承賜書하야 屈欲交之하니 不知其爲懼與媿也라가 已又喜焉호라
聞君子者는 仁義塞其中하야 澤於面하고 浹於背하며 謀於四體하야 而出於言하나니 唯志仁義者라야 察而識之耳라하니
然尙有其貌濟나 其言匱하고 其言濟나 其實匱者는 非天下之至察이면 何與焉이리오
某嘗竊觀호니 古之君子所以自爲者는 顧而自忖其中則欿然이라
又思昔者得見於足下컨대 俯數刻爾니 就使其中有絶於衆人者라도 亦未嘗得與足下言也어늘 足下何愛而欲交之邪아
夫顧而自忖其中則欿然이요 其爲貌言也 乃有以召君子之愛하니 宜乎不知其爲懼與媿也로다
然而足下自許不妄交면 則其交之也 固宜相切以義하야 以就其人材而後已爾니
처음 사귀는 사이이면서 그 말의 꿋꿋하고 간절함이 이와 같으니, 읽을 만하다.
보내 주신 편지를 받아보니, 이 못난 사람과 사귀고자 하셨으므로, 저도 모르는 사이에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느끼다가, 그리고는 다시 기뻐하게 되었습니다.
군자君子는 인의仁義가 가슴속에 가득 차 있어서, 그것이 얼굴을 윤택하게 하고, 등으로 젖어들며, 사지四肢의 활동도 이에 합치되어, 이것이 말로 드러나니, 오직 인의仁義에 뜻을 둔 사람만이 이를 살펴서 이해하게 될 뿐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 용모容貌는 미호美好하나 그 말은 빈핍貧乏하기도 하고, 그 말은 미호美好하나 그 행실은 빈핍貧乏한 사람도 있으니, 천하에 지극히 밝게 살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어찌 이에 대응할 수 있겠습니까.
모某가 전前에 삼가 관찰해 보니, 옛날의 군자君子로서 스스로 노력한 사람은, 돌이켜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 보고는 자신을 부족하다고 여겼습니다.
또 과거에 족하足下를 뵈었을 때를 생각하니, 접견해 주신 시간이 수각數刻(數十分) 뿐이었으니, 가령 그 마음속에 보통 사람보다 뛰어난 것이 있는 자라 하더라도, 또한 족하와 대화를 나누지 못하였는데, 족하께서는 어느 면을 사랑하셔서 이 못난 사람과 사귀려 하시는지요.
혹 제가 다른 사람보다 빼어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이신가요.
대저 스스로 속에 품은 마음을 돌이켜 헤아려 보아도 부족함이 많은데, 그 용모容貌와 언어言語가 곧 군자君子의 사랑을 불러들임이 있게 되었으니, 저도 모르게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족하足下께서 함부로 어지럽게 사귀지 않음을 스스로 인정하신다면, 그 사귐이 진실로 서로 의義로써 절차탁마切磋琢磨해야 마땅하고, 이로써 그 사람의 덕德과 재능才能을 이루어 준 이후에야 그만둘 뿐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某는 의지할 바가 있게 된 것이니 그에 대해 말하는 것을 멈출 수가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