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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洋古典解題集

동양고전해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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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이탈리아인 예수회 신부 마테오 리치가 한문으로 집필하여 1603년에 상하 2권으로 간행한 천주교 교리서이다. 유교 지식인의 눈높이에 맞춰서 가톨릭 신앙을 소개한 책이며, 중국 고대사상과 서구 종교윤리사상의 습합논리(習合論理)의 첫 작품이다. 동양 문화권에 기독교 가치를 처음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사상사적·문화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2. 저자

(1) 성명:본명은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중국 이름은 이마두(利瑪竇)(1552~1610)
(2) 자(字)·별호(別號):호는 서강(西江), 청태(淸泰), 별호는 서태(西泰), 존칭은 태서유사(泰西儒士)
(3) 출생지역:교황령(敎皇領) 마체라타Macerata(이탈리아 마르케주 마체라타시)
(4) 주요활동과 생애
1571년 예수회에 가입하고 로마대학교에서 1577년까지 수사학 인문과정을 공부했으며, 1581년 로마 가톨릭교회 사제 서품을 받은 뒤, 1582년에 발리라뇨 주교의 초청으로 마카오에 가서 중국어와 한문을 배웠다. 1583년 광동성(廣東省) 조경(肇慶)에 정착한 마테오 리치는 일본에서의 예수회 선교 경험을 활용하여 불교 승려처럼 머리를 깎고 선교하였다. 라틴어 천주교리서를 중국인의 도움을 얻어 한문으로 번역하여 《신편서천축천주실록(新編西天竺天主實錄)》이라는 제목으로 출판하였지만, 중국은 일본과 달리 불교를 하찮게 여겼으므로, 불교용어가 많은 이 책은 문인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그는 결국 유교식으로 접근하는 선교 전략을 세웠으며, 1594년 11월에 사서(四書)의 라틴어 번역본을 로마로 보내고, 이후 1년 동안 육경(六經)을 연찬하였다. 이들 중국고전들로부터 상제(上帝), 영혼불멸, 천당과 지옥 등 천주교의 중요한 개념들을 증명할 자료들을 확보하고, 1596년 10월에 《천주실의》 초고를 탈고하였다. 1601년에 북경(北京) 거주가 허락되자, 《천주실의》 초고의 필사본들을 명나라 문인들이 윤문해 주었다. 감찰어사를 지낸 풍응경(馮應京)이 서문을 써서, 1603년 북경에서 목판본으로 간행하였다.
명나라 신종황제(神宗皇帝)가 선무문(宣武門) 안에 천주당을 세워도 된다고 허가하여 1605년 북경에 천주당을 세우고, 200여 명의 신도를 얻어 비로소 천주교라는 이름을 붙였다. 중국 최초의 세계 지도로서 유명한 〈곤여만국전도(坤輿萬國全圖)〉를 제작하였으며, 1610년에 세상을 떠나자 북경에 묻혔다.
(5) 주요저작:《천주실의》 외에 《기인십편(畸人十篇)》, 《교우론(交友論)》이 《사고전서총목(四庫全書總目)》에 실렸다. 《서국기법(西國記法)》, 《이십오언(二十五言)》, 유클리드의 《기하원본(機何原本)》 등을 편역하였다.

3. 서지사항

풍응경(馮應京)이 1603년 초판 서문 첫 줄에 “《천주실의》는 대서방국 이마두(利瑪竇)와 그의 수도회원들이 우리 중국인과 문답한 글이다. 천주란 무엇인가? 상제(上帝)이다 ‘실(實)’이란 공허하지 않은 것이다. …… 이 책은 우리나라 육경(六經)의 말들을 두루 인용하여 그 사실됨을 증거하고, 헛됨을 논하는 잘못을 비판한 책이다.”라고 소개한 것처럼 중국 선비가 묻고 서양 선비가 대답하는 상하권 8편의 형식으로 서술하였다.
제2판이 발리냐뇨 신부에 의하여 1603년 광동성(廣東省) 소주(韶州)에서 간행되고, 제3판은 이지조(李之藻)에 의하여 1607년 강소성(江蘇省) 절강(浙江)에서 간행되었으며, 그 이후 여러 지역에서 여러 차례 간행되었다. ‘천주실의’라는 책이름은 ‘De Deo Verax Disputatio’를 번역한 것으로, 직역하면 ‘하느님에 대한 참된 토론’이라는 뜻이다. 이승훈(李承薰)이 북경에서 이지조가 편집한 《천학초함(天學初函)》을 조선으로 가져오면서 《천주실의》가 이 안에 실려 유입되었다.
본문에 주석이 일부 달리고 목록이 정리된 주석목록본(註釋目錄本)도 1868년 주교 조방제(趙方濟)의 인준을 받아 상해(上海)에서 중간(重刊)되었는데, 곧바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텬쥬실의》라는 제목으로 언해(諺解)되어 필사본으로 유통되었다. 이 언해본은 중국의 주석목록본을 언문으로 번역하면서 필요에 따라 항목을 나누거나 주석을 더 보태어 독자들이 이해하기 편하도록 편집하였다. 모리스 쿠랑은 《한국서지(韓國書誌)》(1894)에서 4책 분량의 언해본과 1책 85장 분량의 요약본을 소개하였는데, 이를 통해 현재 널리 알려진 한국교회사연구소 영인본 외에도 다양한 언해본이 유통되었음을 알 수 있다.

