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浮瘴海以南遷
하오니 生無還期
요 死有餘責
이니이다
伏念臣
은 頃緣
하야 偶竊寵榮
이러니 曾無毫髮之能
하고 而有丘山之罪
하오니 宜
而未已
라 跨萬里以獨來
하오니
此蓋伏遇皇帝陛下 堯文炳煥하고 湯德寬仁하사 赫日月之照臨하시고 廓天地之覆育하시니
譬之蠕動에 稍賜矜憐하고 俾就窮途하야 以安餘命하시니이다
子孫慟哭於江邊하야 已爲死別하고 魑魅逢迎於海上하니 寧許生還이리오
귀문관鬼門關을 따라 동쪽으로 달려가고 장독瘴毒이 있는 바다를 항해하여 남쪽으로 귀양 오니, 살아서는 돌아갈 기약이 없고 죽어도 남은 견책이 있습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신臣은 지난날 훌륭한 군주를 만나서 우연히 영광을 도둑질했는데 일찍이 털끝만 한 재능이 없으면서 언덕과 산처럼 큰 죄를 지었으니, 세 번 쫓겨나는 데 그칠 뿐 아니라 만 리 길을 넘어 홀로 귀양 온 것이 마땅합니다.
은혜는 무거운데 목숨은 가볍고 허물은 깊은데 견책은 가볍습니다.
이는 황제 폐하께서 요堯임금처럼 문덕文德이 찬란하시고 탕湯임금처럼 덕德이 너그럽고 인자하시어 일월日月처럼 밝게 임하고 천지天地처럼 덮어주고 길러주시기 때문입니다.
비유하건대 무지한 벌레가 꿈틀대는 것을 다소 불쌍히 여기시어 막다른 길목에서 남은 생명을 편안히 누리게 해주시는 것과 같습니다.
신臣은 외롭고 늙어 의탁할 곳이 없고 장독瘴毒과 염병이 교대로 침해합니다.
자식과 손자들은 강변에서 통곡하면서 이미 사별을 하였고 도깨비들은 해상海上에서 맞이하니, 어찌 살아 돌아갈 수 있겠습니까?
은덕을 갚을 날이 어느 때나 될까 생각함에 이 마음이 끝나지 않는 것이 서글픕니다.
엎드려 눈물을 흘리면서 말씀드릴 바를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