夫聖人之於天下에 所恃以爲牢固不拔者는 在乎天下之民이 可與爲善이요 而不可與爲惡也니이다
昔者에 三代之民이 見危而授命하고 見利而不忘義하니 此는 非必有爵賞勸乎其前하고 而刑罰驅乎其後也요
其心이 安於爲善하고 而忸怩於不義라 是故로 有所不爲하니이다
夫民知其所不爲하면 則天下不可以敵이요 甲兵不可以威요 利祿不可以誘하야 可殺可辱可飢可寒이로되 而不可與叛이니 此는 三代之所以享國長久而不拔也니이다
及至秦, 漢之世하야는 其民이 見利而忘義하고 見危而不能授命이라
法禁之所不及이면 則巧僞變詐 無所不爲하고 疾視其長上하야 而幸其災하니 因之以水旱하고 加之以盜賊이면 則天下蕩然하야 無復天子之民矣니이다
世之儒者 嘗有言曰 三代之時엔 其所以敎民之具 甚詳且密也라
學校之制와 射鄕之節과 冠婚喪祭之禮가 粲然莫不有法이러니 及至後世하야는 敎化之道衰하야 而盡廢其具라
然이나 世之儒者 蓋亦嘗試以此等으로 敎天下之民矣로되 而卒以無效하야 使民好文而益婾하고 飾詐而相高는 則有之矣니 此亦儒者之過也니이다
臣愚以爲 若此者는 皆好古而無術하고 知有敎化而不知名實之所存者也라하노이다
實者는 所以信其名이요 而名者는 所以求其實也니 有名而無實이면 則其名不行하고 有實而無名이면 則其實不長이니
昔
에 武王旣克商
하시고 하야 使天下知其不貪
하고 禮下賢俊
하야 使天下知其不驕
하고 하야 使天下知其仁
하고 하야 使天下知其義
하시니 如此
면 則其敎化天下之實
이 固已立矣
라
天下聳然하야 皆有忠信廉恥之心하니 然後에 文之以禮樂하고 敎之以學校하며 觀之以射鄕하고 而謹之以冠婚喪祭라
及至秦, 漢之世하야는 專用法吏하야 以督責其民이라
彼見其登降揖讓盤辟(躄)俯僂之容
하면 則掩口而竊笑
하고 聞鍾鼓管磬
하면 則驚顧而不樂
하나니 如此
요 而欲望其遷善遠罪
면 不已難乎
잇가
臣愚以爲 宜先其實而後其名하야 擇其近於人情者而先之니이다
今夫民不知信이면 則不可與久居於安이요 民不知義면 則不可與同處於危니 平居則欺其吏하고 而有急則叛其君이라
此는 敎化之實이 不至니 天下之所以無變者 幸也니이다
欲民之知信이면 則莫若務實其言이요 欲民之知義면 則莫若務去其貪이니이다
其始也
에 官告以權時之宜
요 非久役者
니 면 當復爾業
이라하더니
自
以來
로 諸道以兵興爲辭而增賦者
를 至今皆不爲除去
하니 夫如是
면 將何以禁小民之詐欺哉
잇가
夫所貴乎
之尊者
는 爲其恃於四海之富
하야 而不爭於錐刀之末也
라 其與民也優
하고 其取利也緩
이니이다
古之聖人이 不得已而取면 則時有所置하야 以明其不貪하니이다
何者오 小民은 不知其說하고 而惟貪之知일새니이다
今鷄鳴而起하야 百工雜作하고 匹夫入市하야 操挾尺寸이어든 吏且隨而稅之호되 扼吭拊背하야 以收絲毫之利하니이다
古之設官者는 求以裕民이러니 今之設官者는 求以勝民이라
賦斂有常限이로되 而以先期爲賢하고 出納有常數로되 而以羨息爲能하며 天地之間에 苟可以取者면 莫不有禁하야 求利太廣하고 而用法太密이라
臣愚以爲 難行之言을 當有所必行하고 而可取之利를 當有所不取하야 以敎民信하고 而示之義니
若曰 國用不足하야 而未可以行이라하면 則臣恐其失之多於得也니이다
東坡勸敦敎化어늘 而以罷西河之兵與寶元以來增賦爲案하니 其言이 雖近長老나 而其實則疏略矣니라
동파東坡의 행문行文한 것을 보면 매우 여유가 있고 완곡하여, 장차 말하지 못할 부분을 말하려 하였다.
성인聖人이 천하天下에 대해 견고하여 뽑힐 수 없다고 믿는 것은 천하天下의 백성들이 더불어 선善은 할 수 있고 더불어 악惡은 할 수 없는 데에 있었습니다.