4. 내용

모두 8편으로 나누어 174항목에 걸쳐 중사(中士)와 서사(西士)가 토론하는 형식으로 꾸며진 가톨릭 교리서이다. 중사는 중국 사람을 대변하는 박학다식한 학자이고, 서사는 가톨릭사상과 스콜라철학을 겸비한 서양학자로 저자 자신이다. 중사의 입을 빌려 전통유학의 사상과 불교·도교를 논하게 하고, 서사가 스콜라철학과 선진공맹(先秦孔孟)의 고전을 들어 천주교의 교리를 펼치고, 그 사상을 이론적으로 옹호하는 형식이다.
대화형식을 빌려 진술된 문장은 사서육경과 그 밖의 경전을 적절하게 인용하여 유교적 교양을 바탕으로 천주교의 입장을 이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천주교 신앙의 모든 문제를 다루지 않고 몇 가지 중요한 교리, 특히 본질적 문제만을 다루어 중사가 신앙과 계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이론을 폈고, 이를 인간의 이성과 자연적인 식견으로 입증하였다.
상권의 제1편에서는 인간 지능을 설명하고, 인류의 공통사상과 질서의 논증으로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한편, 인간은 신과 그 속성에 대한 소극적 인식을 가졌음을 논하였다. 제2편에서는 불교와 도교를 논박하고, 유교에 대하여는 태극설(太極說) 이외에는 대체로 찬동하였다. 실체와 우연을 설명하면서 신은 모든 완전성을 지닌 실체임을 역설하고, 중국 상제(上帝)의 성격을 11종의 중국 고대문헌을 들어 설명하였다. 제3편에서는 천국의 필요성을 말하고 식물의 생장력, 동물의 감각력, 인간의 지적영혼(知的靈魂)의 차이를 명확히 규정하고, 그것의 단성(單性)·영성(靈性)·불멸성(不滅性)을 논증하였다. 제4편에서는 중국 고대신령(古代神靈)에 대한 신앙을 논증하여 인간 영혼이 신령하다는 것을 지적하였으며, 악마와 지옥의 기원에 대한 범신론적 일신론(汎神論的一神論)을 논박하였다.
하권의 제5편에서는 피타고라스Pythagoras가 창시한 윤회설을 불교가 채용하여 중국에 전한 것이라 하고, 만물이 모두 인간을 위하여 창조된 것이므로 불교에서 살생을 금함이 옳지 않음을 밝혔다. 제6편에서는 참된 뜻에서의 소망과 두려움의 정당성을 밝히고, 그것은 사후(死後)의 상벌로만 옳게 실현됨을 강조하였으며, 지옥·천국 및 연옥에 관한 교리를 설명하였다. 제7편에서는 천주에 대한 인간성과 선악, 자유의지와 인간의 목적을 설명하고, 천주에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주축으로 하는 기독교 교리를 펼쳐 하느님에 대한 신앙은 가장 확실한 지식이고, 사랑은 가장 고귀한 덕행임을 설명하였다. 제8편에서는 유럽의 관습과 천주교 성직자들의 독신제를 설명하고, 중국에서의 잡다한 종교생활을 개탄하였다.

