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공荊公은 爲人이 多氣岸하고 不妄交하니 所交者는 皆天下名賢이라
故於其歿而제문祭也면 其제문文多奇崛之氣 悲愴之思하야 令人讀之에 不能以不掩卷而涕洟하니 凡得十首라
범공范公은 爲一代殊絶人物이요 而형공荊公제문祭文도 亦極力摹寫하야 涕洟嗚咽하니 可爲兩絶矣라
형공荊公은 사람됨이 의기義氣가 넘치고 사람을 함부로 사귀지 않았으며, 친교親交를 맺은 사람들이 모두 천하天下의 명현名賢들이었다.
그 때문에 그들이 사망하여 제문祭文을 짓게 되면, 그 글에 뛰어난 기상氣象과 비감悲感한 강개慷慨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책을 덮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게 하는데, 이런 제문祭文으로 모두 10수首를 얻었다.
범공范公은 한 시대의 특별하게 뛰어난 인물이었고, 형공荊公의 제문祭文 또한 그러한 인물人物됨을 힘을 다해 그려내어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게 하니, 〈범공范公의 행실行實과 형공荊公의 제문이〉 둘 다 뛰어나다 하겠다.
아아! 우리 공公께서는 한 시대의 스승이셨도다.
처음부터 마치실 때까지 명절名節에 허물이 없으셨도다.
명숙태후明肅太后의 전횡專橫이 심할 때 위태로움 겪었으나, 충간忠諫의 의지는 더욱 굳건해졌도다.
요화궁瑤華宮의 곽황후郭皇后가 실위失位하자, 또 부당함을 간하였다가 배척을 당하였도다.
치적治績이 자주 알려져, 수도首都 개봉부開封府의 부윤府尹이 되셨도다.
간사한 무리를 가로막고 어진 이들 일으키니, 어린이들도 환호하며 노래 불렀도다.
혁혁赫赫하게 일가一家를 이루니, 만인萬人이 머리를 숙이고 따랐으나,
홀로 재상宰相의 사욕私慾을 규탄하다가, 이 때문에 강호江湖로 쫓겨났도다.
선비들이 다투어 공公을 만류하였지만, 공公은 화禍를 당함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위험을 무릅쓰고 바른말하는 사람이 있어서, 공公과 함께 좌천당하기를 청하였도다.
미풍양속美風良俗이 쇠미衰微해지니, 바른말하는 사람을 의심하고 사악한 소인이 즐거워하였도다.
우리 공公께서 처음에 부지런히 충언忠言을 하였으나, 사람들은 이를 의심하였도다.
힘써 실천하기를 바꾸지 않으니, 연모戀慕하는 사람들이 흥기興起하였도다.
유생儒生들이 드높이 일어나서, 절의節義를 서로 펼쳐 드날렸도다.
공公께서는 폄직貶職을 당하면서도, 더욱 용기를 내어 충성을 하였도다.
전대前代의 일을 상고詳考하고 옛 일을 인용引用하여, 의리義理에 맞게 할 뿐 몸을 돌보지 않았도다.
지방으로 나가 세 차례 고을을 맡으니, 정사政事를 베풀어 넉넉한 은택恩澤을 입혔도다.
마치 강하江河를 터놓아 흐르게 하여 좁은 땅까지 모두 적셔주듯이 하였도다.
곧은 기풍氣風 이르는 곳에 묵은 폐습弊習 저절로 밝혀져서, 형벌刑罰을 시행할 필요 없었고,
교활狡猾한 도둑도 인의仁義에 감화되어, 죽을 때까지 사악邪惡한 행위를 하지 않게 되었도다.
경학經學을 강술講述하고 예악禮樂으로 교화敎化하니, 천 리 밖에서도 연모戀慕하여 모여들었도다.
수리시설水利施設을 정비하니, 농사짓고 누에치는 이들 기뻐하였도다.