옛날 삼대三代의 백성들은 나라의 위태로움을 보면 목숨을 바치고 이로움을 보고도 의義를 잊지 않았으니, 이는 반드시 관작과 상賞이 앞에서 권면하고 형벌이 뒤에서 몰아쳤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 마음이 선행善行을 하는 것을 편안히 여기고 불의不義를 하는 것을 부끄러워했기 때문에 절대로 하지 않는 바가 있었던 것입니다.
국민國民들이 절대로 하지 않아야 할 바를 안다면 천하天下가 그 나라를 대적할 수 없고 갑옷과 병기로도 위협할 수 없고 이익과 녹봉으로도 유혹할 수 없어서, 마음대로 죽일 수 있고 욕보일 수 있고 굶주리게 할 수 있고 추위에 떨게 할 수 있으나 더불어 반란할 수는 없으니, 이는 삼대시대三代時代가 나라를 장구히 보유하여 뽑히지 않은 이유입니다.
그런데 진秦․한시대漢時代에 이르러서는 백성들이 이익을 보면 의義를 잊고, 나라의 위태로움을 보고도 목숨을 바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법과 금령이 미치지 않는 곳에는 공교롭게 거짓말하고 임기응변으로 속이는 짓을 하지 않는 바가 없고, 장상長上을 미워하고 원망하여 그에게 재앙이 일어나기를 바랐으니, 이로 인해 수해와 한해가 뒤따르고 겸하여 도적이 일어나면 천하天下 사람들이 다 없어져서 다시는 천자天子의 백성이 없게 되었습니다.
세상의 유자儒者들이 항상 말하기를 “삼대시대三代時代에는 백성을 가르치는 도구가 매우 자세하고 또 치밀하였다.
학교의 제도와 향사례鄕射禮․향음주鄕飮酒의 예절과 관冠․혼婚․상喪․제祭의 예禮가 찬란하여 모두 법도가 있었는데, 후세에 이르러서는 교화하는 방도가 쇠하여 그 도구를 모두 폐지하였다.
이 때문에 백성들이 이와 같이 염치가 없는 것이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세상의 유자儒者들 또한 일찍이 한번 이러한 제도와 예절을 천하天下의 백성들을 가르쳤지만 끝내 효험이 없어서 백성들로 하여금 문식文飾만 좋아하여 더욱 구차하고 속임수를 꾸미면서 서로 높이는 것만 있게 하였으니, 이 또한 유자儒者들의 잘못입니다.
어리석은 신臣은 생각하건대 ‘이와 같이 된 까닭은 모두 옛것을 좋아하나 올바른 방법이 없고, 교화가 있는 줄은 알지만 명名과 실實이 보존된 것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여깁니다.
실實은 명名을 믿게 하는 것이고 명名은 실實을 찾는 것이니, 명名만 있고 실實이 없으면 명名이 제대로 행해지지 못하고, 실實만 있고 명名이 없으면 실實이 장구하지 못합니다.
오늘날 모든 유자儒者들이 논하는 것은 모두 명名뿐입니다.
옛날 무왕武王이 상商나라를 이기시고는 재물을 베풀고 곡식을 내어서 천하天下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탐하지 않음을 알게 하셨고, 어진 자와 준걸스러운 사람들에게 예禮로 낮추어서 천하天下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교만하지 않음을 알게 하셨고, 선성왕先聖王의 후손을 봉해주어서 천하天下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인자함을 알게 하셨고, 비렴飛廉과 악래惡來를 죽여서 천하天下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의로움을 알게 하셨으니, 이와 같이 하면 천하天下를 교화하는 실제가 진실로 이미 확립된 것입니다.
이에 천하天下 사람들이 분발하여 모두 충신忠信과 염치廉恥의 마음을 간직하게 되었으니, 그런 뒤에야 예악禮樂으로써 문채를 내고 학교로써 가르치며 향사례鄕射禮와 향음주鄕飮酒로써 예절을 보여주고 관冠․혼婚․상喪․제祭의 예禮를 삼가게 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백성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깨달으며 편안히 행하여 스스로 체득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진秦․한시대漢時代에 이르러서는 오로지 법조문을 적용하는 관리를 등용하여 백성들을 독책督責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천여 년 동안 백성들이 모두 날마다 염치를 무릅쓰고 이익을 좋아하면서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습니다.
이에 유자儒者들이 비로소 삼대三代의 예禮에 이른바 명名이라는 것을 가지고 백성들을 다스렸습니다.
