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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洋古典解題集

동양고전해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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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주비산경(周髀算經)》은 현전하는 중국 최고(最古)의 천문산법서이다. 당대(唐代) ‘십부산경(十部算經)’의 하나이자 중국 고대 우주론의 하나인 개천설(蓋天說)을 주창한 이론 저작으로, 수학적으로는 구고현(句股弦)의 평면삼각법(피타고라스 정리에 해당)을 서술하였다. 개천설은 혼천설(渾天說), 선야설(宣夜說)과 더불어 중국 고대 삼대우주론의 하나인데, 당대 이후 개천설이 혼천설과의 논쟁에서 패배하여 《주비산경》은 산학서로만 존속하였다. 그러나 명말청초(明末淸初) 서양 과학이 중국에 전래한 이후 《주비산경》은 ‘서학중원설(西學中源說)’의 유행과 더불어 서양의 ‘지원설(地圓說)’의 선구 이론으로 새롭게 해석되어, 18~19세기를 거쳐 중국 과학기술의 우월성을 상징하는 저작으로 재평가되었다.

2. 저자

미상(未詳).

3. 서지사항

일반적으로 《주비산경》의 주비(周髀)란 ‘주(周)나라에서 사용하던 표(表)(해시계용 막대, gnomon)’를 의미하는데, 표는 8척의 막대를 수직으로 세운 관측기이다. 일설에는 천체가 사방을 주선(周旋)한다는 의미에서 ‘주(周)’자를 취하였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명청(明淸) 이후에는 《주비산경》을 주대(周代)의 유법(遺法)을 전한 것으로 여기는 상고주의가 강화되어, 권상(卷上)에 주초(周初)의 성인(聖人)인 주공(周公)과 그 가신 상고(商高)의 문답을 경문으로 삼고 나머지를 후대의 추연(推衍)으로 삼는 견해가 유행하였다(《數理精蘊》 등). 《주비산경》은 구고법(句股法)(피타고라스 정리의 응용)에 의해 우주의 구조와 크기를 구하는 내용이 중심으로 산학서라기보다는 사실상 천문역서에 해당한다.
《주비산경》의 성서(成書) 연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첫째, 천문학적인 계산을 통해 북극과 북극성의 거리 변화를 추정하여 성서 연대를 대략 B.C. 57세기로 보는 견해(能田忠亮), 둘째, 주공과 상고의 문답을 가탁으로 판단, 영방(榮方)과 진자(陳子)의 문답을 중심으로 문헌학적인 고증을 통해 B.C. 1세기에서 A.C 1세기경의 저작으로 보는 견해, 셋째, 《주비산경》을 적어도 세 시기로 나누어 누적적으로 구성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문헌학적으로 ‘주비(周髀)’라는 명칭은 《수서(隋書)》 〈경적지(經籍志)〉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정식으로 ‘주비산경’이란 명칭은 《구장산술(九章算術)》과 마찬가지로 당대(唐代)에 이순풍(李淳風) 등이 주석을 덧붙인 ‘십부산경(十部算經)’본이 시초인데, 삼국시대의 조상(趙爽), 북주(北周)의 견란(甄鸞), 당의 이순풍의 주석을 포함한다. 북송 원풍(元豊) 7년(1084) 비서성(秘書省)이 ‘산경십서(算經十書)’를 중간(重刊)하였는데 북송 비서성본에 의거한 남송 포한지(鮑澣之) 각본(刻本)(1213)이 현존한다(상해도서관 소장). 남송본은 현전하는 《주비산경》 중 최고(最古)의 간본(刊本)이다. 또 다른 계통은 청대 고증학자 대진(戴震)이 《사고전서》 편찬에 즈음하여 영락대전에서 집록한 대진교감본이 있다. 영락대전본도 기본적으로는 북송본에 근거한 것으로 판단된다. 영락대전본은 산일(散佚)되었다.

