辱書勤勤하야 敎我以義命之說하니 此乃足下忠愛於故舊하야 不忍捐棄하고 而欲誘之以善也니 不敢忘不敢忘이로다
雖然이나 天下之變故多矣라 而古之君子는 辭受取舍之方不一하야 彼皆內得於己면 有以待物이요 而非有待乎物者也니
非有待乎物이라 故其迹時若可疑요 有以待物이라 故其心未嘗有悔也니라
多病無聊하니 未知何時得復晤語요 書不能一一하니 千萬自愛하라
그 국량局量과 식견識見이 스스로 심원深遠하다.
보내 주신 편지가 정성스럽고 간절하여 의리義理와 천명天命에 관한 설명으로 나를 깨우쳐 주셨는데, 이는 곧 족하足下께서 옛 친구에 대한 성심誠心과 애정愛情을 차마 포기할 수가 없어서 선善으로 인도하려 하신 것이니, 감히 잊을 수가 없고 감히 잊을 수가 없습니다.
비록 그러하기는 하나 천하天下에 변고變故는 많고, 옛날의 군자君子는 사양함과 받아들임 취함과 버림의 방법이 동일하지 않아서, 저들은 모두 마음속에 자신의 주관主觀이 확립되면 이를 근거로 하여 타인에게 표시함은 있지만, 타인의 뜻에 의부依附해 따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타인에게 의부依附함이 있지 않았으므로 그의 행위가 때로는 의심받을 만한 점이 있기도 하였지만, 확립된 주관을 가지고 타인을 대하였으므로 그 마음에 뉘우칠 것이 없었습니다.
이와 같은 사람이 어찌 세상 사람들의 칭찬과 비난 때문에 그 마음에 제약制約을 받겠습니까.
모某 같은 사람은 이런 경지에 오르기를 바라기에는 부족하지만, 그러나 마음속에 그와 같이 하고자 하는 뜻은 가지고 있습니다.
돌이켜보건대 족하足下와 더불어 오랫동안 서로 만나서 상세한 토론討論을 하지 못하였으므로, 서로 극진하게 이해하기에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병이 많고 무료하게 지내면서, 어느 때에나 다시 만나 정다운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 알 수가 없고, 편지로는 일일이 다 말씀을 올릴 수가 없으니, 부디 자중자애自重自愛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