伏蒙不遺不肖하야 而身辱先之하고 示之文章하야 使得窺究其所蘊하고 又取某所以應見問者하야 序而存之하야 以寵其行하니
某懦陋淺薄하야 學未成而仕하니 其言行이 往往背戾於聖人之道하야 擯而後復者 非一事也라
自度尙不足與庸人爲師어든 況如足下之材良俊明에 安能一有所補邪아
雖然이나 足下過聽하고 所序而存者는 或非某所聞於師友之本指也니 則義不得黙而已니라
에 其通性命之分
하야 而不以死生禍福
으로 累其心
은 此其近聖人也
니 自非明智
면 不能及此
니라
不足以及此어늘 而陷溺於周之說이면 則其爲亂大矣니라
墨翟은 非亢然詆聖人而立其說於世하니 蓋學聖人之道로되 而失之耳요
하고 而又謂子夏之後
라하니 則莊墨
은 皆學聖人
이나 而失其源者也
라
而足下謂老莊潛心於神仙하야 疑非老莊之實이라 故嘗爲足下道此니라
老莊雖不及神仙하고 而其說亦不皆合於經이나 蓋有志於道者라
聖人之說은 博大而閎深하야 要當不遺餘力以求之니 是二書를 雖欲讀이나 抑有所不暇니라
某之所聞이 如此하니 其離合于道는 惟足下自擇之하라
노자와 장자에 대하여 언급한 곳에도 또한 이미 큰 근원根源이 드러나 있다.
이 못난 사람을 잊지 않으시고 몸을 낮추어 먼저 편지를 보내 주시고, 지으신 문장을 보여 주셔서 그 온축蘊蓄하신 뜻을 엿볼 수 있게 해 주셨으며, 또한 모某가 질문한 일에 응답을 주시면서 그 뜻까지 서술敍述해 주셨고 떠나는 사람에게 시문詩文을 지어 주기도 하셨습니다.
족하足下께서 내려 주신 은혜가 과분過分해서 감히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모某는 게으르고 고루하고 천박하여 학문이 미처 이루어지기도 전에 벼슬길에 올랐으니, 그 언행言行이 왕왕往往 성인聖人의 도道에 어긋남이 있어서 배척排斥당해 쫓겨났다가 그 후에 다시 되돌아오곤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스스로 헤아려 보건대 용렬庸劣한 사람의 스승이 되기에도 오히려 부족한데, 하물며 족하足下처럼 재능이 우수하고 빼어나게 명달明達한 분에게 어찌 한 가지라도 도움이 될 것이 있겠습니까.
비록 그러하나 족하께서 잘못 들으시고 그 뜻을 서술하여 물으신 것 가운데는 더러 모某가 사우師友에게 들은 본지本旨와는 어긋나는 것이 있으니, 의리상義理上 말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장생莊生의 글에 성명性命의 분수分數에 정통精通하여 사생死生과 화복禍福에 그 마음이 얽매임이 없다고 한 것은, 이런 경지는 성인聖人에 가까운 것이니 스스로 명철明哲한 지혜智慧를 가진 자가 아니면 이에 미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명철한 지혜를 가지고서 성인聖人의 말씀을 읽은 사람이라야 또한 족히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있게 됩니다.
이런 경지에 이르기에 부족하면서 장주莊周의 논리에 빠지게 되면, 세상을 크게 어지럽히게 됩니다.
묵적墨翟도 무례하게 성인을 비방하면서 세상에 자신의 학설을 내세웠던 것이 아니고, 대체로 성인의 도道를 배우기는 하였으되 잘못 배운 것일 뿐이었습니다.
한씨韓氏가 〈독묵자讀墨子〉를 지었고, 그리고 또 자하子夏의 학설이 그 후에 유전流傳되어 장주莊周의 학설이 되었다고 말하였으니, 장주莊周와 묵적墨翟은 모두 성인聖人의 학설을 배우기는 하였으되 그 근원根源을 잘못 이해한 것입니다.
노자老子와 장자莊子의 글이 모두 남아있고, 그 학설에 일찍이 신선神仙에 대하여 언급한 일이 없습니다.
다만 갈홍葛洪이 두 사람을 빙자하여 전傳을 지어서 〈신선전神仙傳〉이라 한 것일 뿐입니다.
그런데 족하足下께서는 노자老子와 장자莊子가 신선神仙에 잠심潛心하였다고 말하면서, 이는 노자와 장자의 실상實相이 아니라고 의심하였으므로, 그 때문에 일찍이 족하를 위하여 이에 대하여 말씀을 드렸던 것입니다.
노자와 장자의 주장이 비록 신선을 언급하지는 않았고, 그 학설이 또한 모두 경經에 합치되지는 않지만, 그들도 모두 도道에 뜻을 두었던 사람들입니다.
성인聖人의 주장은 광대廣大하고 심원深遠하므로 응당 모든 힘을 다하여 이를 탐구해야 하나니, 이 때문에 《노자老子》와 《장자莊子》 두 책을 비록 읽고자 하나 또한 그럴 겨를이 없는 것입니다.
모某가 듣고 아는 바는 이와 같으니, 그것이 도道에 합치되는지 안 되는지는 오직 족하足下께서 스스로 판단判斷하여 택擇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