旣無信義率下하고 下亦以僞應之하여 度支物估는 轉高하고 軍郡穀價는 轉貴하니 遞行欺罔하여 不顧憲章하고 互相制持하여 莫可禁止라
度支는 以苟售滯貨로 爲功利而不察邊食之盈虛하고 軍司는 以所得加價로 爲羨餘而不恤農人之勤苦하니
雖設巡院
하여 使相監臨
注+① 食貨志, 江․淮諸道各置巡院, 歲盡, 宰相計殿最以聞.하나 旣失綱條
하고 轉成囊橐
하여 至有空申簿帳
하고 僞指囷倉
하여 計其數則億萬有餘
로되 考其實則百十不足
이어늘
巡院은 巧誣於會府하고 會府는 承詐以上聞하니 幸逢有年하고 復遇無事일새 呑聲補舊하여 引日偸安이어니와
若遇歲儉兵興
하면 則必立至危迫
이니 靈武之事
가 足爲明徵
注+② 吐蕃屢攻靈武. 將卒多以糧運不繼, 數至危迫.이라 臣
이 故曰蓄斂乖宜
가 此之謂也
니이다
邊之大事가 在食與兵이어늘 今食則無儲하고 兵則乏帥하니 謂之有備가 其可得乎아
8-4-9 이미 신의信義로 아랫사람을 통솔하는 것이 없고 아랫사람도 역시 거짓으로 응하여, 탁지度支의 물가는 점점 높아지고 군군軍郡의 곡가穀價는 점점 오르니, 번갈아 속임수를 써서 법을 돌아보지 않고, 서로 제지制持를 하여 금지할 수가 없습니다.
탁지는 묵은 재화를 구차하게 팔아서 공리功利를 삼으면서 변방의 식량이 부족한지의 여부를 살피지 않고, 군사軍司는 수매하는 곡식에 값을 더하여 이익을 삼으면서 농민의 수고를 돌보지 않습니다.
비록
을 설치하여 그들을 감독하게 하였지만
注+① 雖設巡院 使相監臨:≪新唐書≫ 〈食貨志〉에 보면 江水와 淮水 유역의 諸道에 각각 巡院을 두었는데, 한 해가 다 가면 재상이 고과의 우열을 따져서 위로 보고하였다. 이미 강령을 잃고 점차 그들과 공모하여, 심지어는 허위로
장부帳簿를 작성하고 거짓으로 창고의 곡식을 세어서 그 숫자를 계산하면
억만億萬이 넘지만 실제를 살피면 백에 열은 부족합니다.
순원巡院은
를 교묘하게 속이고
회부會府에서는 그 거짓된 내용을 받들어 위로 알립니다. 다행히 풍년이 들고 또 아무 일 없는 때를 만났기 때문에, 소리를 죽이고서 옛것만을 깁고 있고 날을 보내며 안일함에 빠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흉년이 들고 병란이 일어나게 되면 필시 당장에 위태롭고 급박한 일이 닥치게 될 것이니, 이는
영무靈武의 사건이 명확한 증험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注+② 若遇歲儉……足爲明徵:吐蕃이 거듭 靈武를 공격하였는데, 장졸은 대부분 양곡의 운반이 이어지지 않았으므로 자주 위험하고 급박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므로
신臣이 ‘거두는 것이 마땅하지 않다.’고 한 것이 이를 말하는 것입니다.
변방의 큰일은 식량과 군사에 달려 있는데, 지금 식량은 저축한 것이 없고 군사는 통솔함이 없으니, 이것을 두고 대비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