行文宛曲이나 其所議서현鉉厚誣반우潘佑處는 可謂刺骨之論이라
하야 至
亡國之際
하얀 不言其君之過
하고 但以歷數存亡論之
하니
雖有愧於實
강남록錄이나 其於
와 에 서씨徐氏강남록錄이 爲得焉
하다
然吾聞호니 國之將亡에 必有大惡하니 惡者無大於殺忠臣이라
國君無道나 不殺忠臣이면 雖不至於治나 亦不至於亡이라호라
然則忠臣은 國之與也니 存與之存하고 亡與之亡이니라
及得반우佑所上諫이씨李氏表로 觀之하니 詞意質直하야 忠臣之言이라
予諸父中에 舊多爲강남江南官者하야 其言金陵事頗詳하야 聞반우佑所以死則信이라
今觀서씨徐氏강남록錄言반우佑死호니 頗以妖妄하야 與予舊所聞者로 甚不類라
不止於반우佑라 其他所誅者도 皆以罪戾하니 何也오
若以상商주紂及隋우虞二君으로 論之하면 則이욱李서씨氏亡國之君이 必有濫誅니 吾知반우佑之死는 信爲無罪요 是乃서씨徐氏匿之耳라
吾聞서현鉉與반우佑는 皆이씨李氏臣이요 而俱稱有문학文學하야 十餘年爭名於朝廷間이어늘 當이씨李氏之危也하야 반우佑能切諫호되 서현鉉獨無一說하고 以반우佑見誅에 서현鉉又不能力諍하야 卒使其君으로 有殺忠臣之名하고 踐亡國之禍하니 皆서현鉉之由也로다
서현鉉懼此過하고 而又恥其善不及於반우佑라 故匿其忠而汚以他罪하니 此人情之常也니
若果如此
면 吾謂
서현鉉은 不唯厚誣忠臣
이라 其欺
이 不亦甚乎
아
문장을 모나지 않고 부드럽게 썼으나 서현徐鉉이 반우潘佑를 크게 무고誣告한 일을 논한 부분은 골수에까지 깊이 사무치는 의론이라 이를 만하다.
옛 산기상시散騎常侍였던 서현공徐鉉公이 태종太宗의 명命을 받들어 《강남록江南錄》을 편찬하였는데, 이씨李氏의 나라(南唐)가 망亡할 때의 사실에 이르러서는 군주君主의 과오過誤를 말하지 않고, 다만 역수曆數에 따라 존속하였다가 망한 것으로 설명하였다.
이는 비록 사실事實의 기록에 부합되지 않는 결함이 있지만, 그것을 춘추필법春秋筆法의 의의意義와 기자箕子가 무왕武王의 질문에 답한 말로 볼 때 서씨徐氏의 《강남록江南錄》은 합당함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들으니, 나라가 장차 망亡하려 할 때에는 반드시 대악大惡을 자행恣行함이 있는데, 악행惡行 가운데 충신忠臣을 죽이는 것보다 더 큰 악惡이 없다.
국군國君이 무도無道하다 해도 충신忠臣을 죽이는 일이 없으면, 비록 나라가 잘 다스려지지는 않지만 또한 멸망하는 지경에 이르지는 않는다고 하였다.
은殷의 주紂가 임금 노릇한 것은 지극히 포악暴惡하였다.
주周 무왕武王이 맹진孟津에서 군대軍隊를 사열査閱하였는데, 제후諸侯들이 주紂를 치기를 청하자 무왕武王은 “아직은 안 된다.”라고 말하였다가, 그가 충신忠臣인 왕자王子 비간比干을 죽였다는 소식을 들은 후에야 그 나라가 장차 망할 것임을 알고, 한번 군사를 일으켜서 단번에 승리하였다.
