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月十一日에 輒輸情素하야 仰丐恩憐하니 實以抱疢之深에 難於竊位之久로소이다
豈圖憂患之餘에 更値淸明之始어늘 寒之之日長而暴之之日短하고 植之之人寡而拔之之人多리잇가
伏惟皇帝陛下는 天地覆載하시고 日月照臨하시니 賜以曲成하사 容其少愒하소서
區區旅力이 或未憗於餘年이면 斷斷小能으로 冀尙施於異日이니이다
20. 재상의 직에서 벗어나게 해주기를 청하는 표表2
이달 11일에 평소에 품은 뜻을 아뢰어 우러러 애긍히 여기시는 은혜를 내려 주시기를 빌었는데, 사실은 지니고 있는 병이 깊어서 직위를 오랫동안 버티기가 어려워서였습니다.
그런데 과분하게 독실하게 권장하는 은혜를 내리시며 공경히 따를 명을 내려 주시지 않았습니다.
일에는 간절한 정성을 급히 들어 주어야 할 것이 있으니, 이치상 반드시 애처롭게 여겨주시기를 기원합니다.
(中謝) 신臣이 옛 기록을 믿고 자신의 신념을 고수하는 것이 시속時俗에는 위배되는 것이 많습니다.
무릎을 펼 만한 작은 방의 편안함만을 즐겼기 때문에 처지에 맞게 근신謹愼함을 잊었으며,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음을 알았기 때문에 드디어 황상의 뜻을 살펴 맞추는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어찌 우환을 겪는 나머지에 다시 맑은 정사가 시작됨을 만나게 되었는데, 신을 춥게 한 날은 길고, 신을 따뜻하게 햇볕 비춰준 날은 짧으며, 신을 격려激勵해준 사람은 적고, 신을 제거하려는 사람은 많을 줄을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여전히 성스러운 군주君主의 뜻을 그르쳐서 여러 차례 어진 사람이 등용됨을 방해하기도 하였습니다.
신은 몸을 돌보지 않고, 노고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비록 작은 노력으로나마 공효가 있기를 바랐으나, 모기에게 산을 짊어지게 한 것처럼, 돌이켜보건대 중임을 감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더구나 다시 병으로 어지럽고 혼미해져서 업무를 중단하였으니, 마치 하는 일은 없으면서 관직만 탐하는 것처럼 되었습니다.
이는 곧 밝은 법이 용납하지 않는 바이니 어찌 유독 불만의 말이 두려울 뿐이겠습니까.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황제폐하께서는 인자하신 덕이 천지에 충만하여 해와 달처럼 굽어 비추어 주시니, 간절한 소망所望을 허락해 주셔서 잠시 돌아가 쉴 수 있도록 용납해 주시옵소서.
점점 쇠약해지는 체력으로나마 혹 여생이 끝나지 않게 된다면, 작은 능력이나마 정성을 다해서 오히려 후일後日에 힘쓸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