4. 내용

《주비산경》은 주요하게 여섯 부분으로 구성된다. ①주공-상고 문답, ②영방-진자 문답, ③칠형도(七衡圖)(이상 상권), ④제2차 개천설의 구조, ⑤천체 측량, ⑥일월의 역법(이상 하권).
구체적으로는 ①주공-상고 문답:천원지방(天圓地方)의 개천설(蓋天說)에 기초하여 그 관측법으로서의 구고법(句股法)(피타고라스 정리에 해당)과 그 응용을 서술하였다. ②영방-진자 문답:제1차 개천설의 수리 천문학 내용을 구성하였다. 8척의 표를 세웠을 때 하지(夏至)에는 1척6촌, 동지(冬至)에는 1장3척5촌의 그림자 길이를 관측하여, ‘1,000리 1촌의 그림자 차(影差千里一寸)’ 원리를 통해 주성(周城)의 위치, 하늘의 고도, 하지·동지의 태양의 궤도반경, 태양의 빛이 미치는 범위 등을 추론하였다. ③칠형도:제1차 개천설에 의거한 우주의 구조와 크기를 7형(衡) 6간(間)으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외형이 동지의 궤도, 중형이 춘추분의 궤도, 내형이 하지의 궤도를 의미한다. ④제2차 개천설의 구조:제1차 개천설의 단순한 천원지방설을 수정하여 “하늘은 삿갓과 비슷하고 땅은 뒤집힌 대야와 닯았다.[天似蓋笠 地法覆槃]”는 볼록한 구형으로 설명하였다. 하늘과 땅의 거리는 8만리로 추정하였다. ⑤천체 측량:북극과 주극성[北極璿璣], 기후대와 태양의 위치, 28수(宿), 달의 운행 등을 서술하였다. ⑥일월의 역법:여러 가지 천문정수와 사분력(四分曆)의 구성, 장법(章法) 등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한편 《주비산경》에서 주창된 개천설은 중국 고대 우주론 중에서 가장 오래된 이론이다. 《진서(晉書)》 〈천문지(天文志)〉 등에 의하면 중국의 3대 우주론으로 개천설, 혼천설, 선야설이 존재하였다고 한다. 이 중 선야설은 일찍이 실전되었고, 실제적으로는 혼천설과 개천설의 대립을 통해 우주론이 전개되었다. 개천설의 주요한 저작이 《주비산경》이고 혼천설은 한대(漢代) 장형(張衡)의 《영헌(靈憲)》에 기초해 있다. 개천설과 혼천설의 논쟁은 한대의 양웅(揚雄)이 ‘난개천팔사(難蓋天八事)’를 통해 개천설을 비판한 이후 후한의 왕충(王充)과 양(梁)나라의 무제(武帝)만이 개천설을 지지하였을 뿐, 사실상 당대(唐代) 이후의 역가(曆家)는 전적으로 혼천설을 지지하였다. 그러나 중국의 천문역법은 본질적으로 기하학적 우주구조론이 불필요한 대수적(代數的) 모델 중심이기 때문에, 혼천-개천 논쟁이 혼천설의 승리로 귀결되었다고는 해도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그 자체가 우주구조론에 대한 관심의 소멸을 의미했다. 이후 《주비산경》은 천문서가 아닌 구고법의 산학서로서만 존속되었다.
그러나 명말청초 서양과학의 전래 이후 ‘지원설(地圓說)’, 즉 지구구체설이 서학(西學)의 우월성을 상징하는 이론으로 등장함에 따라, 명말의 이지조(李之藻)는 이 지원설을 이용하여 중국 고래(古來)의 혼천설과 개천설 사이의 모순을 해소하려고 하였다. 이지조는 개천설의 평평한 땅의 개념을 지원설을 바탕으로 삼차원의 구체를 이차원의 평면에 투영한 것으로 재해석하였는데, 청대 매문정(梅文鼎)은 이를 지지하여 《주비산경》을 서양과학의 원류로 재평가하고 ‘서학중원설(西學中源說)’을 주장하였다.

