啓表之類에 惟歐陽公은 情多婉曲하고 王荊公은 思多巉刻이라
伏蒙聖恩하야 以臣累章請郡이라하사 特除臣龍圖閣學士知杭州者하시니이다
伏念 臣
은 學非有得
이요 하니 雖叨過實之名
이나 卒無適用之器
하니이다
少時妄意하야 蓋嘗有志於事功이나 晩歲積憂하야 但欲歸安於田畝러니 屬聖神之履運하야 荷識拔之非常하니이다
察其才有所短
하야 不欲强置之禁嚴
하시고 知其進
하야 故特保全其終始
하시고 遂加此職
하야 以賁其行
하시니이다
01. 용도각학사龍圖閣學士를 제수한 것에 사례한 표表
계啓와 표表의 종류 중에 구양공歐陽公(구양수歐陽脩)은 정情이 완곡한 내용이 많고, 왕형공王荊公(왕안석王安石)은 생각이 날카롭고 각박한 것이 많다.>
그러나 소씨蘇氏의 부자와 형제(소순蘇洵․소식蘇軾․소철蘇轍)는 왕왕 깊이 생각한 것이 적다.
그러므로 내가 겨우 몇 수를 기록하여 그 대강만을 나타내었다.
신臣이 여러 번 글을 올려 군郡을 맡겨주실 것을 청원했다 하여 신臣을 특별히 용도각학사 지항주사龍圖閣學士 知杭州事에 제수하시는 성은을 삼가 입었습니다.
금중禁中의 보배로운 물건은 위로 규수奎宿와 벽수壁宿의 상象에 응하고, 선조先朝의 모훈謨訓은 멀리 하도河圖․낙서洛書의 부서符瑞와 같습니다.
그런데 신臣이 그 안에서 직책을 맡고 있으니, 스스로 돌아보건대 제가 차지할 자리가 아닙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신臣은 학문에 얻음이 있는 것이 아니요, 어리석음은 불이不移에 이르렀으니, 비록 실제보다 더한 명성을 욕되게 얻었으나 끝내 사용하기에 적합한 재능이 없습니다.
젊었을 적에 망령된 생각을 가져 일찍이 사공事功을 세우려는 뜻을 두었으나 말년에 우환이 쌓여서 다만 전원에 돌아가 편안히 지내고자 하였는데, 마침 성신聖神한 군주께서 시운을 타시고 즉위하시어 비상하게 인정하시고 발탁해주셨습니다.
신臣은 뒤늦게나마 잘못을 만회할 것을 바랐으나 갑자기 견마犬馬의 질병이 닥쳐오니, 힘써 한가로운 직책을 얻어서 행여 넘어지지나 않기를 바랐습니다.
어찌 폐하의 성스러운 도량이 더러움을 포용해주시고 하늘과 같으신 인자함이 밝게 비춰주실 줄을 생각했겠습니까?
신臣의 재주가 부족함을 살피시어 억지로 궁중의 엄한 곳에 두고자 하지 않으셨고, 벼슬길에 나아감이 남의 지원支援에 연유하지 않음을 아시어 특별히 그 시종始終을 보전해주시고, 마침내 용도각학사龍圖閣學士의 직책을 더해주셔서 부임해 가는 길을 영화롭게 꾸며주셨습니다.
신臣이 감히 그 후광後光으로 인하여 평소 지키는 지조를 더욱 힘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다만 죽기 전에 반드시 성상聖上의 은혜에 보답할 것을 기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