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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洋古典解題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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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화엄경(華嚴經)》은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이라는 전체 경명을 줄여서 부르는 명칭이다. 《대방광불화엄경》은 범어 ‘Buddhāvataṃsaka-mahāvaipulya-sūtra’를 한역한 것이다. 《화엄경》은 대승불교의 가장 중요한 경전 가운데 하나로서, 부처님의 깨달음 및 그 깨달음을 이루는 순간 일어난 세계의 불가사의한 변화 등을 보살들이 설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역 경전으로는 60권본, 80권본, 40권본의 세 가지가 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불교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2. 한역자(漢譯者)

《화엄경》은 중국에서 세 차례 한역되었다. 첫 번째는 동진(東晉)의 불타발타라(佛陀跋陀羅)가 418~420년에 한역한 60권본으로 34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번째는 당(唐)의 실차난타(實叉難陀)가 695~699년에 한역한 80권본으로 39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셋째는 당의 반야(般若)가 795년에 한역한 40권본으로, 《화엄경》의 마지막 품인 〈입법계품(入法界品)〉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앞의 두 가지는 《화엄경》 전체를 다 한역한 것이고, 세 번째는 그중 마지막 품만 한역한 것이다. 우리나라에 화엄종을 전래한 신라의 의상(義相(625~702))은 두 번째인 60권본 《화엄경》에 입각하여 강설하고, 그에 대한 주석서인 《화엄일승법계도》를 지었다. 다만 조선에 들어와서는 주로 80권본 《화엄경》과 그에 대한 청량징관(淸涼澄觀(739~840))의 주석서를 중심으로 화엄학이 전승되었다.

3. 서지사항

오늘날의 연구에 따르면, 《화엄경》은 일시에 성립된 것이 아니고, 경을 이루는 개별적인 품들이 먼저 성립된 뒤, 후대에 하나의 대경(大經)으로 집대성되었다. 현재 산스크리트 사본이 남아 있는 품은 〈십지품(十地品)〉과 〈입법계품(入法界品)〉으로, 이 2품이 가장 이른 시기에 성립되었다고 추정된다. 2품 가운데서도 〈십지품〉이 보다 빨리 성립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시기는 대략 서기 150년 이전이다. 〈입법계품〉은 서기 163년 이후에 성립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 품에는 오늘날 중앙아시아에 위치했던 우전국(于闐國(Khotan))의 지명 역시 등장하므로, 《화엄경》의 편집이 중앙아시아에서 이루어졌을 가능성 역시 높게 제기된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화엄경》의 범본(梵本)은 4세기 말 이전 늦어도 5세기 이전에는 성립되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4. 구성과 내용

동아시아 불교에서는 전통적으로 60권본 《화엄경》은 7처(處) 8회(會)로 분류하고, 80권본 《화엄경》은 7처 9회로 분류한다. 이는 설법이 행해지는 장소와 내용 등에 따른 분류이다.

1) 60권본 《화엄경》의 구성과 내용
먼저 60권본 《화엄경》의 구성과 내용을 살펴보자. 이 《화엄경》은 총 34품이 있는데, 전통적으로 아래의 표와 같이 7군데 장소에서 설한 8회의 법회로 분류한다.
〈표1. 60권본 《화엄경》의 7처 8회 구조〉
간행시기 광해연간
(1608~1623)
효종 9년
(1658년)
숙종 17년
(1691년)
영조41년
(1765년)
정조 15년
(1791년)
판본 훈련도감자
(목활자)
목판본
(훈련도감자복각문)
목판본 무신자본
(금속활자본)
목판본
10권 5책 10권 6책 10권 7책 10권 5책 10권 5책
장서각
규장각
전남대
고려대


이상의 표를 보면, 60권본 《화엄경》에서는 총 8회의 법회가 이루어지며, 제2 보광법당회와 제7 보광법당중회의 장소가 겹치므로, 7처가 된다. 장소는 지상 → 천상 → 지상으로 되어 있고, 부처님은 침묵한 채 여러 보살들이 설하는 주체가 되어 법을 설한다.
대부분의 불경이 모두 부처님을 설하는 주체로 삼는 것에 비해, 《화엄경》은 보살을 설하는 주체로 삼고 있다는 점은 이 경의 매우 특징적인 면모이다. 그렇다면 《화엄경》에서 부처님의 역할을 무엇인가? 이 점은 60권본 《화엄경》의 제1품인 〈세간정안품(世間淨眼品)〉에 잘 나타나 있다. 〈세간정안품〉은 《화엄경》의 서품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如是我聞]”라는 문구 이후 곧장 ‘부처님이 마갈제국(摩竭提國)의 적멸도량(寂滅道場)에서 처음으로 정각(正覺)을 이루었다.’는 내용과 더불어 부처님이 처해 있던 환경, 가령 주변의 땅, 기대고 있던 보리수(菩提樹), 앉아 있던 사자좌(師子座) 등이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알기 어려운 신비한 모습으로 변화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이는 《화엄경》의 유심(唯心) 사상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서, 마음이 고양됨에 따라 그를 둘러싼 환경 세계 역시 불가사의한 모습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화엄경》에서 부처님은 침묵의 상태에서 깨달음의 세계를 단박에 보여주고 있으며, 보현보살과 문수보살과 같은 보살들은 그러한 부처님의 세계를 찬탄하면서, 그것에 이르는 길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34품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제22 〈십지품〉은 금강장보살이 대지혜광명 삼매에서 나와 십지를 설하는 내용으로서, 이 품에 대해서는 《불설십주경(佛說十住經)》, 《불설십지경(佛說十地經)》 등의 독립된 별행경(別行經)이 많이 있으며, 중국불교의 지론학파(地論學派) 역시 이 별행된 《십지경》에 의거하여 성립될 만큼 동아시아불교에 큰 영향을 끼쳤다. 또한 제34 〈입법계품〉은 선재동자(善財童子)가 문수보살을 포함하는 53인의 선지식을 만나 보살의 실천에 대해 가르침을 듣고 법계(法界)에 들어가는 모습을 아주 역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2) 80권본 《화엄경》의 구성과 내용
다음으로 당에서 한역된 80권본 《화엄경》은 7처 9회의 구조로 분류된다. 이 《화엄경》은 총 39가지 품이 있는데, 7장소에서 설한 8회의 법회로 분류한다.

