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者는 奇偶剛柔雜比以相承이 如天地之文이라 故로 謂之文이오
字者는 始於一二하야 而生生至於無窮이 如母之字子라 故로 謂之字라
其聲之抑揚開塞과 合散出入과 其形之衡從曲直과 邪正上下와 內外左右가 皆有義하야 皆本於自然하니 非人私智所能爲也라
先王以爲不可忽
하고 而患天下後世失其法
이라 故
하야 同之者
로 一道德也
하시니라
余讀
하고 而於書之意
에 時有所悟
하야 因序錄其說
하야 爲二十卷
하고 以與門人所推
附之
하노라
先王之文이 缺已久하야 愼所記不具하고 又多舛하니 而以余之淺陋考之에 且有所不合이라
드러낸 견해가 원대遠大하고 문장 또한 장엄莊嚴하다.
‘문文’이라는 것은 홀수와 짝수, 굳셈과 부드러움이 서로 섞여서 배합된 것이 마치 하늘과 땅의 무늬와 같으므로 이를 일러 ‘문文’이라 한 것이다.
‘자字’라는 것은 하나 둘에서 시작하여 늘어나고 늘어나서 무궁함에 이르게 된 것이 마치 어머니가 자식을 낳아 자손을 퍼트리는 것과 같으므로 이를 일러 ‘자字’라 한 것이다.
그 성음聲音이 눌림과 드날림, 열림과 막힘 등이 모였다 흩어졌다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것과, 자형字形이 종縱과 횡橫, 곡曲과 직直, 사邪와 정正, 상上과 하下, 내內와 외外, 좌左와 우右로 드러나는 것이 모두 의의意義가 있어서 자연에 뿌리를 둔 것이니, 사람의 사사로운 지혜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저 복희伏羲의 팔괘八卦, 문왕文王의 육십사괘六十四卦와 더불어 구체적인 쓰임은 서로 다르나 제법製法은 서로 동일하므로, 상호 참조하여 《역易》을 완성한 것이다.
선왕先王들이 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여기고 천하후세天下後世에 그 법도가 없어질까 염려하여, 그 때문에 3년에 한 번씩 문자文字를 통일하도록 하고 통일된 문자로 도道와 덕德을 동일同一하게 드러내게 하였다.
진秦나라 때에 《시경詩經》과 《서경書經》을 불태우고 학사學士들을 살해하였으며, 이때에 이르러 비로소 고문자古文字를 바꾸고 예서隷書를 만들었으니, 아마도 하늘이 이 고문자古文字를 없애려 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진秦나라가 무슨 능력이 있어서 예서隷書를 만들 수 있었겠는가.
내가 허신許愼이 지은 《설문說文》을 읽어 보고 글의 의미에 대하여 때때로 깨달은 바가 있어 그 때문에 자설字說을 순서대로 기록하여 20권卷으로 만들고 문인門人들과 함께 《삼경신의三經新義》를 퇴고推敲하면서 이를 덧붙이게 되었다.
선왕先王이 제정한 문자文字는 없어진 지 이미 오래되었고, 허신許愼의 기록은 제대로 갖추지를 못한데다가 오류 또한 많으니, 나같이 천루淺陋한 사람이 고찰한 것에도 합당하지 않은 점이 있다.
비록 그러하나 어찌 하늘이 이 문자文字를 장차 흥기시키지 않으리요!
그렇게 된다면 내가 그 시초始初를 유도誘導한 것이 될 것이므로 그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반드시 이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이를 알 수 있는 사람이라면 도道와 덕德의 의의意義에 대하여 이미 열에 아홉은 알았다고 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