頃者海外에 澹乎蓋將終焉이러니 偶然生還하니 置之勿復道也라
方將求田問舍
하야 爲
之養
하고 杜門面壁
하야 觀六十年之非
하니 豈獨
이리오
不謂某官이 講修舊好하고 收錄陳人하사 粲然雲漢之章이 被此枯朽之質이라
欲其洗濯宿負하고 激昻晩節하야 粗行平生之志하고 少慰朋友之望하시니 此意厚矣니 我心悠哉라
26. 선덕랑 왕유안宣德郞 王幼安에게 답한 계啓
지난 10년을 돌아보니 홀연히 어제의 일과 같고, 온갖 어려움을 다 겪었으니 무슨 일인들 없었겠습니까?
지난날 바다 밖에서는 담담하게 장차 이대로 일생을 마치려니 하였는데 우연히 살아 돌아왔으니, 이 일은 버려두고 다시 말하지 않겠습니다.
장차 시골에서 가택家宅과 전지田地를 구하여 3백 손가락의 공양을 위하고, 문을 닫고 면벽하여 60년의 잘못된 행적을 살피려 하니, 어찌 다만 강호江湖에서 서로 잊을 뿐이겠습니까?
그런데 뜻밖에 모관某官께서 지난날의 우호를 다지시고 옛사람을 거두어 기억해주셔서 빛나는 은하수처럼 찬란한 글이 마르고 노쇠한 자질에 입혀졌습니다.
이는 묵은 죄를 깨끗이 씻어내고 말년의 절개를 격앙시켜 조금이나마 평생의 뜻을 실행하고 붕우의 기대를 다소나마 위로하고자 하신 것이니, 후덕하신 뜻에 제 마음의 그리움이 참으로 깊습니다.
저는 말라버린 곡식의 싹과 같고 구유에 엎드려 있는 말과 같습니다.
입으로 불어서 미칠 수 있는 바가 아니니, 비록 채찍을 가한들 무슨 보탬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것을 간직하고 잊지 않아서 영원히 우호로 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