君不得師면 則不知所以爲君이요 臣不得師면 則不知所以爲臣이니
君不知所以爲君하고 臣不知所以爲臣이로되 人之類其不相賊殺以至於盡者는 非幸歟잇가
雖然이나 有鄙夫問焉而不敢忽하고 斂然後其身하야 似不及者라
曰 天之有斯道에 固將公之호되 而我先得之하니 得之而不推餘於人하야 使同我所有면 非天意니 且有所不忍也라하니이다
願先生은 留聽而賜臨之하야 以爲之師면 某與有聞焉호리이다
伏惟先生은 不與古之君子者異意也면 幸甚이로소이다
05. 두순杜醇선생에게 현학縣學에 들어와 스승이 되어 주기를 청하는 편지
공公이 은현鄞縣의 지사知事로 있을 때에 그 스승을 존숭尊崇함이 이와 같았다.
부자父子‧부부夫婦‧형제兄弟‧빈객賓客‧붕우朋友가 윤상倫常이니, 윤상倫常을 지탱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예악禮樂‧형정刑政‧문물文物‧수제數制‧사위事爲가 그 기구이니, 그 기구는 누가 주재합니까.
군신君臣의 제도를 두어 이를 주재하는 근본으로 삼습니다.
군주君主가 스승을 얻지 못하면 군주 노릇하는 근본을 알지 못하게 되고, 신하臣下가 스승을 얻지 못하면 신하 노릇하는 근본을 알지 못하게 됩니다.
스승을 두는 것이 군君과 신臣 모두의 근본이 됩니다.
군주가 군주 노릇하는 근본을 알지 못하고, 신하가 신하 노릇하는 근본을 알지 못하는데도, 인류가 서로 해치고 죽여서 멸종됨에 이르지 않는다면, 이는 요행이 아니겠습니까.
옛날의 군자君子는 자신을 존귀하게 여겨서 순舜임금의 아래에서 신하臣下 노릇 하는 것도 부끄럽게 여겼습니다.
비록 그러하나 비천鄙淺한 사람이 묻는 일이 있어도 감히 함부로 대하지 않고, 자신을 검속檢束하여 공손히 하기를 마치 그 사람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이 하였습니다.
존귀한 스승에게 공훈을 돌리기를 사양하지 않으면서,
“하늘에 이 도道가 있고, 본시 이를 공포하려 하는데, 내가 이를 먼저 터득하였고, 터득하고서 다른 사람들에게 충분하게 전수하여 나와 함께 소유하게 하지 않는다면, 이는 하늘의 뜻이 아니니, 이런 일은 또한 차마 하지 못할 바가 있다.” 하였습니다.
모某가 이 현縣을 다스리게 된 것이 1년이 넘었습니다.
마침 공자孔子의 사당祠堂을 학교로 만들었으므로 여기에서 현의 자제들을 가르쳐 배양하고자 합니다.
바라옵건대 선생께서 요청을 들어 주실 뜻을 가지시고 왕림하여 스승이 되어 주신다면 모某는 기쁘게 가르침을 듣겠습니다.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선생께서는 옛날의 군자君子와 다른 생각을 갖지 않으신다면 매우 다행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