錄示
과 及數詩
는 辭意整暇
하야 有加於前
하니 得之極喜慰
라
然이나 其說을 不可不盡이로라 君子之知人은 務相勉於道요 不務相引於利也라
足下之文
이 過人處不少
하니 如
와 及子駿行狀之類
는 筆勢翩翩
하야 有可以追古作者之道
라
至若前所示
하야는 則讀之終篇
에 莫知所謂
하니 意者
컨대 足下未甚有得於中而張其外者
리라
以此로 私意猶冀足下積學不倦하야 落其華而成其實하노니 深願足下爲禮義君子요 不願足下豊於財而廉於德也로라
若進退之際
에 不甚愼靜
이면 則於
에 不能有毫髮增益
하고 而於道德
에 有丘山之損矣
리라
古之君子는 貴賤相因하고 先後相援이 固多矣니 軾非敢廢此道라
或因其言하야 以考其實하야 實至則名隨之하나니 名不可掩하야 其自爲世用은 理勢固然이니 非力致也라
이 居都下逾年
에 未嘗一至貴人之門
하고 欲一見
호되 終不可得
이러니 와 薦之
하고 軾亦掛名其間
이러니 會朝廷多知履常者
라 故
로 得一官
이라
爵祿은 乃人主所專이라 宰相도 猶不敢必이어늘 而欲責於軾이면 可乎아
蓋亦蹈襲流弊
하니 不足法
이어늘 而況近相名字者乎
아
軾於足下에 非愛之深, 期之遠이면 定不及此하리니 猶能察其意否아
足下但信道自守면 當不求自至리니 若不深自重이면 恐喪失所有라
보내준 편지를 여러 번 받았으나 그럭저럭 한 번도 답장을 못하였으니, 송구한 마음 그지없소.
요즘 가을 더위에 기거起居는 아름답고 건승健勝하오?
써서 보내준 자준子駿의 행장行狀과 몇 수의 시詩는 글 뜻이 정돈되고 여유가 있어서 예전보다 훨씬 나으니, 이것을 얻음에 몹시 기쁘고 위로가 되오.
족하足下는 몇 번의 편지에서 “아는 사람을 천거하고 이끌어주지 않는다.”고 나를 책망하니, 편지를 읽고 매우 부끄럽소.
그러나 그 이유를 다 말하지 않을 수 없으니, 군자가 사람을 아는 것은 서로 도道를 권면하는 것에 힘쓰고 서로 이익으로 이끌어주는 것에 힘쓰지 않는 법이오.
족하足下의 문장은 남보다 뛰어난 부분이 적지 않으니, 이씨李氏의 묘표墓表와 자준子駿의 행장行狀 같은 것은 필세가 훨훨 날아가는 듯해서 옛 작자들을 따라갈 수 있는 방도가 있소.
그러나 예전에 보여주었던 《병감兵鑑》에 있어서는 끝까지 다 읽어보았으나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으니, 짐작하건대 족하足下가 마음속에 얻은 것이 깊지 못하면서 겉으로만 펼쳐낸 듯하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내가 늙고 병들고 어리석고 미혹되어서 그 취지를 알지 못하는 것일 것이오.
이로써 나의 사사로운 생각에는 아직도 족하足下가 학문을 쌓음에 게으르지 않아서 화려함을 떨쳐버리고 진실함을 이루기를 바라는 것이니, 나는 족하足下가 예의禮義의 군자君子가 되기를 깊이 원하고 족하足下가 재물에는 풍족하나 덕德에는 부족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오.
만약 나가고 물러가는 즈음에 심히 신중히 하고 고요히 하지 않으면 천명을 보존함에 있어서는 터럭만큼도 보탬이 되지 못하고, 도덕道德에 있어서는 언덕이나 산처럼 큰 손실이 있을 것이오.
옛날 군자들은 귀하든 천하든 간에 서로 이용하고 선후배 간에 서로 원조한 것이 진실로 많았으니, 내가 감히 이 도리를 폐하려는 것이 아니오.
평소에 서로 마음을 알아주는 자 가운데에 이른바 현자賢者가 있으면 나는 여러 사람 가운데에 그를 칭찬하오.
이는 혹 나의 말로 인하여 그 실제를 고찰해서 실제가 지극하면 명성이 따르게 되니, 명성은 가릴 수가 없어서 저절로 세상에 쓰여지는바, 이는 이치와 형세상 당연한 것이니, 힘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오.
진리상陳履常은 도하都下에 산 지가 1년이 넘었는데도 일찍이 한 번도 귀한 사람의 문에 이르지 않았고, 장자후章子厚가 한 번 만나보려 하였으나 끝내 만나볼 수가 없었는데, 중승中丞인 부흠지傅欽之와 시랑侍郞인 손신로孫莘老가 그를 천거하였고 나 또한 그 사이에 이름을 걸었는데, 마침 조정에 진리상陳履常을 아는 자가 많았기 때문에 벼슬을 얻은 것이오.
나는 고립되어 있고 말이 가벼워서 일찍이 홀로 사람을 천거한 적이 없다오.
작록爵祿은 바로 인주人主가 마음대로 내려주는 것이어서 재상도 감히 기필할 수가 없는데, 나에게 이것을 요구한다면 되겠소?
동한시대東漢時代의 처사處士들이 자기들끼리 서로 시호諡號를 지어준 것은 옛 법이 아니니, 이는 아마도 좌구명左丘明을 소신素臣이라 한 것이 마땅히 공자孔子의 문하門下에 죄가 되는 것과 같을 것이오.
맹생孟生(맹교孟郊)이 정요貞曜라는 시호를 받은 것 또한 유폐流弊를 답습한 것이니 족히 본받을 것이 없는데, 더구나 근일에 서로 이름을 불러주고 자字를 붙여주는 자에 있어서이겠소?
나는 족하足下가 이러한 일을 하는 것을 깊이 바라지 않소.
내가 족하足下를 깊이 사랑하고 크게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참으로 이것을 언급하지 않을 것이니, 그런데도 나의 뜻을 살피지 못하겠소?
근간에 진소유秦少游가 편지를 보내왔는데 또한 족하足下가 지은 최근의 문장이 더욱 기이하다고 논하였소.
명주明主께서 인재를 구하시기를 미치지 못할 듯이 하시는데 어찌 끝내 묻혀 지낼 리가 있겠소?
족하足下가 다만 도道를 믿고 스스로 지조를 지킨다면 작록爵祿은 구하지 않아도 마땅히 스스로 올 것이니, 만약 깊이 자중하지 않는다면 간직하고 있는 것을 상실할까 두렵소.
말이 간절하고 곡진하니 편지를 대함에 송구하오.
곧바로 만나볼 수가 없으니, 천 번 만 번 보중하고 자애하시오.
밤이 가까워 눈이 어두워져서 일일이 쓰지 못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