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唐宋八大家文抄 王安石(1)

당송팔대가문초 왕안석(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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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송팔대가문초 왕안석(1) 목차 메뉴 열기 메뉴 닫기
荊公本色之佳處
祥符時 封泰山以文天下之平하니 四方以芝來告者 萬數
其大吏 則天子賜書以寵嘉之하고 小吏若民 輒錫金帛하니라
方是時하야 希世有力之大臣 窮搜而遠采하고 山農野老 攀緣狙杙하야 以上至不測之高하고 下至澗溪壑谷 分崩裂絶 幽窮隱伏 人迹之所不通하야 往往求焉하니
而芝出於九州四海之間 蓋幾於盡矣
至今上卽位하야 謙讓不德하시니 自大臣不敢言封禪하고 詔有司하야 以祥瑞告者 皆勿納하니
於是 神奇之産 銷藏委翳於蒿藜榛莽之間하야 而山農野老 不復知其爲瑞也
則知因一時之好惡하야 而能成天下之風俗이어든 況於行先王之治哉리오
太丘陳君 學文而好奇러니 芝生於庭이어늘 能識其爲芝하고 惜其可獻而莫售也 故閣於其居之東偏하고 掇取而藏之하니 蓋其好奇如此
一也로되 或貴於天子하고 或貴於士하며 或辱於凡民하니 夫豈不以時乎哉
士之有道 固不役志於貴賤이나 而卒所以貴賤者 何以異哉
此予之所以歎也로라


02. 지각기芝閣記
형공荊公의 본 모습을 아름답게 드러낸 문장이다.
상부연간祥符年間(1008)에 태산泰山에서 봉선封禪의 의식을 행하여 천하天下태평太平함을 드러내니, 사방에서 영지靈芝를 가지고 와서 아뢰고 바친 사람의 수가 만명萬名에 이르렀다.
그들 가운데 대신大臣들에게는 천자天子께서 글을 내려서 영예롭게 빛내 주었고, 소리小吏와 백성들에게는 곧 황금과 비단을 하사하셨다.
이때를 당하여 시대 풍조에 영합하는 권력權力 있는 대신大臣들은 영지를 끝까지 찾아 먼 곳에서 캐어 오고, 산야山野에 사는 농부와 늙은이들은 원숭이처럼 나무를 휘어잡고 위로는 헤아릴 수 없는 높은 곳에까지 이르고, 아래로는 도랑과 깊은 골짜기, 무너져 갈라진 절벽, 으슥하게 숨겨진 곳으로 인적이 통하지 않았던 곳에까지 찾아가서 영지를 구해오는 경우도 간혹 있게 되었다.
그렇게 되자 구주九州사해四海 사이에서 영지가 거의 모두 없어져버렸다.
그 후 지금의 황상皇上께서 즉위하심에 이르러 겸양의 덕을 크게 드러내시니, 대신들부터 감히 봉선封禪의 의식을 행하자는 말을 할 수 없게 되었고, 담당관서에 명하여 길상吉祥의 징조로 영지靈芝가 발견되었으니 바치겠다고 아뢰는 자가 있어도 모두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였다.
이에 신기神奇한 산물인 영지가 쑥밭이나 가시덤불 속에 팽개쳐지고 사그라져서 없어지니, 산야山野에 사는 늙은이들도 그것이 상서로운 것임을 다시는 알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즉 한 시대의 통치자가 좋아하고 싫어함을 근거로 하여 천하의 습속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알게 되나니, 더구나 선왕先王선정善政을 행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태구현太丘縣진군陳君은 글을 배운 사람이고 기이奇異한 일 하기를 좋아하였는데, 뜰에서 영지가 나자 그것이 영지임을 알아보았으나, 그것을 나라에 바칠 만한데도 이를 바칠 수 없음을 애석하게 여겨서, 그 때문에 그가 거처하는 동편에 지각芝閣을 건립하고 이를 채취하여 이곳에 간직하였으니, 대체로 그가 기이한 일 하기를 좋아함이 이와 같았다.
아아!
똑같은 영지인데도, 혹 천자天子에게 한 대접을 받기도 하고, 혹 에게 귀한 대접을 받기도 하며, 더러는 평민들에게조차 천대賤待를 받기도 하는 것이, 대저 어찌 시대풍조時代風潮 때문이 아니겠는가.
로서 를 지닌 사람이라면 본시 한 대접을 받건 한 대접을 받건 마음을 쓰지 않지만, 마침내 귀한 대접을 받거나 천한 대접을 받게 되는 까닭은 이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것이 내가 탄식하는 이유이다.


역주
역주1 芝閣記 : 《臨川集》에는 이 글 末尾에, ‘皇祐五年 十月 日 記’라 하여, 記를 지은 시기를 밝혀 놓았다. 이로 보아 본 記는 皇祐 5년(1053) 10월에 지은 것으로 보인다. 이곳의 芝는 곧 버섯의 일종인 靈芝를 말하며, 아름다운 광택이 나서 觀賞用으로 쓸 수도 있고, 옛사람들은 不老長壽의 靈藥인, 진귀한 瑞草로 여겼다.
이 記는 太丘의 陳君(어떤 인물인지 미상)이 靈芝를 얻자 이를 보존할 樓閣을 지은 것을 기록하면서, 道를 지닌 士도 어떤 통치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귀한 취급을 받기도 하고 천한 취급을 받기도 하는 世態에 대한 개탄을 寄託한 것이다.

당송팔대가문초 왕안석(1) 책은 2019.04.23에 최종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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