 간행되었다. 또한 일본의 에도江戸에서는 원록元祿 연간의 판본, 안영安永 연간의 교정개각본校正改刻本도 나왔고, 하타 가나에秦鼎(1761~1831)의 주해를 붙인 《세설전본世說箋本》도 에도 후기에 목판으로 간행되었다. 일본 목판본 《세설전본》 20권은 송宋 유의경劉義慶 저著, 명明 하량준何良俊 집輯, 일본日本 하타가나에秦鼎 교주校注이다.

6. 참고사항

(1)명언
• “조적이 나보다 먼저 채찍을 잡고 중원으로 치달릴까봐 항상 걱정이다.[常恐祖生先吾着鞭]” 〈상예편賞譽篇〉진晉나라 유곤劉琨이 어려서부터 자부심이 대단하였는데, 친구인 조적祖逖과 중원中原을 수복할 뜻을 서로 맹세하고는 경쟁하면서 한 말이다.
• “나는 당신이 태수로 부임하는 다른 사람을 전송하는 것만 보았다만, 어이하여 다른 사람들이 태수로 부임하는 당신을 전송해주는 것은 보지 못하는가.[我只見汝送人作郡 何以不見人送汝作郡]” 〈임탄편任誕篇〉동진東晉의 나우羅友는 성격이 호방하고 구속을 받기 싫어하는 탓으로 환온桓溫에게 중용重用되지 않았다. 어느 날 태수太守로 부임하는 어떤 사람의 송별연에 뒤늦게 참석하여 환온에게 질책을 받자, 길에서 만난 귀신이 자신을 보고 위와 같이 야유했다고 해학적인 답변을 하였다. 속으로 부끄러움을 느낀 환온은 나중에 그를 양양태수襄陽太守로 임명했다고 한다.
• “일생 동안 이런 나막신을 몇 켤레나 신을지 모르겠다.[未知一生當着幾緉屐]” 〈아량편雅量篇〉진晉나라 완부阮孚는 늘 나막신에 밀랍을 칠하는 습벽을 지니고 있었는데, 언젠가 어떤 사람이 그를 찾아갔을 때에도 밀랍을 칠하는 일을 태연히 계속하면서 위와 같이 말하면서 탄식했다고 한다. ‘납극蠟屐’의 고사이다.
(2)색인어:세설신어世說新語, 유의경劉義慶, 유효표劉孝標, 소설가류小說家類, 지인소설志人小說, 일화집逸話集, 세설신어보世說新語補.
(3)참고문헌
• 世說新語箋疏(余嘉錫, 中華書局)
• 世說新語校箋(徐震堮, 中華書局)
• 世說新語(目加田誠 譯注, 明治書院, 新釋漢文大系(全3卷))
• 世說新語(竹田晃 譯著, 明治書院, 中國古典小説選3)
• 世說新語(森三樹三郎 譯, 平凡社, 中國古典文學大系9)
• 世說新語(井波律子 譯注, 平凡社東洋文庫 全5卷)
【심경호】

동양고전해제사전 책은 2018.05.11에 최종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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