番陽劉定이 嘗登廬山하야 臨文殊金像所沒之谷이라가 睹光明雲瑞하고 圖示臨川王某하야 求記其事하다
某曰 有有以觀空이면 空亦幻이요 空空以觀有면 幻亦實이니
定은 以熙寧元年四月十日과 十年九月二十七日에 目睹하고 某는 以元豐元年十一月二十三日에 記하노라
荊公之文은 其長이 在簡古而多深沈之思하니 讀孟嘗君傳與此等記에 尤可見이라
12. 여산廬山 문수상文殊像이 상서로운 징조를 보인 기記
번양番陽사람인 유정劉定이 일찍이 여산廬山에 올라 문수금상文殊金像이 묻힌 계곡을 굽어보다가 밝게 빛나는 상서祥瑞로운 구름을 목도目睹하고, 그것을 그림으로 그려서 임천臨川 왕모王某에게 보이면서, 그 사실을 기록한 기記를 지어 주도록 청하였다.
모某가 말하기를, “인식認識되는 모든 존재存在가 실재實在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공空을 관조觀照한다면 공空 또한 환幻이고, 공空은 실재實在하지 않는 허환虛幻한 것이라는 관점에서 존재存在(즉 유有)를 관조觀照하면 환幻 또한 실재實在하는 것이라 할 수 있지요.
그러니 환幻과 실實을 과연 구분할 수가 있겠소?
그런즉 그대가 목도目睹한 것 같은 것도 이를 기記로 지어도 그만이고 기記로 짓지 않아도 그만이요.
기記로 지어 놓는 것과 기記로 지어 놓지 않는 것이 과연 또한 구분될 수가 있겠소?
비록 그러나 그대가 이미 그림으로 그려 놓았으니, 나도 기記를 짓지 않을 수가 없구려.” 하였다.
유정劉定은 희령熙寧 원년元年 4월 10일과 10년 9월 27일에 그 현상을 보았고, 모某는 원풍元豐 원년元年 11월 23일에 이 기記를 지었다.
형공荊公의 문장은 그 장점이 간결簡潔하고 예스러우면서도 심오深奧한 식견識見을 잘 드러낸 것이 많은데 있으니, 〈맹상군전孟嘗君傳〉과 이 기記 등을 읽을 경우에 그 면모面貌를 더욱 알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