〈표2. 80권본 《화엄경》의 7처 9회 구조〉
7처 8회 34품 현수법장賢首法藏의 분류
제1 보리량회(지상) 제1 세주묘엄품

제6 비로자나품
부처님의 인과因果, 믿음(信)
제2 보광법당회(지상) 제7 여래명호품

제12 현수품
차별의 인과, 이해(解)
제3 도리천회(천상) 제13 승수미산정품

제18 명법품
차별의 인과, 이해(解)
제4 야마천회(천상) 제19 승야마천궁품

제22 십무진장품
차별의 인과, 이해(解)
제5 도솔천궁회(천상) 제23 승도솔천궁품

제25 십회향품
차별의 인과, 이해(解)
제6 타화자재천궁회(천상) 제26 십지품 차별의 인과, 이해(解)
제7 보광법당중회(지상) 제27 십정품

제37 여래출현품
평등한 인과, 이해(解)
제8 삼중보광법회(지상) 제38 이세간품 수행을 성취하는 인과, 실천(行)
제9 서다원림회(지상) 제39 입법계품 깨달아 들어가는 인과, 증득(證)

이상의 표를 보면, 80권본 《화엄경》은 9회의 법회가 열리며, 보광법당에서 총 3회의 법회가 열리므로 장소는 7처가 된다. 설법의 장소는 60권본과 마찬가지로 지상 → 천상 → 지상의 구조로 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80권본 《화엄경》에 대해서는 당의 현수법장(賢首法藏)이 분류한 방식을 많이 따르는데, 법장은 이 《화엄경》 전체를 다섯 번의 인과(오주인과(五周因果))로 설명하였다. 즉 제1 보리량회는 법신 비로자나 부처님의 깨달은 결과에 있는 덕(德)과 그러한 덕을 성취하기 위해 닦았던 인행(因行)을 말하였으므로, 믿음의 대상이 되는 인과(소신인과(所信因果))라고 보았다. 다음으로 제2회에서 제6회까지는 차별된 인과(차별인과(差別因果))를 설하고 있으며, 제7회는 앞서 설한 인과 과가 서로 융통한 모습을 보이므로 평등한 인과(평등인과(平等因果))를 설하고 있으며, 제8회는 수행을 성취하는 인과(성행인과(成行因果))를 설하고 있으며, 제9회는 선재동자가 여러 선지식들을 방문하면서 인행(因行)을 닦아 법계에 들어가는 것을 밝혔으므로 깨달아 들어가는 인과(등입인과(證入因果))를 설하고 있다.
《화엄경》 전체를 한역한 60권본과 80권본 《화엄경》을 비교해보면, 우선 품명(品名)에 있어서는 번역어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동일한 내용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십정품(十定品)〉은 80권본에만 있고, 제1회의 경우도 60권본은 2품이지만 80권본은 6품으로 보다 세분화되어 있으므로, 두 경의 구성이 동일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이 두 경의 저본이 되는 범본(梵本)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3) 40권본 《화엄경》의 구성과 내용
40권본 《화엄경》은 당 덕종 정원 연간에 남인도 오차국왕(烏茶國王)이 보내온 범본을 반야 삼장이 장안의 숭복사(崇福寺)에서 한역한 것으로, 앞의 두 경의 마지막 품인 〈입법계품〉에 해당한다. 품명은 〈입부사의해탈경계보현행원품(入不思議解脫境界普賢行願品)〉으로서, 불가사의한 보살의 경계에 들어가는 보현의 행원을 설하는 내용이다. 이 경의 첫 부분은 부처님이 실라벌성(室羅筏城) 서다림(逝多林)의 급고독원(給孤獨園)에 위치한 대장엄중각(大莊嚴重閣)에서 보살 오천 인과 함께 있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때 부처님은 사자빈신삼매(師子頻申三昧)에 들어가 머물렀고, 무수한 대중들이 모여들었다. 다만 무수한 성문(聲聞) 대중들은 부처님의 장엄한 모습을 보지 못한 반면, 보살 대중들은 부처님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찬탄을 아끼지 않는다. 이것이 제1권에서 제3권에 이르는 내용이다.
이후 제4권부터 제40권까지는 문수보살이 부처님 계신 곳을 떠나는 것과 더불어 선재동자가 문수보살의 가르침을 받고 53인의 선지식을 찾아다지면서 점차 법계(法界)에 들어가는 과정을 밝혔다. 즉 선재동자는 문수보살을 만나고서 십신(十信)의 지위를 증득하였고, 길상운(吉祥雲) 비구에서 자행동녀(慈行童女)까지 10인의 선지식을 만나고서 십주(十住)의 지위를 증득하였으며, 묘견(妙見) 비구에서 변행(遍行) 외도까지 10인의 선지식을 만나고서 십행(十行)의 지위를 증득하였고, 향 파는 장자에서 자성부동신(自性不動神)까지 10인의 선지식을 만나고서 십지(十地)의 지위를 증득하였고, 마야(摩耶) 부인으로부터 덕생동자(德生童子)·유덕동녀(有德童女)까지 11인의 선지식을 만나고서 등각(等覺)의 지위를 증득하였고, 마지막으로 보현보살을 만나고서 묘각(妙覺)의 지위를 증득하게 된다. 그러므로 40권본 《화엄경》에서는 선재동자가 일생 동안 삼아승기겁(三阿僧祇劫)의 인행(因行)을 거쳐 과위(果位)에 오르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5. 가치와 영향

