連得書에 疑某所謂經者佛經也하고 而敎之以佛經之亂俗이라
子固讀吾書每如此하니 亦某所以疑子固於讀經에 有所不暇也로라
故某自百家諸子之書
로 히 無所不讀
하고 農夫女工
에 無所不問
하니
蓋後世學者는 與先王之時異矣니 不如是면 不足以盡聖人故也라
惟其不能亂이라 故能有所去取者 所以明吾道而已니라
方今亂俗은 不在於佛이요 乃在於學士大夫 沈沒利欲하야 以言相尙하야 不知自治而已니
오랫동안 질병 때문에 문후問候를 드리지 못하였으니, 어찌 달려가고픈 마음을 금할 수가 있겠습니까.
지난번 편지에 자고子固께서 경經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한 것을 의심하기에, 그 때문에 그에 대하여 언급했던 것입니다.
이어서 편지를 받아보니, 모某가 이른바 경經이라고 한 것을 불경佛經으로 의심하시고, 불경佛經은 풍속을 어지럽히는 것이라고 깨우쳐 주셨습니다.
모某가 다만 경經을 읽었다고 말했을 뿐인데, 어찌하여 이를 중국中國 성인聖人의 경經과는 별도의 것으로 보셨습니까.
자고子固께서 저의 편지를 읽으심이 매양 이와 같으므로, 또한 모某가 자고子固께서 경經을 읽을 겨를이 없다고 하신 것을 의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 완전한 경서經書를 보지 못한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경經만을 읽는데 그친다면 경經을 이해하기에 부족하게 됩니다.
그 때문에 모某는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서書로부터 《난경難經》, 《소문素問》, 《본초本草》 및 여러 소설小說에 이르기까지 읽지 않은 것이 없으며, 의문이 있으면 농부農夫나 여공女工에게도 묻지 않은 일이 없습니다.
그런 후에야 경經에 대하여 그 요지要旨를 알 수 있게 되어 의심이 없어졌습니다.
대체로 후세의 학자들은 선왕先王의 시대 사람들과는 다르니, 이와 같이 하지 않으면 성인聖人을 끝까지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양웅揚雄이 비록 성인聖人이 아닌 사람의 글은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묵자墨子, 안자晏子, 추연鄒衍, 장자莊子, 신불해申不害, 한비자韓非子에 대하여 또한 어느 것인들 읽지 않은 것이 있었습니까?
저 양웅揚雄은 선악善惡 길흉吉凶의 근본을 안 이후에 그들의 글을 읽었으므로, 그들의 글 가운데 취할 것과 버릴 것을 알고 있어서, 그 때문에 이단異端의 학문이 그를 어지럽힐 수가 없었습니다.
이단이 그를 어지럽힐 수가 없었으므로 참고할 것과 무시할 것을 알 수 있게 된 것이,우리 도道(儒家의 도道)를 밝히는 근거가 된 것입니다.
자고子固께서 제가 선악善惡 길흉吉凶의 근본에 대하여 알고 있는 것이 오히려 이단異端의 학문 때문에 어지러워질 수 있다고 보신다면, 이는 저를 이해하지 못하시는 것입니다.
지금 이 시대의 어지러워진 풍속은 그 원인이 불교佛敎에 있는 것이 아니요, 곧 학사學士 대부大夫들이 이욕利慾의 추구에 빠져서 이를 서로 찬양하며 자신의 덕성德性을 수양할 줄을 알지 못하는 데에 있습니다.
자고子固께서는 이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날씨가 혹독하게 추운데, 연일 시봉侍奉 중에 있으니 자중자애自重自愛하시고 만복萬福이 깃드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