그런데 저 백성들은 관리들이 오르내리고 읍하고 사양하고 발을 서리고 몸을 구부리는 용모를 보면 입을 가리고 속으로 비웃고, 종과 북과 관악기와 석경石磬의 조용하고 여유있는 음악 소리를 들으면 깜짝 놀라 돌아보면서 좋아하지 않으니, 이와 같은데도 백성들이 선善으로 옮겨가고 죄를 멀리하기를 바란다면 어렵지 않겠습니까?
어리석은 신臣은 생각하건대 마땅히 실實을 먼저 하고 명名을 뒤로 하여 인정人情에 가까운 것을 가려서 먼저 시행하여야 한다고 여겨집니다.
백성들이 신信을 알지 못하면 백성들과 함께 오랫동안 편안함에 거처할 수 없고, 백성들이 의義를 알지 못하면 백성들과 함께 위태로움에 대처할 수 없으니, 〈백성들이 신信을 모르고 의義를 모르면〉 평상시에는 관리를 속이고 위급한 일이 있으면 군주를 배반합니다.
이는 교화의 실제가 지극하지 못해서이니, 천하天下에 변란이 없는 것이 다행입니다.
백성들이 신信을 알기를 바란다면 윗사람이 말을 진실하게 하려고 힘쓰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고, 백성들이 의義를 알기를 바란다면 윗사람이 탐욕을 제거하려고 힘쓰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습니다.
지난번 하서河西 지방에서 전쟁할 적에 민가의 자제들을 모두 장부에 올려서 군인을 만들었는데,
처음에 관청에서 이들에게 말하기를 “임시방편으로 하는 것일 뿐, 너희들을 장기간 부역시키려는 것이 아니니, 이 일(전쟁)이 끝나면 마땅히 너희의 직업을 회복해주겠다.”라고 하였는데,
조금 있다가 모두 이마에 자자刺字하여 한 사람도 면한 자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또 보원寶元 연간 이후로 여러 도道에서 전란을 구실 삼아서 세금을 더 올린 것을 지금까지도 모두 없애지 않고 있으니, 이와 같다면 장차 백성들의 속이는 것을 어떻게 금할 수 있겠습니까?
현관縣官(천자天子)의 높음을 귀하게 여기는 까닭은 사해四海의 부유함을 믿고서 송곳과 칼끝처럼 작은 것을 다투지 아니하여, 백성들에게 주기는 많이 하고 이익을 취하는 것은 느슨하기 때문입니다.
옛날 성인聖人들은 부득이하여 재물을 취하게 되면 때로는 버리는 바가 있어서 자신이 탐하지 않음을 밝혔습니다.
왜냐하면, 백성들은 그 내용은 알지 못하고 오직 탐하는 것만을 알기 때문입니다.
지금 닭이 울어 날이 새면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서 공인工人들이 어울려 작업을 하고 필부匹夫가 시장에 들어가서 한 자나 한 치 되는 물건을 팔려고 이것을 잡고 있으면, 관리가 따라와서 세금을 매기는데 백성들의 목을 조이고 등을 쳐서 털끝만 한 이익까지 다 징수합니다.
옛날에는 백성을 여유롭게 하려고 관청을 설치하였는데, 지금은 백성들을 탄압하려고 관청을 설치하였습니다.
세금 거두는 것이 일정한 기한이 있는데도 기한보다 먼저 거두는 것을 훌륭하게 여기고, 재물을 내고 바치는 것이 일정한 액수가 있는데도 많이 거두는 것을 능함으로 여기며, 천지天地의 사이에 만일 재물을 취할 수 있는 것이면 모두 다 백성들이 소유하지 못하도록 금지해서, 이익을 구하기를 너무 넓게 하고 법을 적용하기를 너무 치밀하게 합니다.
그러므로 백성들이 날마다 탐욕으로 달려가는 것입니다.
어리석은 신臣은 생각하건대 이행하기 어려운 말(약속)을 마땅히 반드시 행하고 취할 수 있는 이익을 마땅히 취하지 않아서 백성들에게 신信을 가르치고 의義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만약 말하기를 “국가의 재용財用이 부족해서 이것을 이행할 수 없다.”라고 한다면, 신臣은 실失이 득得보다 많을까 두렵습니다.
동파東坡가 교화를 돈독히 할 것을 권하였는데, 서하西河의 군대와 보원寶元 연간 이래에 세금을 늘린 것을 파하는 것으로 방안을 삼았으니, 말은 비록 후덕한 장로長老에 가까우나 실제는 소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