충신忠臣 계량季梁이 수隨나라에 있을 때에는 수隨나라 사람들이 비록 난정亂政에 시달렸지만 초楚나라 사람들이 감히 침략하지 못하였고, 우虞나라가 충신忠臣 궁지기宮之奇의 건의를 용납容納하지 않자 진晉나라 사람들이 비로소 벽옥碧玉을 보내어 길을 빌리는 계책을 이루어 우虞를 멸망시켰다.
그러므로 충신忠臣은 나라와 운명을 같이하는 사람이니, 나라가 존재하면 그와 함께 존재하고, 나라가 망하면 그와 함께 망하는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이미 남당南唐의 신하 반우潘佑가 직언直言을 하다가 죽임을 당하였음을 들었다.
당시에 송조宋朝에서 그것을 이유로 군사를 동원하여 정벌하고, 충신을 죽인 죄를 꾸짖었다.
반우潘佑가 이씨李氏(南唐의 군주 이욱李煜)에게 간언諫言한 표문表文을 얻어 보니, 문사文辭의 뜻이 질박質朴하면서 솔직한 충신忠臣의 말이었다.
나의 조부와 숙부‧백부들 가운데 강남江南에서 벼슬을 한 분들이 많아서, 그분들이 남당南唐의 일에 대하여 매우 자상하게 말씀을 해주셔서, 반우潘佑가 죽게 된 이유를 들어보니 사실이었다.
그런즉 이씨李氏의 남당南唐이 망亡한 것은 역수曆數에 따라 자연히 망한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다.
이제 서씨徐氏가 편찬한 《강남록江南錄》에서 반우潘佑가 사형을 당한 데 대하여 언급한 것을 살펴보니 자못 요망妖妄한 말을 하여, 내가 과거에 들은 것과는 매우 달랐다.
반우潘佑만이 아니라 그 외에 처형당한 사람들도 모두 죄과罪科를 범했기 때문이라고 하였으니, 왜 그랬을까?
상商나라의 주紂 및 수隨와 우虞의 두 군주君主를 기준으로 하여 따져본다면, 나라를 망亡하게 한 후주後主 이욱李煜은 틀림없이 충신忠臣을 함부로 죽인 일이 있었을 것이니, 나는 반우潘佑의 죽음이 진실로 죄가 없이 죽은 것이고, 《강남록江南錄》에서 밝힌 것은 곧 서씨徐氏가 이를 은닉隱匿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대체로 비방誹謗은 미워하는 마음에서 생기는 것이고, 미워하는 마음은 그를 이기지 못할 때에 생기는 것이니, 이는 사람의 공통된 감정이다.
내가 듣자 하니 서현徐鉉과 반우潘佑가 모두 이씨李氏(李煜)의 신하였고, 함께 문학文學으로 찬양을 받았으며, 십여 년간 조정朝廷에서 명성名聲을 다투었는데, 남당南唐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하자, 반우潘佑는 간절하게 간諫하였지만 서현徐鉉은 단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으며, 이 때문에 반우潘佑가 처형을 당하게 되었는데도 서현徐鉉은 또한 힘써 간쟁諫諍을 하지 않아서, 끝내 그의 임금으로 하여금 충신忠臣을 죽였다는 오명汚名을 지니고 망국亡國의 화禍를 입게 하였으니, 이는 모두 서현徐鉉 때문이었다.
서현徐鉉은 이런 허물이 알려지는 것이 두렵고, 또한 그 선행善行이 반우潘佑에 미치지 못함을 부끄럽게 여겨서, 그 때문에 그의 충심忠心을 감추고 다른 죄로 오명汚名을 뒤집어씌운 것이니, 이것이 일상적인 보통 사람의 감정인 것이다.
반우潘佑의 경우를 기준으로 하여 관찰해본다면, 그 밖에 처형당한 사람들도 죄罪 없이 죽은 것임을 알 수 있다.
만약 과연 이와 같이 하였다면, 내가 생각건대 서현徐鉉은 단지 충신忠臣을 크게 모함했을 뿐 아니라, 우리 군주君主를 기망欺罔함이 또한 심하지 않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