某
는 不學無術
하고 少孤以賤
하야 材行無可道
요 而名聲不聞於當世
하니 巨公貴人之門
에 無可進之路
요 而亦不敢輒有意於求通
이라 以故
로 聞閣下之名於天下之日久
로되 而獨未嘗得望
於門
이로소이다
比者得邑海上
하야 而聞
之別業
이 實在敝境
이나 猶不敢因是以求聞名於從者
러니 卒然蒙賜敎督
하니 讀之
에 茫然不知其爲媿且恐也
로이다
伏惟閣下의 危言讜論과 流風善政은 簡在天子之心하고 而諷於士大夫之口하니 名聲之盛과 位勢之尊은 不宜以細故로 苟自貶損이니이다
今咳唾之餘를 先加於新進之小生하니 疑左右者之誤요 而非閣下之本意也라
以是로 不敢卽時報謝하야 以忤視聽하고 以累左右하야 而自得不敏之誅하니 顧未嘗一日而忘拜賜也로소이다
今玆使來하야 又拜敎之辱하니 然後知閣下眞有意其存之也호이다
況王公大人而先加禮新進之小生이어늘 而其報謝之禮缺然者久之하니 其爲非也大矣니이다
雖聰明寬閎으로 其有以容而察於此나 而獨區區之心은 不知所以裁焉이로소이다
모某는 배우지 못하여 학술學術과 기예技藝도 없으며 어려서 부친을 여의고 미천하게 지내어 재능과 덕행에 말할 만한 것이 없어서 당세에 명성이 알려지지 않았으므로, 큰 인물이나 권세있는 분들의 문하門下에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없었고 또한 감히 곧바로 통교通交를 추구할 뜻도 없어서, 이 때문에 천하에 널리 퍼진 각하閣下의 명성을 들은 지 오래 되었으나, 홀로 일찍이 문하에서 존안을 뵐 기회를 얻지 못하였습니다.
근자에 해변의 한 고을을 다스릴 수 있게 되어 각하의 별장이 제가 관할하는 지역 안에 있다고 들었지만, 오히려 감히 이 때문에 각하께 이름을 아뢰기를 청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보내 주신 교도敎導하고 독촉督促하시는 편지를 받으니, 이를 읽고서 부끄럽고 황공함을 금할 길이 없어 망연茫然할 뿐입니다.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각하의 정직하고 곧은 말과 대대로 전해오는 선정善政의 기풍은 천자天子의 마음에 큰 인상을 남겼고 사대부士大夫들의 입에서 염송念誦되어 명성名聲이 성盛하시고 위세威勢가 드높으시니, 자질구레한 일 때문에 자신을 함부로 폄하하시는 것은 마땅하지 않습니다.
이제 훌륭하신 분께서 명문장名文章의 편지를 새로 관계官界에 진출한 소생小生에게 먼저 보내셨으니, 보좌하는 자들의 착오이지 각하의 본의가 아닐 것입니다.
이 때문에 감히 즉시 답장을 올리지 못하여 뜻을 거스르고 각하에게 누를 끼쳐 스스로도 불민한 죄를 얻게 되었으나, 돌이켜보건대 단 하루도 내려주신 가르침에 감사드림을 잊은 일이 없습니다.
오늘 보내 주신 사람을 통하여 못난 사람이 가르침을 받은 연후에야 각하께서 진실로 뜻을 두신 바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대저 예禮는 베풂이 있으면 보답이 있어야 하니, 적敵을 제외하고는 이 예법을 폐廢해서는 안 됩니다.
더구나 왕공王公이신 대인大人께서 먼저 새로 벼슬자리에 오른 소생小生에게 예禮를 표하셨는데, 이에 보답하고 감사를 드려야 할 일을 빠뜨린 지가 오래되었으니 그 잘못됨이 크옵니다.
비록 총명하시고 크게 너그러우신 마음으로 이를 용납해 주시고 살펴주신다 해도 유독 못난 마음으로는 어찌 재결裁決해야 좋을지 알지 못하겠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