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月初二日에 伏蒙聖恩賜臣誥勅하야 除臣知制誥者로소이다
高華之選은 欲報常艱이요 固陋之身은 以榮爲懼니이다
(中謝) 竊以自昔招智能之士하야 因使爲侍從之官하니 豈特賴其虛名이 謂能華國이리잇가
伏惟皇帝陛下는 躬上聖之姿하시고 撫久安之運하사 趣時有救弊之急하시고 守器有持盈之難하시니이다
當得俊良하야 使陪遺忘이면 則典司明命이니 出入禁門에 一有癏官이면 尤爲累上이니이다
臣羈單賤士요 樸鄙常人이니 仕初有志於養親하야 學遂不專於爲己로소이다
比更煩使하시니 稍竊謬恩일새 內懷尸祿之慙하고 仰負食功之意니이다
況臣少習藝文하야 粗知名敎나 遭逢一旦에 度越衆人하니 唯當盡節於明時라
이달 초 2일에 성은을 베풀어 신臣에게 칙서勅書를 내리셔서, 신을 지제고知制誥에 제수除授하시는 은혜를 입게 되었습니다.
현귀顯貴한 직위에 등용됨에는 보답을 하기가 항상 어렵고, 고루한 몸은 영예로운 지위를 누리는 것이 두렵습니다.
(中謝) 삼가 생각하옵건대 예부터 지혜롭고 유능한 선비를 불러들여 시종지관侍從之官을 삼았으니, 어찌 단지 그 헛된 이름에 힘입은 사람이 나라를 빛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대체로 장차 그 실제로 쓸 만한 인물을 거두어 들여야, 함께 도와서 국군을 성명聖明한 군주가 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물며 황제의 명命을 발하는 문장도 짓기가 어려운데 지제고知制誥의 토론討論하고 윤색潤色하는 임무를 어찌 감당하겠습니까.
진실로 그 직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 때때로 수치스러운 일을 자초하게 될 것입니다.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황제폐하께서는 상성上聖의 성품을 지니시고 장기간 태평한 시운時運을 누리도록 진무鎭撫하고 계시는데, 시대를 따르는 데는 폐단弊端을 구제救濟함에 급선무로 삼을 것이 있고 국가를 수호함에는 성盛한 업적을 유지하기가 어려움이 있습니다.
마땅히 준걸俊傑하고 어진 인물을 얻어서 가까이에서 모시면서 빠뜨린 것이나 잊은 것을 깨우치게 하면 성명聖明하신 황상皇上의 명령을 주관할 것이니, 궁금宮禁에 출입하는 사람으로 한 명이라도 일을 그르치는 관리官吏가 있게 되면 군주에게 더욱 누累가 되는 것입니다.
신臣은 지방 출신의 미천한 선비이고 비루한 보통 사람이니, 벼슬한 처음에는 부모 봉양에만 뜻을 두었고 학문學問은 위기지학爲己之學을 오로지하지도 못하였습니다.
근자에 빈번하게 사자使者를 보내시니, 이는 입어서는 안 될 은혜를 입게 된 것이라 마음속에는 하는 일 없이 녹祿만 받는 부끄러움을 품게 되었으니, 이는 공신功臣에게 봉록을 지급하는 의의意義에도 맞지 않는 것입니다.
더구나 발탁됨이 차서次序를 뛰어넘음에 이르렀습니다.
대체로 황상皇上께서 신臣을 보심이 견마犬馬처럼 천하게 여기지 않으시니, 신의 황상皇上께 대한 보답 또한 산이나 언덕처럼 높아야 합니다.
더구나 신은 젊어서 육예六藝의 글을 익혔으므로 명분에 합당한 예교禮敎에 대하여 대강은 알고 있다고 하나, 하루아침에 성군聖君을 만나 많은 사람을 뛰어넘어 발탁되었으니, 오직 밝은 시대에 충절忠節을 다 바쳐야 마땅합니다.
그러니 어찌 감히 오히려 사사로운 생각을 품을 수 있겠나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