喜
하고 悼報國之無期
하야 方自愧於心顔
하니 敢聞名於左右
리잇가
豈謂某官이 曲敦雅好하고 深軫窮途하야 賜以尺書하고 借之餘論이리오
但慙衰朽하야 虛辱品題하오니 敬佩至言하야 永以爲好호리이다
이 글은 틀림없이 새로이 명령을 받고 석방되어 돌아올 때에 지은 것일 것이다.
섬 지방에 귀양 가 있다가 매어 있던 귀신의 숲에서 몸이 빠져나오고, 진군眞君의 사당을 깨끗이 청소하여 산인散人이라는 칭호를 받았습니다.
전원으로 돌아갈 조짐이 있음을 기뻐하고 나라에 보답할 기약이 없음을 슬퍼하여, 막 마음과 얼굴에 스스로 부끄러워하였으니, 어찌 감히 이름을 좌우左右(측근)에게 아뢰겠습니까?
뜻밖에도 모관某官께서는 평소의 우호를 돈독히 하시고 곤궁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깊이 염려하셔서 편지를 보내주시고 좋은 의논을 빌려주셨습니다.
따뜻한 말씀이 간곡하여 열 종사관이 찾아오는 것보다 낫고, 또 누추한 자질에 영화가 더하여 먼저 보내주신 오장五漿에 이미 배가 부릅니다.
다만 노쇠하여 품제品題(인품의 평가)를 헛되이 욕되게 할까 부끄러우니, 지극한 말씀을 공경히 명심하여 길이 우호로 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