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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洋古典解題集

동양고전해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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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명대에 지어진 작자 미상의 장회체 백화소설. 탕아인 서문경(西門慶)과 반금련(潘金蓮) 등 여러 첩들과의 분방한 성적 행각을 그린 소설로 당시 타락한 자본가의 실상을 폭로하고 성적 행위에 대해 거침없이 묘사하였다. 사대기서의 하나로 인간의 욕망을 집요하게 표현한 것이 압권이다. 이른바 세정소설(世情小說)의 대표작이다.

2. 저자

(1)성명:작자로는 왕세정(王世貞), 이어(李漁), 서위(徐渭), 도륭(屠隆) 등이 거론되나 확실치 않으며 소소생(笑笑生)이라는 필명만 전함
(2)출생지역:필명 앞에 난릉(蘭陵)이라는 지명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산동(山東) 지역일 것으로 추정. 《금병매(金甁梅)》에서도 산동 방언이 다수 등장한다.

3. 서지사항

총 100회로 되어있는 《금병매(金甁梅)》는 고증에 의하면 대략 명대(明代) 융경(隆慶) 2년(1568)에서 만력(萬曆) 30년(1602) 사이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최초에는 필사본이 유행하다가 만력 38년(1610)에야 비로소 인쇄본이 생겼는데 지금 남아있는 판본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동오(東吳) 농주객(弄珠客)이 서문을 단 《금병매사화(金甁梅詞話)》와 숭정본(崇禎本) 즉 《원본금병매(原本金甁梅)》, 그리고 장죽파(張竹坡)의 제일기서본(第一奇書本) 《금병매(金甁梅)》 등이 그것이다.

4. 내용

《금병매》는 《수호전(水滸傳)》에 수록된 “무송이 형수를 죽이는[武松殺嫂]” 대목의 형수 반금련 이야기를 발전시켜 내용을 구성한 작품이다. 그리고 《금병매(金甁梅)》라는 서명은 중요한 여성 등장인물인 반금련(潘金蓮)과 이병아(李甁兒) 그리고 방춘매(龐春梅)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서 지은 것이다. 주인공 서문경은 한약 도매상이자 고리대금업자로 글공부는 하지 않고 의형제를 맺은 9명의 건달들과 더불어 방탕한 생활을 하였다. 한 명의 정처(正妻)와 세 명의 첩이 있었는데도 다시 반금련을 좋아하게 되어 그 남편 무대(武大)를 독살하고 반금련을 첩으로 맞아들였다. 이후 반금련의 몸종 방춘매와도 통정을 하고 다시 이병아와 사통을 하여 역시 첩으로 맞아들였다. 그는 두세 번의 횡재로 재산을 증식하였을 뿐만 아니라 탐관오리에게 뇌물을 주어 벼슬을 얻고는 더욱 방탕해져 미약(媚藥)을 구해 욕정을 풀거나 뇌물을 받고 법을 마음대로 집행하는 등 못하는 짓이 없었다. 반금련은 이병아에게 아들이 있는 것을 질투하여 계교를 꾸며 이병아의 아들을 죽인다. 이에 이병아 역시 마음아파하다 죽고 말았다. 반금련은 서문경을 필사적으로 유혹했는데 서문경은 어느 날 음약(淫藥)을 과도하게 먹어 급사하고 만다. 서문경이 죽고 나서 반금련과 방춘매는 다시 서문경의 사위 진경제(陳經濟)와 사통을 하는데, 이 일이 발각되어 팔려가게 된다. 이후 반금련이 독살된 남편 무대의 동생 무송에게 살해되는 것에 반해 방춘매는 무관 주수비(周守備)의 첩으로 팔려가 총애를 받아 정실부인이 되는 등 잘 풀리는 듯 했으나 여러 남자와 계속 사통을 하다가 음란함이 지나쳐 일찍 죽고 만다. 금나라 군사가 쳐들어오자 서문경의 정처 오월랑(吳月娘)은 유복자 효가(孝哥)를 이끌고 도망가는데 도중에 보정(普淨) 스님을 만나 효가의 전생이 서문경이었음을 깨닫는다. 이후 효가는 출가하고 《금병매》는 막을 내린다.

5. 가치와 영향

《금병매》는 출현하자마자 뛰어난 묘사력으로 인해 비평가들로부터 찬탄을 받았다. 청대의 장죽파는 《금병매》를 《사기(史記)》에 비유할 정도로 극찬하였고 근대의 문호 노신(魯迅) 역시 그의 《중국소설사략(中國小說史略)》에서 이 책의 묘사기법에 대해 호평을 남겼다.《금병매》 이전의 소설들, 예컨대 《삼국연의(三國演義)》, 《수호전》 등은 역사와 사회, 정치 등의 문제를 다루었지만 《금병매》는 서문경(西門慶)이라는 한 개인의 애욕과 가정사를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금병매》에서 정립된 이른바 인정소설(人情小說) 혹은 세정소설(世情小說)의 갈래는 이후 청대(淸代)의 《홍루몽(紅樓夢)》에 이르기 까지 커다란 흐름을 형성하였기에 《금병매》가 지니는 중국소설사적 의미는 자못 크다 할 것이다. 작자가 이 작품을 통해 명대 당시 사회 지도층의 타락하고 부패한 모습과 방종한 성생활을 폭로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심층적인 차원에서는 당시 부상하는 신흥 상인 계층과 그들의 지지를 받던 양명학에 대한 보수 지배층의 위기의식이 이러한 작품을 낳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즉 작품에서의 서문경은 신흥 상인 계층과 양명학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보면 《금병매》는 보수 주자학을 옹호하는 교훈소설로 읽힐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전개된 성에 대한 대담한 묘사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의 깊이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 책의 가문소설(家門小說)적 경향은 후일 《홍루몽》으로 계승되고 포르노그래피적 성향은 《육포단(肉蒲團)》 등의 성애소설(性愛小說)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조선 허균(許筠)의 《성소부부고(惺所覆瓿稿)》에 이 책이 처음 저록(著錄)된 것으로 보아 적어도 광해군 시기인 17세기 초 이전에는 전입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6. 참고사항

(1)명언
• “작가는 세간의 정리(情理)에 대하여 매우 잘 이해하고 있었던 듯하며, 무릇 그 묘사는 명쾌하게 알기 쉽고, 혹은 곡절이 많으며, 혹은 다 드러내 보이면서 진상을 다 밝히고 있고, 혹은 미묘하고 완곡한 표현으로 풍자의 뜻을 담고 있으며, 혹은 한 번에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묘사하여, 그것들을 대조시킴으로써 변환하는 일상생활의 정리가 곳곳에 드러나게 하였으니, 그 당시 소설에 있어 이보다 뛰어난 것이 없었다.[作者之于世情 盖诚极洞达 凡所形容 或条畅 或曲折 或刻露而尽相 或幽伏而含讥 或一时幷写两面 使之相形 变幻之情 随在显见 同时说部 无以上之]” 노신(魯迅), 《중국소설사략(中國小說史略)》
(2)색인어:소소생(笑笑生), 금병매(金甁梅), 장죽파(張竹坡), 서문경(西門慶), 반금련(潘金蓮), 이병아(李甁兒), 춘매(春梅), 오월랑(吳月娘), 세정소설(世情小說), 금서(禁書)
(3)참고문헌
• 新刻綉像批評金甁梅 (齊煙⋅汝梅 校點, 齊魯書社)
• 금병매(강태권 역, 솔 출판사)
• 금병매(하근찬 역, 북앤피플)
• 금병매(이주홍 역, 어문각)

【정재서】



동양고전해제집 책은 2023.10.30에 최종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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