夫制敵行師에 必量事勢니 勢有難易하고 事有後先하여
力大而敵脆則先其所難이니 是謂奪人之心하여 暫勞而久逸者也요
力寡而敵堅則先其所易니 是謂固國之本하여 觀釁而後動者也라
頃屬多故하여 人勞未瘳어늘 而欲廣發師徒하여 深踐寇境하여 復其侵地하고 攻其堅城하니
儻或撓敗면 適所以啓戎心而挫國威어늘 以此로 爲安邊之謀하니 可謂不量事勢而務於所難矣요
9-1-7 대체로 적을 제어하고 군대를 움직일 때에는 반드시 일과 형세를 헤아려야 하니, 형세에는 어려운 것과 쉬운 것이 있고 일에는 우선할 것과 나중에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의 역량은 넉넉한데 외적이 약하면 어려운 것을 먼저 해야 하니, 이는
잠시 수고롭지만 오래도록 편안할 수 있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반면 우리의 역량은 부족한데 외적이 견고하면 쉬운 것을 먼저 해야 하니, 이는 나라의 근본을 견고히 하여 틈새를 관망하고 난 후에 움직이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지난번 〈국가에〉 변고가 많을 때를 만나서 백성들의 고달픔이 회복되지 않았는데, 사졸들을 널리 징발해서 적군이 점령한 지역에 깊이 들어가 그들이 침략한 땅을 수복하고 그들의 견고한 성을 공격하였으니,
앞에서는 승패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고 뒤에서는 식량 운송이 계속 이어지지 못하는 근심이 있었습니다.
만일 전쟁에서 패한다면 바로
을 열어주고 국가의 위엄을 꺾이게 할 터인데도 이를 변방을 안정시키는 계책으로 삼았으니, 이는 일과 형세를 헤아리지 않고서 어려운 것에 힘쓰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