願賜骸骨歸卒伍라하더니 歸未至彭城하야 疽發背死하니라
增이 勸羽殺沛公이어늘 羽不聽하야 終以此失天下하니 當於是去耶아
增之欲殺沛公은 人臣之分也요 羽之不殺은 猶有人君之度也니 增이 曷爲以此去哉리오
且義帝之立에 增爲謀主矣니 義帝之存亡이 豈獨爲楚之盛衰리오
亦增之所與同禍福也니 未有義帝亡而增獨能久存者也라
羽之殺卿子冠軍也는 是弑義帝之兆也요 其弑義帝는 則疑增之本也니 豈必待陳平哉리오
物必先腐也而後에 蟲生之하고 人必先疑也而後에 讒入之하나니 陳平雖智나 安能間無疑之主哉리오
하며 識卿子冠軍於稠人之中
하야 而擢以爲上將
하니 不賢而能如是乎
아
不用其言하고 殺(弑)其所立하니 羽之疑增이 必自是始矣리라
方羽殺卿子冠軍하야 增이 與羽로 比肩而事義帝하야 君臣之分이 未定也하니 爲增計者컨대 力能誅羽則誅之요 不能則去之면 豈不毅然大丈夫也哉아
合則留요 不合則去어늘 不以此時明去就之分하고 而欲依羽以成功하니 陋矣라
범증范增의 죄안罪案을 하나하나 뼈를 찌르게 깊이 논하였다.
한漢나라가 진평陳平의 계책을 따라 초楚나라의 임금과 신하를 이간질하여 소원하게 하니, 항우項羽는 범증范增이 한漢나라와 내통함이 있는가 의심하여 차츰 그 권한을 빼앗았다.
그러자 범증范增이 크게 노하여 말하기를 “천하의 일이 크게 결정되었으니, 군왕君王께서 스스로 하소서.
원컨대 해골을 돌려받아 졸오卒伍(졸병卒兵)로 돌아가기를 바랍니다.”라고 하였는데, 돌아가다가 도성인 팽성彭城에 이르기 전에 등창이 나서 죽었다.
떠나가지 않았으면 항우項羽가 반드시 범증范增을 죽였을 것이니, 다만 일찍 떠나가지 않은 것이 한스러울 뿐이다.
그렇다면 마땅히 무슨 일로 떠나가야 하였는가?
범증范增이 항우項羽에게 패공沛公(유방劉邦)을 죽일 것을 권하였으나 항우項羽가 듣지 않아서 끝내 이 때문에 천하를 잃었으니, 마땅히 이때 떠났어야 했는가?
범증范增이 패공沛公을 죽이고자 한 것은 신하의 직분이요, 항우項羽가 패공沛公을 죽이지 않은 것은 그래도 인군人君의 도량이 있는 것이니, 범증范增이 어찌 이것 때문에 떠날 수 있었겠는가?
《주역周易》에 이르기를 “기미를 아는 것이 참으로 신神과 같구나!”라고 하였고,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저 함박눈이 내리는 것을 보건대 먼저 싸락눈이 모인다.”라고 하였으니, 범증范增은 마땅히 항우項羽가 경자관군卿子冠軍(송의宋義)을 죽였을 적에 떠나갔어야 했다.
진섭陳涉이 민심을 얻은 것은 항연項燕과 부소扶蘇를 내세웠기 때문이고, 항씨項氏가 흥왕한 것은 초 회왕楚 懷王의 손자인 심心을 세웠기 때문이며, 제후諸侯들이 항씨項氏를 배반한 것은 의제義帝를 시해했기 때문이었다.
또 의제義帝가 즉위할 적에 범증范增이 모주謀主가 되었으니, 의제義帝의 존망이 어찌 다만 초楚나라의 성쇠가 될 뿐이겠는가?
또한 범증范增이 화복을 함께하는 바였으니, 의제義帝가 죽고 범증范增이 홀로 오래 보존될 수는 없는 것이다.
항우項羽가 경자관군卿子冠軍을 죽인 것은 바로 의제義帝를 시해할 조짐이고, 의제義帝를 시해한 것은 범증范增을 의심하는 근본이니, 어찌 반드시 진평陳平의 이간질을 기다렸겠는가?
물건은 반드시 먼저 썩은 뒤에 벌레가 생기고, 사람은 반드시 먼저 의심한 뒤에 모함하는 말이 먹혀드는 법이니, 진평陳平이 비록 지혜로웠으나 어찌 의심이 없는 군주를 이간질할 수 있었겠는가?
내 일찍이 논하건대, 의제義帝는 천하天下의 어진 군주였다.
홀로 패공沛公을 보내어 관문關門으로 들어가게 하고 항우項羽를 보내지 않았으며, 경자관군卿子冠軍을 여러 사람 가운데에서 알아보고 발탁하여 상장군上將軍으로 삼았으니, 어질지 않고서 이와 같을 수 있겠는가?
항우項羽가 이미 의제義帝의 조서를 거짓으로 꾸며 경자관군卿子冠軍을 죽였으니 의제義帝는 반드시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
항우項羽가 의제義帝를 시해하지 않으면 의제義帝가 항우項羽를 죽이리라는 것은 지혜로운 자를 기다리지 않고서도 알 수 있는 것이다.
범증范增이 처음 항량項梁에게 권하여 의제義帝를 세우게 하였다.
제후諸侯들이 이 때문에 복종하였으니, 중도에 의제義帝를 시해하는 것은 범증范增의 본의가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도 틀림없이 항우項羽에게 강력히 간쟁諫爭하여도 듣지 않았을 것이다.
항우項羽가 범증范增의 말을 따르지 않고 범증范增이 세운 의제義帝를 시해하였으니, 항우項羽가 범증范增을 의심함은 반드시 이로부터 비롯하였을 것이다.
항우項羽가 경자관군卿子冠軍을 죽였을 적에 범증范增은 항우項羽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의제義帝를 섬겨 군신君臣간의 신분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니, 내가 범증范增을 위하여 헤아려보건대 자기 힘이 능히 항우項羽를 처형할 만하면 처형하고, 그렇지 않으면 떠나가는 것이 어찌 의연한 대장부가 아니겠는가?
뜻이 합하면 머물고 합하지 않으면 떠나가야 하는데, 이때에 거취의 구분을 밝히지 않고 항우項羽에게 의지하여 공명을 이루고자 하였으니, 누추하다.
그러나 범증范增은 고제高帝가 경외하는 존재였다.
범증范增이 떠나가지 않았으면 항우項羽가 망하지 않았을 것이니,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