5. 가치와 영향

인쇄되기 전부터 필사본 형태로 지식인들 사이에서 유통되어 읽혀지다가, 이 책이 처음 간행되자 유명한 학자 서광계(徐光啓)(1562~1633)가 남경(南京)에서 로차(중국 이름 나여망(羅如望)) 신부에게서 받아보고 마침내 영세(領洗)받기를 결심할 정도로 명나라 지식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청나라 건륭제(乾隆帝)는 《천주실의》가 비록 이질문화인의 저술이지만 중국인에게 큰 영향을 준 양서라고 인식하여, 이를 《사고전서(四庫全書)》에 수록하게 하였다.
마테오 리치는 이 책에서 현세에서의 윤리·도덕 실천의 가치를 인간 당위성에서 논하는 공자(孔子)의 유교사상을 반대하지 않고 오히려 찬양하면서 천주교설을 펼쳤으며, 우상을 내세운 불교와 도교를 논박하여 중국사상계에 파문을 던졌다. 일방적으로 서구 교회학자들의 이론이나 논증만을 구사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해하고 체득한 중국 고대문헌을 적절하게 사용하며 중국 지식인들을 설복하였다.
이 책은 1603년 북경에서 출간된 뒤 상당히 빠른 속도로 한자문화권의 각국으로 유포되었다. 출간 다음해인 1604년에 이미 일본에 전해졌고, 우리나라에서도 유몽인(柳夢寅)의 《어우야담(於于野譚)》에 상·하 8편의 편목이 소개되고 촌평이 실렸다. 같은 시대 이수광(李睟光)도 《지봉유설(芝峯類說)》에서 편목을 대략 열거하였다. 출간 몇 년 사이에 조천사(朝天使) 사행원(使行員)들에 의하여 우리나라에 들어와, 일부 유교지식인 사이에 읽혀졌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천주실의》의 논리에 대하여 유·불·도교 학자들이 거세게 반박하였다. 중국에서는 종진지(鍾振之)의 《천학초징(天學初徵)》·《천학재징(天學再徵)》 등 척사론(斥邪論)이 쏟아져 나왔고, 이런 문헌을 수합한 《벽사집(闢邪集)》이 나왔다. 한국에서는 이기경이 《벽위편(闢衛編)》을 편집하고, 일본에서도 1861년 같은 성격의 《벽사관견록(闢邪管見錄)》이 간행되었다.
이익(李瀷)이 〈천주실의발(天主實義跋)〉을 지어 관심을 보이자 성호학파의 신후담(愼後聃)·안정복(安鼎福)·이헌경(李獻慶) 등이 《천주실의》를 비롯한 서교서(西敎書)들을 읽고 《서학변(西學辨)》·《천학고(天學考)》·《천학문답(天學問答)》 등을 엮어 유학적 관점에서 비판하였다.
이벽(李檗)·권철신(權哲身)·정약종(丁若鍾)·이승훈(李承薰) 등은 이와 반대로 이 책에 담겨 있는 천주교 교리를 이해하고 천주교 신앙 실천운동을 일으켜, 1784년에 조선천주교회를 창설하게 되었다. 한자로 지은 《천주실의》를 일반대중이 가까이 하기 어려워, 18세기 중엽부터 언해(諺解) 필사본들이 나왔다.

6. 참고사항

(1) 명언
• 중국 선비가 말하였다. “천지간 물리가 지극히 번다하고 지극히 깊으니, 주재(主宰)가 계심은 믿거니와, 원시(元始)에 만물을 창조하심을 어떻게 입증하십니까?”[中士曰 天地間物至煩至賾 信有主宰 然其原制造化萬物 何以徵也]
서양 선비가 말하였다. “물건이 스스로 이루어지지 못하여 반드시 밖의 조물자(造物者)를 기다렸다가 이루어지는 것이니, 누대(樓臺)와 방옥(房屋)이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고 항상 공장(工匠)의 손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이를 이해한다면 천지도 능히 스스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반드시 지으신 자가 계시다는 것을 알 것이니, 바로 내가 말한 천주(天主)이십니다.”[西士曰 凡物不能自成 必須外爲者以成之 樓臺房屋不能自起 恒成於工匠之手 知此 則識天地不能自成 定有所爲制作者 卽吾所謂天主也] 〈상권 제1편〉
→ 사람은 육체[形]와 정신[神] 두 가지로써 서로 결합하여 사람이 됩니다. 그러나 정신의 정교함은 육체를 초월하기 때문에, 지혜로운 이는 정신을 참된 자아로 삼고, 육체는 자기 자신을 담고 있는 그릇으로 여깁니다.[人以刑神兩端相結成人 然神之精 超於形 故智者以神爲眞己 以形爲藏器之器]
(2) 색인어:천주실의(天主實義), 마테오 리치, 이마두(利瑪竇), 교리서, 신편서천축천주실록(新編西天竺天主實錄), 이지조(李之藻), 천학초함(天學初函)
(3) 참고문헌
• 天主實義(利瑪竇, 臺北 國防硏究院 影印本)
• 天學初函(李之藻, 臺北 學生書局 影印本)
• 天主實義 附 텬쥬실의(한국교회사연구소 영인본)
• 천주실의(송영배 역, 서울대학교출판부)

→ 『天主實義』 註釋目錄本의 中國에서의 出版과 朝鮮에서의 諺解筆寫本의 流行(盧鏞弼, 韓國史學史學報 Vol.0 No.30)



동양고전해제집 책은 2023.10.30에 최종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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