伏奉制命호니 授臣觀文殿學士吏部尙書知江寧軍府事일새 臣已於六月十五日에 到任訖하니이다
久妨賢路하고 上負聖時하야 苟逃放殛之刑이어늘 更濫褒揚之典이로소이다
逸其犬馬將盡之力하사 寵以丘墓所寄之邦하시니 仰荷恩私가 皆踰分願이로소이다
(中謝) 臣操行不足以悅衆이요 學術不足以趣時하야
値遭興運하야 總領繁機하사 惟睿廣之日躋어늘 顧卑凡而坐困하니이다
伏蒙陛下志存善貸하고 爲在曲成하야 記其事國之微誠하고 閔其籲天之至懇하사 撓黜幽之常法하야 示從欲之至仁하시니이다
經體贊元에 廢任莫追於旣往이요 承流宣化에 收功尙冀於方來니이다
03. 관문전학사觀文殿學士, 지강녕부知江寧府에 제수됨을 감사하여 올린 표表
엎드려 칙명을 받자오니, 신을 관문전학사觀文殿學士 이부상서吏部尙書 지강녕부사知江寧府事에 제수하셨으므로, 신은 이미 6월 15일에 부임을 마쳤습니다.
〈아래로는〉 오랫동안 유능한 이들이 진출할 길을 방해하고 위로는 성인이 다스리는 시대를 저버려, 진실로 엄한 처형을 받아야 할 처지인데도 도피逃避하였거늘 도리어 참람하게도 포상해 드날려주는 은전恩典을 입었습니다.
견마犬馬처럼 주인을 위해 장차 힘을 다해야 할 자리에서 풀어 주시어, 부모父母의 무덤이 있는 지방의 관원으로 보내주시는 은총을 베풀어 주시니, 은총을 입은 것이 모두 본시 원했던 것보다도 분수에 넘칩니다.
(中謝) 신臣의 행실行實은 대중을 기쁘게 하기에 부족하고, 학술學術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기에 부족합니다.
오직 천명天命의 편안함만을 알 뿐이니, 감히 공명을 드날릴 때를 만나기를 기대했겠습니까.
국운國運이 흥륭하는 시운을 만나 복잡한 정무를 총괄하였고, 성스럽고 밝은 감화가 날로 증대하는 시대에, 돌이켜보건대 비천하고 평범한 사람이라 곤란을 겪었습니다.
〈가을 물이 불어나게 되자 하백河伯이 그 형세를 자만하다가〉 해약海若이 다스리는 대양大洋을 따라잡기 어려움을 알게 되었으니, 해와 달이 이미 떴는데 어찌 횃불을 끄지 않음이 마땅하겠습니까.
이에 더하여 정력精力은 하는 일이 많아서 소모되었고 죄과罪過는 세월이 지날수록 쌓여갔습니다.
비록 결함이 많은 이 몸을 용납해 주시는 관대함을 입었으나 끝내 임무를 그르칠까봐 두려움을 품게 되었습니다.
삼가 폐하께서 착하게 베푸시는데 뜻을 두시고 다방면으로 성취함이 있게 해주시는 데에 힘입어, 신臣이 나라를 섬기는 작은 정성을 기억해 주셨고, 하늘에 외치는 지극한 간절함을 가엾게 여기셔서, 신臣이 업적이 열등한 관원을 내쫓도록 되어있는 상법常法을 어지럽혔는데도, 요청을 들어주시는 지극한 어지심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국가를 경영하고 원수元首를 보필輔弼함에 소홀히 했으나 이미 지나간 것은 바로잡을 수가 없지만, 교화敎化를 이어받아 은덕을 베풂에 공功을 거두는 것은 오히려 장래에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