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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洋古典解題集

동양고전해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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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원(元)의 문인 양사홍(楊士弘)이 편찬한 당시(唐詩) 선집(選集). 당나라 때의 한시 1,341수가 수록되어 있다.

2. 저자

(1) 성명:양사홍(楊士弘). 건륭제(乾隆帝)의 이름 홍력(弘曆)을 피휘(避諱)하여 양사굉(楊士宏)으로 표기되기도 한다.
(2) 자(字)·별호(別號):자는 백겸(伯謙)이고, 호는 알려져 있지 않다.
(3) 출생지역:원적(原籍)이 허창(許昌) 양성(襄城)(지금의 하남(河南))인데, 조부 때 임강(臨江)(지금의 강서(江西))에 벼슬하면서 이곳에 거주하였다.
(4) 주요활동과 생애
양사홍은 《원사(元史)》에도 보이지 않아 생애가 자세하지 않다. “양성 양백겸이 당나라 사람의 시를 좋아하여, 오언(五言)과 칠언(七言)의 고시(古詩), 율시(律詩), 절구(絶句)를 성당(盛唐)과 중당(中唐), 만당(晩唐)으로 구분하여 몇 권으로 엮고 《당음》이라 하였다.”라는 《당음》의 〈자서(自序)〉 외에는 생애를 알 수 있는 기록이 전하지 않는다. 또 이 책이 지정(至正) 4년(1344) 완성된 것에 근거하여 이 시기 활동했다는 점만 확인할 수 있다.
(5) 주요저작:명(明) 이현(李賢)의 《명일통지(明一統志)》에는 어려서 학문을 좋아하고 악부시(樂府詩)에 뛰어났는데 《감지춘초집(鍳池春草集)》과 《당음》이 있다고 하였지만 《감지춘초집》은 전하지 않는다.

3. 서지사항

《당음》은 1335년 편찬을 시작하여 1344년 완성되었다. 명초(明初) 장진(張震)이 집주(輯註)한 12권의 《당음집주(唐音輯註)》, 고린(顧璘)(1476~1545)이 비점(批點)을 단 15권의 《비점당음(批點唐音)》, 청 건륭제(乾隆帝) 때 편찬된 《사고전서(四庫全書)》본 14권의 《당음(唐音)》 등 몇 가지 계열이 있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소장되어 있는 《당음유향집주(唐音遺響輯註)》에 1439년 동오(東吳) 이계(李繼)가 쓴 〈당음집주후서(唐音輯註後序)〉가 실려 있으므로 《당음집주》가 이 무렵 처음 간행된 듯하다. 12권의 《당음집주》는 중국 국가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비점당음》은 1561년 간본이 가장 이른데 중국 중앙연구원(中央研究院) 부사년도서관(傅斯年圖書館)에 15권이 소장되어 있다.
《연산군일기》(1505년 5월 19일)에 교서관(校書館)에 명하여 ‘당음시(唐音詩)’를 인쇄하여 바치라 한 기록이 보이지만 이때 간행된 조선본은 확인되지 않는다. 중국과 조선에서 주로 《당음집주》 계열이 전해졌는데 《당시시음집주(唐詩始音輯註)》, 《당시정음집주(唐詩正音輯註)》, 《당음유향집주(唐音遺響集註)》 등 3종이 분리되어 유통되었다. 이인영(李仁榮)의 《청분실서목(淸芬室書目)》에 따르면 명종 11년(1556) 동활자본 《당시정음집주》 14권 10책이 간행되었다고 하였는데,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소장되어 있는 《당음유향집주》도 이 시기에 함께 간행된 책인 듯하다. 16세기 초중반 을해자(乙亥字)로 간행된 《당시정음집주》, 《당음유향집주》가 성암고서박물관과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고, 비슷한 시기 간행된 목판본도 규장각 여러 곳에 전한다. 《비점당음》은 허균(許筠)의 〈비점당음발(批點唐音跋)〉에 1582년 구하였다고 하였는데 우리나라에 전하는 것은 거의 없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 1541년 고린(顧璘)의 서문이 달린 목판본이 소장되어 있는데 1803년 일본에서 간행된 판본이다.

4. 내용

《당음》은 《당시시음(唐詩始音)》, 《당시정음(唐詩正音)》, 《당음유향(唐音遺響)》 등 3부로 되어 있으며 전체 1,341수의 당나라 시가 수록되어 있다. 〈범례(凡例)〉에 따르면 이백(李白), 두보(杜甫), 한유(韓愈)의 시는 따로 전집(全集)이 있어 수록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당시시음》에는 양형(楊炯), 왕발(王勃), 노조린(盧照鄰), 낙빈왕(駱賓王) 등 이른바 사걸(四傑)의 시를 수록하였다. 《당시정음》은 시의 형식에 따라 오언고시‚ 칠언고시‚ 오언율시 및 오언배율‚ 칠언율시 및 칠언배율‚ 오언절구 및 육언절구‚ 칠언절구로 나누고 초당(初唐)과 성당(盛唐)의 작가를 하나로, 중당(中唐)을 하나로, 만당(晩唐)을 하나로 나누어 수록하였다. 《당시유향》에는 《당시정음》에 실리지 못한 대가의 작품과 승려, 규수(閨秀), 무명씨(無名氏)의 작품을 싣되, 작가별로 나누어 수록하였다.

