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문祭文 가운데 뛰어난 기상을 많이 드러내었다.
붕우朋友에게 무슨 원수진 일이 있으며, 처자에게 무슨 원한을 샀는가?
위엄을 유지하며 떠났으나, 나는 처음에 믿지 못하고 탄식하였네.
생각하건대 군君을 처음 만난 것은, 전자田子의 소개를 받아서였었지.
내가 급히 달려가 전씨田氏 집에서 곡哭을 하려 하였는데,
나는 공무公務에 얽매여 가지 못하고, 전씨田氏는 병들어 부음을 모른다네.
이제 나 홀로 곡哭을 할 뿐이니, 나의 슬픔을 누구와 함께 나누리오?
처음 군君이 과거科擧에 응시할 때에, 선비들 가운데 감히 대등한 사람이 없었으니,
그 명성名聲 혁혁赫赫하고 그 재능 풍부했었네.
서리 내린 가을 숲의 솔개나 새매 같은 늠름하고 빼어난 기상에,
사람들은 뭇 새들이 달아나듯 하였고, 홀로 푸른 하늘을 높이 날았었네.
합격자 명단에는 저 끝에 있어서 말직末職에서 벼슬하다가, 후에는 더욱 곤고困苦를 겪었고,
갇히고 막힌 폐단을 씻어내어 없애려 하였으나, 걸핏하면 직분에 합당하지 않은 일을 한다고 제지당했네.
마치 천리마千里馬에게 굴레를 씌우고, 땔감 수레를 끌게 하는 것과 같아서,
몸을 움츠리고 머리를 숙인 채, 절름발이 둔한 말과 함께 꼴을 먹었네.
수명壽命 또한 많이 타고나지 못하여, 중년中年의 나이에도 미치지 못하였으니,
이런 인물人物 백 명 중에 한 명 나오기도 어려운데, 그가 가진 능력 누가 알아보았으리오?
군君을 아는 사람으로, 세상에 그 누가 나보다 더하리오?
학문學問은 동문수학하였고, 진사시進士試에는 함께 합격하였었네.
지방에 나아가 양주揚州에서 벼슬하였으니, 군君이 바로 그 고장 사람이었지.
속에 품은 마음을 모두 기울였으나, 업적은 배척당하고 잊혀져 버렸네.
그대가 수춘현壽春縣에서 벼슬할 때에, 나는 은현鄞縣에서 벼슬하고 있었으니,
마음으로만 생각하고 그곳으로 찾아가지 못했었네.
동쪽 은현鄞縣에서 돌아오자, 곧 군君의 상喪에 임臨하였으니,
고요하고 어두운 유택幽宅, 가시나무와 개암나무가 거칠게 우거졌네.
그대와 동문東門에서 헤어진 후, 몇 날이 지나지 않았는데,
지금에 이르러 영영 이별하게 될 줄을 누가 알았으리오?
액운厄運을 탄식하고 궁곤窮困함을 원망하며, 장수長壽하지 못하였음을 안타까워하노라.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여기는데, 군자君子가 사거死去하였으니,
내가 무슨 말을 하리오, 그대는 오히려 모두 알고 있을 것을!
이에 술과 음식을 갖추어서, 이로써 나의 슬픔을 드러낼 뿐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