요물妖物인 오랑캐들이 미친개처럼 날뛰며, 감히 우리의 강역疆域을 침범하자,
인장印章과 부절符節을 받은 절도사節度使가 되어, 공公께서 한 지방을 방어하셨네.
졸오卒伍 가운데 뛰어난 인물을 장수로 삼으니, 이들이 후에 항상 명성을 드날렸고,
선비를 거두어서 보좌관으로 삼으니, 이에 한 나라에서 받드는 국사國士가 되었네.
명성이 더욱 드러나, 오랑캐들도 감히 접근하여 침범하지 못하니,
공의 성대한 위의威儀 덕택으로, 적敵을 달아나게 하여 이웃 고을도 온전하였네.
전에 공公께서 처음 이르렀을 때는, 부상자負傷者가 길에 가득하였으나,
치료해주고 길러주어서, 변방의 안과 밖(漢族과 강족羌族)이 완전하게 안정되었네.
이미 변방이 무사하게 되자, 백성들이 가무歌舞하고 음주飮酒하며 웃고,
모든 성城 안의 사람이 편안하게 잠자고, 관리와 군사들도 느긋하게 마음을 놓았네.
황상皇上께서 가상히 여겨 “훌륭한 인재人材이다.” 하시면서, 추밀부사樞密副使에 제수하셨으나,
머리를 조아리며 사양하기를, 예닐곱 차례에 이르렀네.
드디어 참지정사參知政事가 되어, 우리의 상법常法을 정비하였고,
어진 사람을 보호하고 뛰어난 인물을 도와주어, 불필요한 벼슬자리를 정리하고 그릇된 정사政事는 제거하였네.
관리들은 조정에서 더욱 노력하고, 군사들은 지방에서 마음을 바꾸어서,
온갖 정사政事가 잘 다스려지니, 태만했던 관리들이 힘껏 진력하게 되었네.
반대파에 저지당하여 뜻을 이루지 못하여, 간신姦臣들이 황제를 에워싸니,
끝내는 지방으로 쫓겨나서, 몸은 곤경에 처하고 실현하려던 도道는 가로막혀 버렸네.
황상皇上께 자문諮問할 만한 원로元老라 이르기에 마땅하고, 아직 그렇게 할 능력이 있는데,
신神이여! 어찌 차마 그를 이런 지경에 이르게 하였는가.
대체로 공公의 능력을 오히려 모두 시험해볼 수 없었으니,
그의 경륜經綸을 다 발휘할 수 있게 하였다면, 그 공업功業을 누구와 비교할 수 있었으랴!
공公은 존귀하게 되면서부터 외양간과 곳간은 더욱 비게 되었고,
낯빛과 말씀을 온화하게 하여, 자신에게 오만하게 대하며 공격했던 사람들도 포용하였네.
부인夫人과 첩妾들도 감화되어, 주옥珠玉을 패용하고자 낭비한 일이 없었고,
공公의 아드님들도 공경하고 삼가서, 해진 옷을 입고 거친 음식을 먹었네.
이웃의 곤궁한 사람의 사망死亡을 가엽게 여겨서, 사치스러울 정도로 풍부하게 도와주었네.
부모 잃은 처자處子는 출가出嫁시켜 주고, 남자男子에게는 장가들어 가정家庭을 이루게 해주었네.
어찌 묘지명墓誌銘을 깊이 묻으며, 어찌 두터운 비석에 새길 게 있으랴!
입으로 상세히 전해져서, 영원히 본받을 만한 법法이 되었는데.
위대한 인물 이제 사망死亡하시니, 온 나라가 수심愁心에 잠겼도다.
더구나 비루하고 못난 허물 많은 나를 공公께서 알아주셨도다.
만리萬里 밖에서 서거逝去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가 머물며 조문弔問하지 못하였도다.
눈물 흘리며 이 제문祭文 짓고, 박주薄酒와 서수庶羞를 바치나이다.