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애통哀痛하여 격앙激昻한 말을 토해내었다.
나는 어렸을 때에 문을 닫고 《시경詩經》과 《서경書經》을 부지런히 공부하였고,
과거에 합격하여 벼슬 세계에 나아가자, 아득할 뿐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끌어주고 보호해주어서, 위태로움을 벗어나게 해주었고,
정원사가 북돋아주고 물을 대주듯이 보살펴서, 관운官運이 통달하게 해주었네.
나에게 원진元珍 학사學士가 없었다면, 나는 아마도 발전할 수가 없었을 것인데,
어이하여 나를 버리고 하룻밤을 앓다가 급작스럽게 운명하였는가?
진정으로 사람들을 관용하였고, 신의信義로써 인애仁愛를 실천하였거늘,
머리가 희어진 노경老境에 이르러, 곤액困厄과 간난艱難을 겪었네.
거듭 연이어 배척을 받아, 벼슬살이가 험난하여 사망하게 되었네.
이것이 어찌 사람의 탓이겠는가, 천운天運이 실로 그래서였으리라.
큼직한 저 비석이 있으니, 무덤에 묘명墓銘을 기록해놓을 만하도다.
나에게 묘명墓銘을 부탁하지 않더라도, 내 스스로 찾아가 요청했으리.
이에 군君의 덕행德行을 기록하여, 묘혈墓穴에 새겨 넣고자 하노라.
이로써 나의 슬픔을 표현할 뿐, 술과 음식은 올리지 못하였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