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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洋古典解題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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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문부(文賦)〉는 서진(西晉)의 문인 육기(陸機)가 문학창작 과정의 문제들을 부(賦)의 문체로 논한 글이다. 중국문학사에서는 문학창작의 과정을 체계적으로 서술한 최초의 이론으로 평가받는다. 상상력과 영감, 구성과 배치에 대한 구상, 풍격과 문체, 내용의 전개 과정에 나타나는 변화와 오류 등 창작에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을 다루면서 생동적으로 묘사했다. 중국문학이론사의 측면에서는 조비(曹丕)의 《전론(典論)》 <논문(論文)>과 유협(劉勰)의 《문심조룡(文心雕龍)》을 잇는 성격을 갖고 있다.

2. 저자

(1) 성명: 육기(陸機)(261~303)
(2) 자·별호: 자(字)는 사형(士衡)이며 평원내사(平原內史)를 지냈기 때문에 육평원(陸平原)으로도 불리며, 아우 육운(陸雲)과 함께 이륙(二陸)이라 병칭(竝稱)된다.
(3) 출생지역: 오군(吳郡) 오현(吳縣) 화정(華亭)(현 상해시(上海市) 송강구(松江區))
(4) 주요활동과 생애
육기는 오(吳)나라 승상 육손(陸遜)의 손자이며 대사마 육항(陸抗)의 아들로 오나라 최고 명문가의 후예이다. 장영서(臧榮緖)의 《진서(晉書)》에 따르면 280년 오나라가 서진에게 멸망된 후 고향에서 11년간 학문에 매진하다가 후에 아우 육운과 함께 낙양으로 가 서진에 출사(出仕)하여 태부좨주(太傅祭酒), 낭중령(郎中令), 저작랑(著作郎) 등의 관직을 지냈다. (그가 낙양에 간 시점과 경위에 대해서는 패망 직후 전쟁포로로 압송되었다는 학설도 있다.)
하지만 낙양에서의 정치적 활동은 순조롭지 않았다. 당시 권력 실세 가밀(賈謐)을 중심으로 형성된 문인집단 ‘이십사우(二十四友)’에도 가담했지만 출신성분으로 인해 배척을 받았고 이 일은 그의 인생에 큰 오점이 되었다. 팔왕(八王)의 난이 일어났을 때 육기는 사마영(司馬穎)의 명으로 하북대도독(河北大都督)이 되어 사마예(司馬乂)를 공격했으나 실패하고, 환관 맹구(孟玖)의 모함으로 죽음을 당했다. 향년 43세였다.
(5) 주요저작: 현존하는 그의 작품은 시(詩) 107수, 문(文) 127편이다. 그 중 연구가치가 높은 작품은 한(漢)나라 말기 문인들의 고시(古詩)를 모의(模擬)한 〈의고시십이수(擬古詩十二首)〉 등 의고시(擬古詩)와 문학창작의 전반적인 과정을 부체(賦體)로 쓴 〈문부(文賦)〉 등이다. 그 외 육기의 친필 서보(書譜)인 〈평복첩(平復帖)〉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명인(名人) 진적(眞蹟)이다.

3. 서지사항

육기의 〈문부〉는 명대 육원대(陸元大)의 번각송본(飜刻宋本) 《육사형문집(陸士衡文集)》 10권에 수록되어 있고 남조(南朝) 소통(蕭統)이 편찬한 시문선집인 《문선(文選)》 제 17권에도 수록되어 있다. 〈문부〉에 대한 주해(註解)로는 근대 이전에는 《육신주문선(六臣註文選)》 중 이선(李善)의 주석이 대표적이고, 현대에는 중국 학자 장소강(張少康)의 《문부집석(文賦集釋)》이 가장 유용한 공구서로 거론된다. 《문부집석》은 〈문부〉의 각 단락에 대해 남조에서 근현대까지의 서적 약 90여 종의 주석을 수록했다.

