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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洋古典解題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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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선화화보(宣和畫譜)》는 북송(北宋) 휘종(徽宗)의 명에 따라 내부(內府)에 수장하고 있는 위진(魏晉)에서 북송(北宋)에 이르기까지의 저명한 화가 231명의 작품 6,396건을 10가지의 화문(畫門)으로 분류한 것이다. 먼저 해당 화가의 약전을 기록하고 그 아래에 수장한 작품명과 수량을 덧붙여 기록하여 선화(宣和) 2년(1120)에 총 20권으로 완성하였다. 전기체(傳記體)의 회화통사(繪畫通史) 성격의 저술이다.

2. 저자

미상(未詳). 《선화화보》는 《선화서보(宣和書譜)》와 함께 편찬되었는데 그 작자에 대해서는 자세하지 않고, 휘종 조길(趙佶)에 의해 집필되었다고 하는 견해와 채경(蔡京)과 미불(米芾)에 의해 집필되었다고 하는 견해가 공존한다. 다만 책의 성격으로 볼 때 휘종의 주도에 따라 구성된 전문가 집단에 의해 공동의 집체 작업으로 회화 작품의 분류와 집필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여겨진다.

3. 서지사항

송나라는 건국 초기부터 옛 서화 작품을 널리 수집하여 휘종 때에 이르면 내부(內府)에 수장하고 있는 서화 작품이 상당히 풍부해지게 되어 이를 정리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내부에 소장하고 있는 역대 서화가의 그림과 글씨의 목록을 작성하고 인물별로 분류하여 해당 인물의 소전(小傳)을 앞에 붙여 20권의 《선화화보》와 20권의 《선화서보》를 함께 완성하였다. 이 가운데 《선화화보》는 위진에서 북송까지의 화가 231명과 작품 6,396건의 정보를 그림 소재에 따라 10개의 화문으로 분류하고 화가의 약력과 당시 내부에 수장하고 있는 작품의 목록을 기록하였다. 각 화문의 첫머리에는 서론(敍論)이 실려 있다. 다만 그림은 곁들이지 않고 관련 자료와 품평 등을 문자로 기록하였다. 10문은 도석(道釋), 인물(人物), 궁실(宮室), 번족(番族), 용어(龍魚), 산수(山水), 축수(畜獸), 화조(花鳥), 묵죽(墨竹), 소과(蔬果)이다.
《선화화보》의 판본으로는 원 대덕(大德) 7년(1303)의 오문귀간본(吳文貴刊本), 명 가정(嘉靖) 19년(1540)의 각본(刻本), 명 만력(萬曆) 36년(1608)의 각본(刻本), 명 모씨(毛氏) 급고각(汲古閣)의 진체비서본(津逮秘書本) 등이 있다. 명 홍격구초본(紅格舊抄本) 등의 필사본과 아울러 20종 이상의 이본이 전해진다.

4. 내용

권1에서 권4까지는 도석문(道釋門)으로 도석서론(道釋敍論)과 함께 고개지(顧愷之) 등 49인의 전기와 회화 작품이 소개되어 있으며, 삼교(三敎)와 종규씨(鍾馗氏)와 귀신(鬼神)이 포함되어 있다.
권5에서 권7까지는 인물문(人物門)으로 인물서론(人物敍論)과 함께 조불흥(曹弗興) 등 33인의 전기와 회화 작품이 소개되어 있으며, 전대(前代) 제왕(帝王) 등의 사진(寫眞)이 포함되어 있다.
권8은 궁실문(宮室門)과 번족문(番族門)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궁실문에는 궁실서론(宮室敍論)과 함께 윤계소(尹繼昭) 등 4인의 전기와 회화 작품이 소개되어 있고 주거(舟車)가 포함되어 있으며, 번족문에는 번족서론(番族敍論)과 함께 호괴(胡瓌) 등 5인의 전기와 회화 작품이 소개되어 있고 번수(番獸)가 포함되어 있다.
권9는 용어문(龍魚門)으로 용어서론(龍魚敍論)과 함께 원의(袁義) 등 8인의 전기와 회화 작품이 소개되어 있으며, 수족(水族)이 포함되어 있다.
권10에서 권12까지는 산수문(山水門)으로 산수서론(山水敍論)과 함께 이사훈(李思訓) 등 41인의 전기와 회화 작품이 소개되어 있으며, 안석(案石)이 포함되어 있다.
권13에서 권14까지는 축수문(畜獸門)으로 축수서론(畜獸敍論)과 함께 사도석(史道碩) 등 27인의 전기와 회화 작품이 소개되어 있다.
권15에서 권19까지는 화조문(花鳥門)으로 화조서론(花鳥敍論)과 함께 등왕(滕王) 이원영(李元嬰) 등 46인의 전기와 회화 작품이 소개되어 있다.
권20은 묵죽문(墨竹門)과 소과문(蔬果門)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묵죽문에는 묵죽서론(墨竹敍論)과 함께 이파(李頗) 등 12인의 전기와 회화 작품이 소개되어 있고 소경(小景)이 포함되어 있으며, 소과문에는 소과서론(蔬果敍論)과 함께 고야왕(顧野王) 등 6인의 전기와 회화 작품이 소개되어 있고 약품(藥品)과 초충(草蟲)이 포함되어 있다.
위와 같이 소재에 따라 10가지로 유형을 나누고, 각 유형의 첫머리에 작은 서문을 두어 각 유형의 역사와 주요 화가를 소개하였다. 그런데 한 화가가 두 가지 유형 이상의 성향을 보이고 작품을 남겼어도, 반드시 한 유형에만 속하게 하였기 때문에 화가마다 첨부한 작품 목록에 서로 다른 유형의 그림들이 섞여 있게 되었다.

