重地隆名을 不擇所付하고 淸資厚祿으로 以養不才하시니이다
伏念 臣以草木之微
로 當天地之澤
하야 七典名郡
하고 하며 兩除尙書
하고 三忝侍讀
하오니 雖當世之豪傑
이라도 猶未易居
어늘 矧如臣之孤危
가 其何能副
리잇고
하니 何煩爝火之助
리오마는 大厦旣構
에도 尙求一木之支
하시니이다
望
之帷幄
에 久立徬徨
하고 聞
之鼓鐘
에 恍如夢寐
하니이다
중요한 자리와 융성한 명예를 맡길 사람을 가리지 않고 신臣에게 내려주셨고, 청환淸宦의 높은 품계와 후한 녹봉으로 재주 없는 저를 길러주셨습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신臣은 초목과 같은 미천한 몸으로 천지天地와 같은 은택을 입어 일곱 번 이름난 고을을 맡았고 재차 한림원翰林院에 들어왔으며, 두 번 상서尙書에 제수되고 세 번 시독관侍讀官에 임명되오니, 이는 비록 당세의 호걸이라도 쉽게 처할 자리가 아닌데 더구나 신臣과 같이 외롭고 위태로운 자가 어찌 감당하겠습니까?
공손히 생각하건대 황제 폐하께서는 성신聖神의 자질로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시고 문文과 무武를 겸하시어 천하의 모범이 되십니다.
거듭 밝고 또다시 밝으시니 어찌 번거롭게 횃불의 도움이 필요하겠습니까마는, 이미 큰 집을 짓고도 오히려 버팀목 하나를 구하고 계십니다.
신臣은 백발에 다시 도성에 오니 단심丹心(충심)이 이미 꺾였습니다.
서청궁西淸宮의 유악帷幄을 바라보면서 오랫동안 서서 방황하고, 장락궁長樂宮의 종소리와 북소리를 들으면서 황홀하여 꿈속인 듯합니다.
산과 같이 큰 은혜를 보답하지 못하고 오직 경각頃刻의 영화를 탐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