5. 가치와 영향

중국 최고(最古)의 우주론인 개천설은 한대(漢代)에 혼천설과의 논쟁에서 패한 후 오랜 기간 무시되어 왔다. 명말의 서광계(徐光啓)는 영방-진자의 문답을 ‘천고의 큰 어리석음[千古之大愚]’이라고까지 비판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원설을 통해 재해석된 개천설은 서학중원설과 함께 지원설이 “중국 고대에 이미 존재하였다.[古已有之]”고 하는 상고주의적 해석을 가능케 함과 동시에 서양과학에 대한 중화주의적 배척[華夷論]을 내부적으로 완화하는 작용을 하였다. 서학중원설은 단순화하면 ①진시황의 분서갱유로 “주인(疇人)의 자제가 분산하여 이적의 땅으로 갔고”(《史記》), ②중국과 달리 서양은 이 중국 전래의 기술을 잘 발전시켰으며, ③역법의 경우는 다른 학문과 달리 ‘예보다 지금이 더 발달[古疎今密]’하기 때문에 선진적인 서법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로 설명될 수 있다.
이 서학중원설은 19세기 전반기에 조선의 사대부 사이에서 유행하였다. 《주비산경》은 동양의 과학이 서양과학에 비해 우월한 근거로 이해되었는데 예를 들면 박규수(朴珪壽)의 경우, ①《주비산경》이 중국 천문학의 으뜸일 뿐만 아니라(“대지혼원의 체에 대해……주비만큼 상세한 것이 없다.[大地渾圓之體……而莫詳於周髀之說]”), ②서양과학(천문학)에 비해서도 우월하다(“주비산경의 법이 밝으니 서양 오랑캐의 지구설은 폐해도 가하다[周髀之法明 西夷地球之說 廢之可也]”)고까지 주장하였다.
《주비산경》은 과학사적으로 보자면 동양의 전통적 우주론의 하나로 ‘1,000리 1촌의 그림자 차(影差千里一寸)’을 비롯해 몇 가지 가정을 통해 일관된 이론 체계를 체계적(연역적)으로 구성했다는 점에서 중국과학사상 매우 특이한 저작이다. 또한 구고법의 원류로서 《구장산술(九章算術)》과 더불어 ‘산경십서(算經十書)’의 하나로 중시되었다. 청대 고증학에 이르면 단옥재(段玉裁) 같은 이는 중국의 경학을 21경으로 확장할 것을 주장하였는바, 그 중 산학서로서 《구장산술》과 《주비산경》을 포함시킨 점을 통해서도 그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6. 참고사항

(1)명언
• “참으로 크도다. 수에 대해 말하는 바가.[大哉言數]” 〈권상(卷上)〉
• “혼천가에게는 《영헌》의 문이 있고 개천가에게는 《주비》의 법이 있다.[渾天有靈憲之文 蓋天有周髀之法]” 〈주비산경서(周髀算經序)〉
• “원은 방에서 나오고 방은 곱자에서 나오고 곱자는 구구셈에서 나온다.[圓出於方 方出於矩 矩出於九九八十一]” 〈주비산경서(周髀算經序)〉
(2)색인어:주비(周髀), 산경십서(算經十書), 구고(句股), 개천설(蓋天說), 서학(西學), 지원설(地圓說), 서학중원설(西學中源說).
(3)참고문헌
• 中國科學技術典籍通彙 數學卷(河南敎育出版社)
• 周髀算經新議(曲安京, 陝西人民出版社)
• 周髀算經(橋本敬造 譯, 《中國天文學·數學集》所收, 朝日出版社)
• Astronomy and Mathematics in Ancient China: The ‘Zhou Bi Suan Jing’ (Christopher Cullen, Cambridge University Press)
• 周髀算經の硏究(能田忠亮, 《東洋所天文學史論叢》 所收, 恒星社)

【안대옥】



동양고전해제집 책은 2023.10.30에 최종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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