《화엄경》은 중국에서 크게 세 차례 한역되었지만, 개별적 품에 해당하는 이역본(異譯本)의 경전들이 일찍부터 한역되어, 중국불교의 전개에 큰 영향을 끼쳤다. 가령 〈십지품〉에 해당하는 《보살십지경》이 한역된 뒤 지론학파(地論學派)가 형성된 사례를 들 수 있다. 이후 《화엄경》의 교리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중국 화엄종(華嚴宗)이 성립하였는데, 특히 지엄(智儼) 문하에서 신라의 의상과 당의 법장이라는 핵심적 인물이 나와 이후 화엄의 가르침이 동아시아 전반으로 펼쳐지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의상은 신라에 60권본 《화엄경》의 사상을 전래하였으며, 그의 화엄사상은 고려의 균여(均如) 등에까지 전승된다. 조선에 이르면, 《화엄경》에 대한 연구에 있어 청량징관의 《화엄경소(華嚴經疏)》와 《화엄경수소연의초(華嚴經隨疏演義鈔)》 등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었으므로, 조선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화엄학 연구는 주로 80권본 《화엄경》에 의거하여 진행되고 있다. 특히 조선 후기에 등장한 사기(私記) 가운데는 80권본 《화엄경》과 그에 대한 여러 주석서들을 고증학적 측면에서 주석한 화엄사기(華嚴私記)가 큰 분량을 차지할 만큼 우리나라 불교에서 화엄학 연구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6. 참고사항

(1) 명언
• 마음은 솜씨 좋은 화가와 같아서 갖가지 오음(五陰)을 그리니 心如工畫師 畫種種五陰
일체의 세계 가운데 짓지 않는 법이 없다네 一切世界中 無法而不造
마음처럼 부처님도 그러하고, 부처님처럼 중생도 그러하여 如心佛亦爾 如佛衆生然
마음과 부처님, 그리고 중생, 이 세 가지는 차별이 없다네 心佛及衆生 是三無差別
60권본 《화엄경》 권10 〈야마천궁보살설게품(夜摩天宮菩薩設偈品)〉
• 어떤 사람이 삼세(三世)의 일체 부처님을 알고자 한다면 若人欲了知 三世一切佛
법계의 본성 일체가 마음이 지은 것임을 관해야 하네 應觀法界性 一切唯心造
80권본 《화엄경》 권19 〈야마궁중게찬품(夜摩宮中偈讚品)〉
• 부처님 몸은 법계에 충만하여 일체 중생 앞에 두루 나타나시네 佛身充滿於法界 普現一切衆生前
인연 따라 나아가 두루 하지 않음이 없으나 항상 이 보리좌에 앉아계시도다 隨緣赴感靡不周 而恒處此菩提座
80권본 《화엄경》 권6 〈여래현상품(如來現相品)〉
(2) 색인어:화엄경(華嚴經),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 불타발타라(佛陀跋陀羅), 실차난타(實叉難陀), 반야(般若)
(3) 참고문헌
• 대방광불화엄경(운허 동국역경원)
• 대방광불화엄경 실마리(무비 담앤북스)
• 화엄의 세계(해주스님 민족사)
• 중국화엄사상사(정병삼 등 역, 민족사)

【박인석】



동양고전해제집 책은 2023.10.30에 최종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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