伏奉聖恩하야 除臣男雱右正言天章閣待制兼侍講하시고 特降中使宣諭하사 令便受告勅하고 不須辭免者로소이다
明恩
은 實由中出
하고 美官要職
은 弗以次加
하시니이다
知榮耀之及私나 顧僭差而累國하니 雲天在望에 冰炭交懷로소이다
(中謝) 臣出於羇窮
하야 好是拙直
이라 道常違俗
하니 宜
之致妖
요 才不逮人
하니 리잇가
皇帝陛下 收之末路하시고 付以繁機하사 距滔天之衆讒하시고 責經世之來效하시니이다
施及賤息하야 度越稠人하시고 延登朝行하야 使嗣講業하니이라
方仰陪於膝席이라가 俄中廢於骭瘍하니 雖進趨之禮久妨이나 而問勞之恩狎至로소이다
莫知報稱하야 但負兢慙이러니 豈意眷憐하야 更加超擢이릿가
待制之爲職은 以陪侍禁嚴이요 正言之爲官은 以諫救遺失이니이다
此蓋伏遇皇帝陛下 攬取同智하사 無小大之遺하시고 搜揚衆材하사 無久近之間이니이다
苟或不肖
라도 이면 必垂甄收
하사 以示勸獎
하시니이다
君臣以事道相求는 是惟希世요 父子以傳經見用은 鮮或同時니
31. 아들 방雱이 정언正言 대제待制에 제수됨을 감사하는 표表
엎드려 성은聖恩을 받아 신臣의 아들 방雱을 우정언右正言 천장각대제天章閣待制 겸兼 시강侍講에 제수除授하시고, 특별히 궁중宮中의 사자使者를 보내어 선유宣諭하시며, 즉시 알려준 칙명勅命을 따르고 사면辭免을 청하지 말 것을 명하셨습니다.
황상皇上께서 밝은 은혜를 베푸시는 조서詔書를 궁중의 사자를 통해 보내 주시고 아름답고 중요한 관직을 등급을 뛰어넘어 제수하셨습니다.
빛나는 영예가 저희 사가私家에 미침을 알겠으나, 참람僭濫하게도 차서次序를 뛰어넘어 제수된 것이 나라에 누累를 끼치는 일이 될까봐 염려되고, 드높은 대궐을 바라보니 기쁨과 놀라움이 교차됩니다.
(中謝) 신臣은 지방의 한미한 출신으로 졸렬 솔직함을 좋아하였고 간직한 도道는 늘 습속과 어긋났는데, 한번 쓰고 버리는 추구芻狗처럼 쓸모없는 정책이 재앙을 불러 왔으며, 재능은 남을 따라가지 못하니 어찌 남을 변화시킬 수 있겠습니까.
황제폐하께서는 말년末年의 신臣을 거두어 주시고 복잡한 기무機務를 맡기시고서, 하늘을 찌를 듯한 뭇 사람들의 참소讒訴를 막아 주시고 경세제국經世濟國의 공효功效를 이루도록 책무를 맡기셨습니다.
은혜를 베풀어 주심이 미천한 자식에게까지 미쳐서 각별히 보살펴 주시고, 이어 조정의 반열班列에 탁용擢用하셔서 신의 임무를 계승하여 경연經筵에서 강독講讀하는 일을 맡기셨습니다.
또한 강경講經의 자리에 배석하게 하시고 얼마 후에는 정강이뼈에 생긴 종기로 인해 중도에 직무를 폐하니, 비록 조정에 나가서 알현謁見하는 예는 오랫동안 갖추지 못하였으나 위로하는 말씀을 내리신 은혜는 지극하셨습니다.
이에 보답할 방법을 알지 못하여 다만 조심스럽고 부끄러울 뿐이었는데, 애긍哀矜히 여기시고 보살펴 주셔서 다시 등급을 뛰어넘어 발탁해 주실 줄이야 어찌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대제待制의 직분은 황상皇上을 궁금宮禁에서 모시는 것이고, 정언正言의 벼슬은 빠뜨렸거나 잘못된 오류誤謬를 간諫하고 바로잡는 것입니다.
금화전金華殿에서 옛 경사經史를 강독하심에 배석陪席하고 몸소 내전內殿에서 존안尊顔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분에 넘치게도 특별한 은총을 입어서 뭇사람들이 듣고는 몹시 놀라워하였습니다.
이는 아마도 황제폐하께서 참여하여 보좌하는 사람을 들어쓰는데 작건 크건 빠뜨림이 없게 하시는 은혜를 입게 되어서이고, 뭇 인물들을 찾아 발탁하심에 기간이나 친소에 구애받으심이 없으신 덕분입니다.
진실로 혹 불초不肖한 사람이라 해도 대체로 견문見聞한 바가 있으면 반드시 살펴보아 거두어 임용하셔서 권면勸勉 장려獎勵하시는 뜻을 보이셨습니다.
사방의 변방邊方 국가國家들이 우리나라에 귀순歸順하는 것은 우리가 더 없이 굳세기 때문이고, 많은 현사賢士들이 이 시대에 태어나서 대대로 현귀顯貴함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깊이 생각하옵건대 신이 받은 이 은총이 어느 누가 이와 같을 수 있겠습니까!
군주君主와 신하臣下가 대도大道에 종사하면서 서로 찾는 경우는 세상에 드문 일이고, 부자父子가 경전經傳 시강侍講에 등용되어 동시에 같은 일을 하는 것도 세상에 드문 일입니다.
비록 고요皐陶가 전임자의 장점을 이어받아 이를 더욱 빛나게 했던 것에 미치지 못함이 부끄럽지만, 어찌 호돌狐突이 자식에게 충의忠義를 가르쳤던 의리義理야 잊을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