臣이 先奉恩旨하여 令撰碑文이 于今半年에 竟未綴緝호니
良以勸戒之道는 忠義攸先이요 褒貶之詞는 春秋所重이라
爵位는 有僥倖而致호되 名稱은 非詐力可求니 將使循軌轍者로 畏昭憲而莫渝하고 怙姦妄者로 顧清議而知恥하나니
仲尼가 修春秋에 而亂臣賊子가 懼하니 豈必臨之以武하며 脅之以刑哉아 褒貶苟明이면 亦足助理라
10-1-2 신臣이 앞서 비문碑文을 지으라고 명하신 성지聖旨를 받은 것이 지금 반년이나 되었으나 끝내 미처 글을 엮지 못하였습니다.
진실로 선을 권하고 악을 경계하는[권계勸戒] 방도는 충의忠義에서 우선시하는 것이고, 옳고 그름[포폄褒貶]을 판단하는 말은 ≪춘추春秋≫에서 중하게 여긴 것입니다.
작위爵位는 요행으로 이루는 경우가 있지만 명칭名稱은 속임수와 힘으로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장차 법도를 순순히 따르는 자로 하여금 밝은 헌장憲章을 두려워하여 어기지 말도록 하고, 간사하고 허망한 것을 따르는 자로 하여금 맑은 의론을 돌아보고서 부끄러움을 알게 해야 합니다.
중니仲尼가 ≪춘추≫를 편수하자 난신적자亂臣賊子가 두려워하였으니, 어찌 반드시 그들에게 위무威武로 다스리고 형벌로 위협한 것이겠습니까. 포폄이 진실로 분명하면 역시 다스림을 돕기에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