5. 가치와 영향

북송 시기는 화원(畫院)의 제도가 완비되어 화원 화가들의 창작 활동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휘종 역시 뛰어난 옛 회화 작품을 널리 수집하여 많은 예술품을 내부에 수장하고 있었다. 《선화화보》는 바로 북송 시기까지의 회화 발전 과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휘종의 궁정에 보관되어 있던 회화 작품의 품목을 상세히 보여주고 있으므로, 이 시대의 회화를 연구하는 데에 있어서 반드시 검토해야 하는 핵심 사료(史料)가 된다. 또한 전기체(傳記體)로 이루어진 회화통사(繪畫通史) 성격의 저술로서 회화의 역사를 이해하고 연구하는 데에 있어서는 소홀히 할 수 없는 역사적 가치를 지닌 저술이다.
특히 묵죽(墨竹)을 하나의 화문으로 독립시켰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이는 문인 회화의 발전에 따라 묵죽이 회화의 중요한 소재가 되어 있음을 보여줄 뿐 아니라, 문인 회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제고(提高)되어 있음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하여 형사(形似)보다 신사(神似)를 중시하고 기운생동(氣韻生動)을 기준으로 회화의 품등을 평가하고자 하였다는 점도 주목을 요한다.

6. 참고사항

(1)명언
• “회화도 예에 해당하는데 절묘한 경지에 오르면 이것이 예이면서 도를 이룬 것인지, 도이면서 예를 이룬 것인지를 분간하지 못할 정도가 된다.[畫亦藝也 進乎妙 則不知藝之爲道 道之爲藝]” 〈도석서론(道釋敍論)〉
• “아름다운 여인을 논할 때에는, 나비 눈썹과 흰 치아는 동린(東鄰)의 여인과 같고, 아름다운 자태가 곱고 빼어난 것은 낙포(洛浦)의 신과 같다고 한다.[至於論美女 則蛾眉皓齒 如東隣之女 瓌姿豔逸 如洛浦之神]” 〈인물서론(人物敍論)〉
• “회화는 형사를 요구하는데, 단청(丹靑)과 주황(朱黃)과 연분(鉛粉)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형사를 이루지 못한다면 여기에서 어떻게 그림이 귀한 줄을 알겠는가.[繪事之求形似 捨丹靑朱黃鉛粉則失之 是豈知畫之貴乎]” 〈묵죽서론(墨竹敍論)〉
(2)색인어:북송(北宋), 화원(畫院), 휘종(徽宗), 전기체(傳記體), 선화화보(宣和畫譜), 선화서보(宣和書譜), 회화통사(繪畫通史), 묵죽(墨竹), 문인화(文人畫).
(3)참고문헌
• 〈宣和畫譜的編撰與徽宗關系考〉(張其鳳, 《南京藝術學院學報》, 2008)
• 〈《宣和畫譜》的作者考及其他〉(陳傳席, 《阜陽師範學院學報》, 1986)
• 〈《宣和畫譜》探微〉(段玲, 《美術研究》, 1996)
• 〈宣和畫譜的編撰與徽宗關系考〉(張其鳳, 《南京藝術學院學報 美術與設計版》, 2008)
• 〈《宣和畫譜》之作者考辨〉(陳穀香, 《美術史研究》, 2008)

【신영주】



동양고전해제집 책은 2023.10.30에 최종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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