5. 가치와 영향

조선시대 초기 가장 널리 읽힌 당시선집(唐詩選集)은 《삼체시(三體詩)》, 《당시고취(唐詩鼓吹)》와 함께 《당음》이었다. 성석린(成石璘)이 《당음》을 읽고 그곳에 실린 위응물(韋應物)의 시에 차운한 시가 있어 조선 초기부터 이 책이 널리 읽혔음을 알 수 있다. 조선 중기 이후 《당시품휘(唐詩品彙)》, 《당시산(唐詩刪)》 등이 새로운 교재로 등장하였지만 가장 오랜 기간 한시 학습서로서 이 책의 역할이 줄지 않았다. 허균의 〈비점당음발〉에 10년 동안 이 책을 들고 다니면서 외웠다고 하니 그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송상기(宋相琦)는 모친으로부터 《당음》의 절구 부분을 배웠다고도 하고 채제공(蔡濟恭)의 누이도 젊어서 《당음》을 읽고 시를 쓸 수 있었다고 한다. 또 《정조실록》(1795년 4월 30일)에 따르면 정조(正祖)가 여섯 살 먹은 세자가 “날마다 《당음》을 외우고 있는데 어느 시의 어느 한 글자든 한 번 보기만 하면 곧바로 구절 전체를 외운다.”라고도 하였다.
다만 지식인 사이에는 《당음》의 한계가 지적되기도 하였다. 허균은 《당시시음》, 《당시정음》, 《당음유향》으로 나누어놓은 것이 기준이 없고 특히 심전기(沈佺期), 왕창령(王昌齡), 고적(高適)과 같은 대가를 《당시정음》이 아닌 《당음유향》에 넣음으로써 그 비중을 너무 낮게 둔 것을 비판한 바 있다. 또 이수광(李睟光)은 만당(晩唐) 시기의 작품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이백과 두보, 한유의 시를 수록하지 않은 것을 비판한 바 있다. 유몽인(柳夢寅)도 이 책 때문에 사람들이 두보와 한유의 시를 무시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 말기 당시가 대중화되면서 서명에서 《당음》을 표방한 다양한 책이 간행된 데서도 《당음》이 조선에 끼친 영향이 지대하였음을 알 수 있다. 19세기말 방각본으로 간행된 《오언당음(五言唐音)》, 《칠언당음(七言唐音)》, 《당시장편(唐詩長篇)》 등이 규장각 등에 소장되어 있는데, 《당음》에서 작품을 다시 선발하고 이백과 두보 등의 작품을 보탠 책이다. 또 고려대에 소장되어 있는 필사본 《언해당음(諺解唐音)》은 이 《오언당음》을 한글로 번역한 것이며,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는 《당시장편》은 이 세 종의 방각본 중 일부를 다시 뽑고 원문만 한글로 적은 것이다. 또 《당음정선(唐音精選)》이라는 책도 규장각 등에 소장되어 있는데 방각본이다. 일부는 20세기 초 신활자로도 거듭 간행된 바 있으니, 《당음》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6. 참고사항

(1) 명언
• “간략하여 핵심만 있는 것은 양사홍(楊士弘)이 뽑은 《당음(唐音)》이요, 상세하여 덕지덕지 붙인 것은 고병(高棅)의 《당시품휘(唐詩品彙)》요, 독창적인 생각으로 지혜로워 옛것을 따르지 않고 투식대로 하지 않아 절로 운용한 것이 높은 것은 이반룡(李攀龍)의 《당시산(唐詩刪)》이다.[就其中略而精核者 曰楊士弘所抄唐音 其詳而敷縟者 曰高棅唐詩品彙 其匠心獨智 不襲故不涉套 以自運爲高者 曰李攀龍唐詩刪]” 〈허균, 〈제당절선산서(題唐絶選刪序)〉〉
• “당음의 오언절구 100여 수를 가르쳐 그 자질을 감발하라[敎唐音五言絶句百餘首 以感發其才情]” 〈임상덕(林象德), 〈아이들이 독서를 하는 차례[小兒讀書次第]〉〉
• “여름철이면 처음 당음의 절구를 가르치고 다음에 당음의 장편을 가르치라[當夏則初敎以唐音絶句 次敎以唐音長篇]” 〈윤기(尹愭), 〈독서의 차례[讀書次第]〉〉
• “회계산은 안개 걷혀 기운이 드높은데, 맑은 물은 바람 없어도 절로 파도가 이네. 정말 참된 땅을 능히 보았던가, 참된 땅이 나에게 많도록 해야지[稽山罷霧欝嵯峨 鏡水無風也自波 眞境有能看到否 須令眞境在吾多]” 〈유인석(柳麟錫), 〈당음을 읽고[誦唐音]〉〉
(2) 색인어:당음(唐音), 양사홍(楊士弘), 당시시음(唐詩始音), 당시정음(唐詩正音), 당음유향(唐音遺響), 오언당음(五言唐音), 칠언당음(七言唐音), 당시장편(唐詩長篇)
(3) 참고문헌
• 〈조선시대 당시선집의 편찬양상 연구〉(《중국어문학논집》 84, 2014)
• 오언당음, 칠언당음(조남권·이상미 공역, 박이정, 2005)
• 오언당음(김풍기 역, 교유서가, 2018)
• 조선 사람이 좋아한 당시(이종묵 저, 민음사, 2021)

【이종묵】



동양고전해제집 책은 2023.10.30에 최종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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