4. 내용

• 창작의 과정에 대한 묘사: 〈문부〉는 창작의 과정을 상세히 묘사한 최초의 글이다. 육기는 문학 창작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를 “의(意)가 물(物)에 부합하지 않고, 문(文)이 의(意)를 잘 표현하지 못하는〔意不稱物 文不逮意〕” 상황으로 보았다. 여기서 ‘물’은 객관적 창작대상, ‘의’는 작가의 관념 속에 그려진 형상, ‘문’은 문자로 표현되는 글이다. 이는 《문심조룡(文心雕龍)》 <신사(神思)>에서 말하는 ‘사(思)→의(意)→언(言)’ 계통의 모태가 된다. 또 ‘지(知)’와 ‘능(能)’의 문제를 제기했는데, 문학 창작은 인식의 문제일 뿐 아니라 실천의 문제이며,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실체적 과정이라는 것이다.
• 문체론: 〈문부〉는 ‘시(詩)’, ‘부(賦)’, ‘비(碑)’, ‘뢰(誄)’, ‘명(銘)’, ‘잠(箴)’, ‘송(頌)’, ‘론(論)’, ‘주(奏)’, ‘설(說)’의 열 가지 문체를 분류하며 각각의 구체적 특징을 서술했다. 각 문체가 나열된 순서가 운(韻)의 유무로 구분되는 것으로 보아 순문학과 실용문으로 나눈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남조 문필론(文筆論)의 발전에도 단초를 제공했다. 특히 “시는 감정에서 우러나는 것으로 아름다워야 한다.〔詩緣情而綺靡〕”는 논단은 《서경(書經)》의 “시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詩言志〕”라는 문학 관념을 넘어선 새로운 인식으로 평가받는다.
• 영감론: 〈문부〉는 창작과정에서 영감의 작용과 영감 사유의 경로를 생동감 있게 묘사했다. 육기는 ‘응감(應感)’, ‘천기(天機)’라는 용어로 영감을 지칭했다. 그에 따르면 영감은 창작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데, 작가의 정성이나 노력보다도 더 결정적인 요소이다. 영감을 무의식적인 심리상태, 그리고 이성과 논리로 파악할 수는 없지만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으로 파악했다. 많은 학자들은 〈문부〉의 핵심적 내용으로 영감론을 거론하며 〈문심조룡〉의 신사(神思)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본다.
• 창작의 주안점: 〈문부〉는 ‘짧은 운율〔短韻〕’, ‘힘없는 가락〔瘁音〕’, ‘공허한 것의 추구〔尋虛〕’, ‘천박함〔妖冶〕’, ‘지나친 간략함〔婉約〕’을 창작에서 피해야 하는 다섯 가지 병폐〔文病〕로 제시했고, ‘호응〔應〕’, ‘조화〔和〕’, ‘슬픔〔悲〕’, ‘고상함〔雅〕’, ‘아름다움〔豔〕’을 지향해야 할 원칙으로 제시했다.
• 〈문부〉 제목의 의미: 〈문부〉는 창작의 문제를 분석적인 사고로 기술한, 사실상 논(論)의 성격을 갖고 있는 글이다. 하지만 논체(論體)를 사용하지 않고 부체(賦體)를 사용한 것은 문학의 특수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창작의 모든 문제를 이성과 논리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영감의 활동, 상상의 작용, 문맥 사이의 수많은 변수 등 창작의 핵심적인 순간에 대해 직접적인 논술보다 문학적 비유를 사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5. 가치와 영향

〈문부〉 이전의 문학 관념은 문학을 교화의 도구나 인격의 표현으로 보는 인식이 주류였다. 조비의 문기론(文氣論) 역시 작가의 정신이나 사상 등 내면의 기질이 글로 표현된 것이라는 생각이 반영되었다. 그러나 〈문부〉는 문학의 독자적인 영역을 인정했고, 문학 고유의 특징과 객관적 미감(美感)에 주목했다. 그가 추구하는 미감은 도덕이나 인격과는 무관한, 순수하게 문학 그 자체의 미감이다. 〈문부〉의 ‘연정이기미(緣情而綺靡)’설은 후대 문인들에게 형식주의 문풍(文風)의 선구라고 비난받기도 했지만 문학의 미학적 가치를 발견한 것은 중국 문학이론의 새로운 개척이라 할 수 있다.

6. 참고사항

(1)명언
• “시는 감정에서 우러나는 것으로 아름다워야 하며 부(賦)는 사물의 외형을 묘사하는 것으로 맑고 밝아야 한다.[詩緣情而綺靡 賦體物而瀏亮]”
• “돌이 옥을 품고 있어 온 산이 빛나고, 물이 구슬을 담고 있어 온 시내가 아름답다.[石韞玉而山輝 水懷珠而川媚]”
• “누군가 손 댄 아침 꽃은 버리고, 아직 피지 않은 저녁 꽃을 피운다. 한 순간에 고금을 모두 살피고 순식간에 온 세상을 섭렵한다.[謝朝華於已披 啓夕秀於未振 觀古今於須臾 撫四海於一瞬]”
(2)색인어: 문부(文賦), 육기(陸機), 물의문(物意文), 문체론, 영감론
(3)참고문헌
• 陸士衡文集校注(劉運好, 鳳凰出版社)
• 陸士衡詩注(郝立權, 人民文學出版社)
• 六臣注文選(蕭統 編, 李善、呂延濟、劉良、張銑、呂向、李周翰 注, 浙江古籍出版社)
• 文賦集釋(張少康, 人民文學出版社)
• 文賦譯注(張怀瑾 譯注, 北京出版社)
• 문부 역해(이규일, 한국학술정보)



동양고전해제집 책은 2023.10.30에 최종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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